<현장취재> 성남 테마폴리스 복마전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25 14: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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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 모두 죽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성남버스종합터미널과 홈플러스, CGV가 입점해 있는 야탑 테마폴리스의 이권다툼이 점차 복마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건물 운영권이 사태의 쟁점인데, 이를 차지하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들까지 고용됐다. 급기야 폭력사태가 벌어져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생존권을 찾기 위해 농성을 진행 중인 테마폴리스 현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19일 성남시 분당구 야탑 테마폴리스 7층 옥외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니 건물전체 환기를 책임지는 대형 환기구에 매달려 있는 현수막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기업 기술보증기금 ○○○는 불법 사기계약, ○○○ 신영은 용역깡패동원 불법 점거' '전체 소유권자는 300명, 총회 참석 1명으로 관리인 선임이 말이 되나요?'라고 적혀있는 현수막 밑에는 천막 2개가 쳐있고 그 안에는 장기간 고공농성에 지친 건물관리단 직원들이 탈진한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장기간 고공농성
부상자 속출

건물관리단이 사용하는 사업관리본부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 역시 마찬가지로 천막이 세워져 있었고 용역업체 직원 20여 명과 건물관리단 직원, 테마폴리스 구분소유권자 20여 명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테마폴리스는 지난 2000년 8월 개장해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5~6만에 달하는 성남의 대표적 복합쇼핑센터다. 현재 홈플러스와 CGV, 1700여 개의 소규모 매장이 입점해 있고 개장 후 약 12년간 테마알앤디(대표 이동호)에서 건물관리를 맡아왔다. 테마알앤디는 테마폴리스 7층에 사업관리본부를 두고 약 50여 명의 직원들이 건물 냉·난방, 청소, 방제, 안전, 경비를 책임져 왔다.

하지만 12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테마알앤디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나앉게 됐다. 테마폴리스의 대지분권자인 기술보증기금이 지분 전체(70%)를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인 이모(57)씨에게 수탁했고, 이모씨는 지난 8일 임시총회를 열어 새로운 건물관리인으로 기술보증기금 채권관리팀 직원을 내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씨는 신영에셋(대표 정춘보)을 새로운 건물위탁관리업체로 변경했다.

용역업체 동원 무단 점령 기존 관리단과 충돌
폭력사태 발생 1명 뇌사 판정 10여 명 부상 

취재기자가 만난 이충재 테마알앤디 관리부장의 말에 따르면 집합건물법상 건물관리인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는 전체 구분소유자의 3분의 2가 참석하고 그 중 5분의 4가 의결해야만 한다. 이씨가 주최한 임시총회에는 이씨를 제외하고 구분소유자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분소유자들은 이날 임시총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통보받지 못했다.

새로운 건물관리업체로 선정된 신영에셋은 지난 13일 새벽 2시께 용역업체 직원 200여 명을 동원해 테마알앤디 사업관리본부를 급습했다. 용역직원들은 사업관리본부 출입문을 부수고 당시 당직근무를 서던 테마알앤디 직원들을 강제로 끌어낸 뒤 사무실을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테마폴리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전기, 소방 등 공공시설을 책임지는 관리자들이 순식간에 내쫓겼고 신영에셋 측의 신규 인력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각종 기기의 작동법을 숙지하지 못한 신규 인력 때문에 무더운 여름 냉방은 물론 건물의 조명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여기에 하루에 300개 노선 2천여 대가 움직이는 터미널은 환기구 작동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매연이 배출되지 않고 있어 버스 이용객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현재 지하 4층 기계정비실, 지하 1층 방제실 등 공공시설은 용역직원 120여 명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다 못한 테마알앤디 직원들과 구분소유자들은 지난 16일 집회를 열고 사업관리본부 진입을 시도했다. 구분소유자들 대부분은 50세를 넘긴 고령자들이었다. 이들의 진입시도는 건장한 체격의 20대 용역직원들에 막혀 폭력사태가 발생했고 10여 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특히 테마폴리스 지하에서 장사를 하는 60대 여성은 늑골과 어깨뼈가 으스러져 구조대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으며, 환기구 꼭대기에 올라 농성을 진행하던 테마알앤디 직원 4명 중 1명도 혼수상태에 빠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건물 냉방 조명 마비
이용객 건강 피해 우려

밤샘 근무를 마친 용역직원 1명은 차안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을 자다가 호흡곤란으로 뇌사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뒤늦게 알려졌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행태에 분개한 테마알앤디 직원들과 구분소유자들은 2차 진입을 시도했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분당경찰서가 병력을 동원해 중재에 나섰다.

