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주현 기자] 국회의원에 당선 되면 받게 되는 혜택과 특권은 약 200여 개. 그야말로 엄청나다. 하지만 금배지들의 욕심은 그게 끝이 아닌 듯하다. 19대 국회의원 3명 중 1명이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황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움직임과 함께 해묵은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국회부터 논란이 되어온 국회의원 겸직 현황을 살펴봤다.
국회 사무처가 지난 20일 제공한 ‘제19대 국회의원 겸직 신고 현황’에 따르면 총 300명의 중 94명이 다른 직업을 겸하고 있고 이 중 26명은 의원 세비 외에 별도의 보수까지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무보수 직업과 의원 당 중복 겸직 사례까지 포함하면 겸직 사례는 166건이나 된다.
이들의 ‘겸직’ 직종은 변호사, 교수, 의사 등 전문직종과 각종 협회의 이사장과 고문 등 명예직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150명 중 52명(34.7%), 민주통합당 127명 가운데 37명(29.1%), 선진통일당 5명 중 3명(60%)이 2개 이상의 직위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가운데 별도 보수를 받는 의원은 새누리당 8명, 민주당 14명, 선진당 3명, 무소속 1명이었다.
3명중 1명꼴
겸직하고 있는 직종별로는 교수가 37명으로 가장 많았고 변호사 21명, 기업 관련 직업 8명 등의 순이었다. 교수 겸직 의원 중에선 휴직 처리된 11명을 제외한 26명이 현직 신분으로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중 특히 김성찬(세종대 석좌교수·카이스트 겸임교수) 새누리당 의원과 박기춘(경희대 공공대학원 객원교수·경북대 초빙교수)·추미애(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민주통합당 의원 3명은 대학으로부터 보수도 일정액 받고 있었다.
변호사 출신 21명 중 13명도 변호사직을 유지하고 보수를 받고 있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유기준 최고위원(법무법인 삼양)과 홍일표 원내대변인(법무법인 서해) 등 2명이 이름을 올렸으나 홍 원내대변은 지난 1일자로 휴직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소속은 문재인(법무법인 부산)·김관영(법무법인 나라)·문병호(법무법인 위민)·민홍철(법무법인 재유 김해 분사무소)·박민수(박민수법률사무소)·신기남(법무법인 한서)·양승조(법무법인 이민)·최원식(법무법인 로웰)·최재천(법무법인 한강) 의원으로 총 9명이 현직 변호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보수를 받고 있다.
문 의원은 겸직신고 이후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직을 내려놓았고 현재 변호사직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이인제(법무법인 정세) 선진통일당 의원·박주선(법무법인 청률) 무소속 의원이 법률회사 등에 현직 변호사로 이름을 올려놓은 의원들이다.
기업체 대표이사 등을 겸직하며 보수를 받는 의원은 새누리당의 강기윤(일진금속 대표이사)·강석호(스톨베르그&삼일주식회사 이사) 민주통합당의 박수현(한빛엔지니어링 경영자문역)·이찬열(화신 PAP 대표이사)·주승용(대한통운 율촌출장소 소장), 선진통일당의 김영주(유창중건설 대표)·성완종(경남기업 회장) 의원 등이었다. 김 의원은 전하주유소, 유창중공업 등 6개 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고 유창중공업에서 보수를 받고 있다고 등록했다.
또한 이만우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3월1일부터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아 보수를 받았지만 겸직 신고 자료가 작성되며 논란이 일자 지난 11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같은 당 최봉홍 의원은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으로서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4명 의원들 2개 이상 직위 유지하는 투잡 의원들
‘투잡’ 새누리 8·민주 14·선진 3명, 변호사 13명 최다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표원장으로 있는 치과를 비롯해 연세대 일반대학원 기술정책협동과정 겸임교수, 연세대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 외래교수 등 3건을 등록했지만 보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직과 서울아산병원 교수직을 휴직했다. 반면 나성린 새누리당·박혜자 민주통합당 의원은 교수직을 사직하며 타 의원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1월1일부터 시작한 ㈜신승교통의 운전기사직을 겸직사항에 신고했다. 정 최고위원은 매주 토요일마다 2~3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6만~7만원 정도를 번다고 한다.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975년부터 맡았던 재단법인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 이사장과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등 두 개의 직위를 등록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을 비롯해 싱크탱크인 해밀정책연구소 명예이사장,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 등 총 7건의 겸직을 신고했다.
이해찬 대표는 재단법인 광장 이사장을 겸직사항으로 등록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대중평화센터 이사 겸 비서실장직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입법화 가능할까?
많은 의원들이 겸직을 하고 있지만 변호사나 교수 등을 겸직하는 것은 현행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국회법 29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공무원과 대통령, 헌법재판소 재판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지방의회 의원, 정부투자기관(한국은행 포함) 임직원, 농·수·축협 임직원, 교원 등을 제외한 다른 직종의 겸직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인당 한 달 1031만원의 세비를 받으면서 겸직을 하며 급여를 받는 행태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정치권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겸직 금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19대 국회에서 입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난 2009년 이용경 전 창조한국당 의원과 지난 2월 새누리당이 ‘국회의원의 변호사 겸직 금지법안’을 추진했으나 18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어 입법화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