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9년은 지금과 같을까. 새해가 다가오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설이 솔솔 피어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측근들은 여러 경로로 재판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이들에 대한 불구속 재판 촉구를 논의하기도 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연말을 맞아 측근들에게 송년 메시지를 보냈다. 이 전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면서 부끄러운 일이 없었다는 것이 나의 확신”이라는 말을 전했다. 지난 1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변론을 맡고 있는 강훈 변호사를 통해 송년인사를 대신했다. 강 변호사가 편지를 읽는 동안 측근들은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뇌물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고 있다.
특별사면?
이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온전히 측근들의 송년모임을 위해서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은 그간 12월19일 즈음에 송년행사를 진행했다.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 데이’라고 불리는 이날은 이 전 대통령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이고, 지난 대선 승리일이다. 해석이 확장된 까닭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지난 6일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의 법적인 문제점’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회동에 따른 것이다.
친박계의 윤상현·홍문종 의원과 비박계의 김무성·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29일 만났다. 이날 비박계는 현재 구속 중인 두 전직 대통령을 석방한 뒤 재판을 받게 하자는 취지의 결의안을 친박계에게 제안했다. 탄핵 국면서 발생한 당내 갈등을 봉합하자는 의중이었다. 다만 친박계에선 비박계가 두 대통령의 불구속 추진으로 갈등을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박계 좌장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의 ‘후안무치’ 발언도 이때 나왔다.
회동은 이렇다 할 결론 없이 종료됐지만 친박계와 비박계가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당내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이들의 연결고리로 작용했다.
이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현재 한국당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친이(친 이명박)계가 친박계의 결집력을 재연하기 어려운 상황서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의 송년메시지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지만 친박계는 당내서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이미 지난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서 친박계의 영향력은 증명됐다.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가 당락을 갈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지원으로 김학용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눌러 승리했다. 한국당의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친박계의 움직임은 주목받고 있다.
친박계는 비박계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했고, 원내대표 선거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최근 친박계의 행보를 두고 ‘친박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의 불구속 재판 여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결정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 시점에 주목한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 시점은 내년 4월”이라며 “이때까지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내년 4월까지 선고가 나오지 않는다면 석방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친박 움직임 가시화, 내친김에 MB까지
석방·불구속 재판…현실 가능성 글쎄?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로 인한 석방은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불구속 재판 역시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된 기결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항소심서 이미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박 전 대통령과 검찰은 해당 혐의에 대한 상고를 포기,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다른 혐의로 인한 재판의 구속영장이 만기되더라도 석방될 수 없다. 최소 2년 동안 교도소서 살아야 한다.
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서 “박 전 대통령은 여러 가지 재판을 받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미 유죄로 확정됐다”며 “형이 확정된 기결수의 신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석방되기는 어렵다. 다시 불구속 재판을 받기는 어려운 법률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남은 경우의 수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이다. 박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확정 판결이 되고 나면 문재인 대통령이 굉장히 고민스러울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을 그렇게 오랫동안 감옥에 있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시면서 직설적으로 ‘대통령님은 복수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용서합시다. 그래서 국민 화합을 이룹시다’고 말씀드렸다”며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사면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한편 두 전직 대통령의 불구속 재판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일 조사해 10일 발표한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과 석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찬성은 33.2%였던 반면 반대는 61.5%를 기록했다. 모름 및 무응답은 5.3%였다.
문의 선택은?
세부적으로 매우 찬성이 19.1%, 찬성하는 편이 14.1%를 기록했고, 반대하는 편이 13.7%, 매우 반대가 47.8%였다. 여론조사 결과는 연령대와 지지정당서 큰 차이를 보였다. 19∼29세의 찬성과 반대는 각각 7.5%와 80.5%였던 반면, 60세 이상의 찬성과 반대는 각각 61.3%, 35.1%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7.7%는 찬성, 88.1%는 반대를 보였지만 한국당 지지자들의 73.0%는 찬성에 응답했고 반대는 23.3%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