경찰은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19일까지 기술보증기금 사장과 면담을 주선하기로 구분소유자들과 약조했다.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구분소유자들은 경찰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술보증기금의 생각은 경찰과 달랐다. 기술보증기금 사장은 구분소유자들과의 면담을 회피, 결국 구분소유자들은 지난 20일 테마폴리스 입구 측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 자리에는 구분소유자 및 입점상인, 테마알앤디 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우태 건물관리단장 및 입점상인 대표는 집회에서 "불법점거를 해제해야 한다. 불법이 난무하고 폭력이 극에 달했는데도 분당경찰서는 손을 놓고 있다"며 "경찰서장을 만나 수사를 촉구하고 해결점을 찾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대표는 "13일 새벽 사태 당시 112 전화로 신고해 분당경찰서에서 출동했지만 건물의 이권다툼이라고 구경만 했으며, 이들이 불법 점유한 건물 부분 중에는 7층에 개인사무실이 여러 곳 있는데 여기까지 봉쇄해 건물관리와 무관한 개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해도 수수방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시간 테마폴리스 7층 난간에서도 테마알앤디 직원들이 핸드마이크를 통해 낭독하는 '성남시민께 고하는 성명문'이 연달아 흘러나왔다.

"폭력 극에 달했는데
경찰은 손 놓고 있다"

집회가 끝난 후 가진 분당경찰서장과의 면담자리에서 오 대표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는 대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에셋 관계자는 테마알앤디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총회를 열었고 새 관리업체를 계약했다"며 "오히려 체마알앤디 측이 건물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용역업체를 고용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우리 측 잘못이지만 테마알앤디 ?도 영업방해 등으로 경찰 조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테마폴리스 관리단 측이 검찰에 고발한 업무방해 및 폭행죄, 사문서위조, 불법침입, 기물파손 등은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테마폴리스의 시작은 찬란했다. 당시 테마폴리스 건축사업 시행자가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신탁(이하 한부신)이라는 점과 대기업인 삼성중공업이 책임시공을 한다는 점 때문에 상가분양은 순조로웠다. 여기에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었기 때문에 상가분양가에는 막대한 프리미엄이 붙었다. 당시 평당 분양가가 최고 2800만원까지 치솟았다. 테마폴리스 상가를 임대받은 사람은 1400명, 상가 소유권을 완전히 분양받은 사람은 300여 명에 달했다.

승승장구를 달리던 테마폴리스는 2001년 2월 시행사인 한부신이 부도를 내면서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한부신 부도 후 공사대금 1200억원을 받지 못한 삼성중공업과 시행사 한부신에 800억을 대출 해준 기술보증기금은 테마폴리스 건물과 토지에 대해 960억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같은 해 3월 법원으로부터 제3자 출입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 용역회사 직원들을 동원해 상인들의 건물 출입마저 막아버렸다.

검찰, 업무방해·폭행·불법침입 수사 중
이권다툼 피해는 고스란히 터미널이용객에

이렇게 되자 점포를 분양받거나 임대받은 1700여 명의 계약자들은 1500억원에 이르는 분양대금과 임대보증금을 납입하고서도 주 채권자인 삼성중공업과 기술보증기금에 밀려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난항을 겪던 테마폴리스 문제는 2002년 9월 한부신과 삼성중공업 간 채무조정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정상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외버스터미널 이전 문제가 발생한 것. 고속버스터미널은 2001년 테마폴리스로 옮겨와 운영되고 있는 상태였지만 시외버스터미널은 임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이전을 거부했다.

시외버스터미널 측은 대합실과 영업용 사무실 일부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넘겨주어야 옮겨올 수 있다며 버텼고 당시 건물 고유권자였던 한부신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요구조건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던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은 4년 동안의 난항 끝에 지난 2004년 4월에서야 타결됐다.

이후에도 건물 관리비 문제로 전기 및 수돗물 공급이 끊기기도 했고 집합건축물 승인에 대한 시와 한부신의 입장차이로 사용승인 처분이 뒤늦게 철회되기도 했다. '민원폴리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13일 발생한 폭력사태는 테마폴리스 개장 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동원됐고 그 과정에서 1명 뇌사, 1명 늑골 및 어깨뼈 골절, 1명 혼수상태 등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현재까지도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명 뇌사 10여 명 부상
결국 최악으로 치닫다

또한 300여 명의 구분소유자들과 50여 명의 관리 직원들의 생계문제가 걸려있기도 하다.

건물관리단과 입점상인들은 기술보증기금이 새로운 관리업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신영에셋이 퇴거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주)신영 측 관계자는 "6월8일 총회 안건에 붙여 관리규약을 변경하고 관리인 선임을 결의했다. 기존 관리회사가 문제가 있었다. 관리비 수납 문제, 공공요금 체납 등이 그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러나고 그럴 리 없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전문 회사에 위임된 건이다. 민원 해소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정상 운영에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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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