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재래시장서 점포 없이 트럭으로 식료품을 판매하는 A씨는 장사를 마치고 오후 10시부터 30분간 시장 상인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마셨습니다. A씨는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는데, 기다리던 중 잠시 차를 옮겨달라는 요구를 받고 20m가량 운전해 차를 이동시키다 다른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습니다. A씨는 그날 밤 12시6분경 단속 경찰관에게 음주측정을 받았는데, 혈중알코올농도가 0.13%로 측정돼 운전면허가 취소됐습니다. 이때 A씨는 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운전면허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A]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90분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때 잰 음주측정 결과를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로 단정해 면허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혈중알코올농도는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분~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이후 시간당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A씨는 최초 음주시각인 오후 10시부터 70분 후, 최종 음주시각인 10시30분부터 40분 후인 11시10분에 운전을 했고, 음주측정은 운전시점으로부터 56분 후인 오전 12시6분에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초 음주시간과 최종 음주시간을 기준으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는 오후 10시30분∼자정까지인데, A씨의 운전시각은 오후 11시10분이므로, 따라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상승기에 측정한 0.13%보다 낮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운전 이후 54분이 경과한 뒤 이뤄진 음주측정치를 A씨의 운전당시 혈중알코올농도로 단정해 면허취소 처분한 것은 사실을 오인한 위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등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인 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면허취소를 하도록 하면서 감경사유를 별도로 정하고 있는데‘운전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경우’ 등에는 면허취소 기준을 0.12%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이혼 후 두 아이를 키우는 한 부모 가장으로서 운송업이 생계유지에 필수적이므로 감경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경찰이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2%를 초과해 운전했다고 사실을 오인한 나머지 A씨에게 감경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을 가리지 않은 채 면허취소 처분한 것은 재량준칙을 위반해 평등원칙에 위배된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02-522-2218·www.lawnkim.co.kr>
[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