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거물들의 ‘세 가지 법칙’

승천? 잠수? 기로에 선 잠룡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치 거물들이 잇달아 ‘컴백’하고 있다. 최근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정치인들이 차례로 정계 복귀 신호탄을 쏘고 있는 것. 정치권은 한바탕 출렁이는 모양새다. 이들은 연말, 정권 중후반기, 총선이란 키워드와 함께 돌아왔다. 
 

▲ (사진 왼쪽부터)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최근 정치권은 선거제 개편 논의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선거제 개편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거대 양당은 야3당의 제안에 소극적이었다. 

선거 개편
정계 개편

결국 야당은 선거제와 예산안을 연동하는 강수를 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예산안과 선거법개정안을 연계하는 건 국회의원을 하면서 처음”이라며 날을 세웠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응수했다. 여야 간 신경전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선거제 갈등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격화됐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가동 중이지만 불씨를 살릴 시간은 길지 않다. 정개특위 활동 기한은 12월 말까지다. 특위 종료와 함께 본격적인 총선 국면이 시작된다. 주목되는 점은 선거제 개편의 이면이다.

선거제 개편이 무산된다면 현행 선거제도로 2020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 바미당과 평화당에겐 치명적이다. 낮은 지지도 탓에 당의 존립 가능성이 위태롭다. 정의당은 또다시 비교섭단체로 머물 공산이 크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의 입당설, 복당설 등이 피어오른 것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선거제 개편이 정계 개편과 분리되기 어려운 이유다.


정치권 최대 이슈로 선거제 개편과 정계 개편이 부상하면서 정치 환경의 변화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 가운데 정치 거물들의 복귀 선언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거물들은 모두 이 기간에 복귀를 결정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현실 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때의 홍준표 말이 옳았다는 지적에 힘입어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며 복귀를 공표했다.

정치 환경 변화 감지, 잇달아 복귀 선언
악재 만난 정부 정조준, 너도나도 맹공 

같은 달 28일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강연 정치’로 기지개를 켰다. 유 전 대표는 6·13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5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올랐다. 유 전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강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중요한 것은 보수에 등을 돌리고 있는 분들의 지지를 어떻게 얻는가 하는 것”이라며 “그 길을 고민하고 있고, 언젠가 결심이 굳어지면 국민들께 당당히 말씀드리고 행동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한국당에 입당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한국당에 입당서를 제출했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산하 기구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 전 시장은 입당 기자회견서 “보수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다시 입당을 하게 됐다”며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민생정당,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신문명의 시대를 열어가는 미래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 직전 야권 인사들이 차례로 복귀하면서 정치권은 출렁였다. 이들은 모두 선거제 개편 등 정치 지형에 변화가 꿈틀거릴 때 돌아온 셈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문재인정권의 집권 중후반기라는 것이다. 통상 대통령의 집권 2년 차를 지나 3년 차를 맞게 되면 여러 악재들이 터져 나온다. ‘집권 2년 차 징크스’ ‘집권 3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생긴 까닭이다. 홍 전 대표와 유 전 대표 그리고 오 위원장은 복귀 선언과 동시에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


환경 변화
복귀 선언 

문재인정부는 최근 청와대 기강 해이를 비롯해 참모 책임론, 경제 문제, 민주당 내부 잡음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이하 특감반) 비위는 참모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특감반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소속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경질론서 자유롭지 못했다.

비위는 특감반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서 비롯됐다. 수사관은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찾아가 특정 사건의 수사상황을 캐물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지인인 건설업자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사건이었다.

이 외에도 특별감찰관이 타부서로 승진을 시도한 점, 특감반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골프 회동을 한 점 등이 속속 드러났다. 야당은 조 수석의 경질을 강하게 주장하며 지난 3일 총공세에 나섰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서 열린 비대위 회의서 “기강 해이로 나사가 풀렸지만 풀린 나사를 조일 드라이버도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 원내대표는 “조 수석은 자기 정치하지 말고 자기 검증이나 철저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정권 말기에도 보기 힘든 일들이 청와대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가 임기 1년 반도 남지 않은 정부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라고 쏘아붙였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평화당과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해 눈길을 끌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청와대 직원 몇몇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정권 자체의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 역시 구두 논평을 통해 “청와대에서 연이어 기강 문란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조 수석이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 대표는 같은 날 야권의 비판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야당서 조 수석의 문책이나 경질을 요구한다. 그건 야당의 정치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야권이 반격에 나서며 여야 공방전이 지속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사실상 조 수석을 재신임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조 수석에게 청와대 안팎의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 체계 강화와 특감반 개선 사항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미 청와대는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과 청와대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등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특감반 사태는 결정타였다.  


어려운 경제 상황 역시 악재다. 경제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 성과가 불투명한 상황서 기존 정책을 고수한 것이다. 청와대 2기 경제팀 중 하나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경제 점수에 연일 낙제점을 줬다.

민주당 내부 잡음은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그의 부인 김혜경씨를 둘러싼 ‘혜경궁 김씨’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이 진행되던 중 이 지사는 ‘문준용씨 특혜 채용’을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결국 이 지사의 발언은 민주당 최대주주인 친문 지지층의 적대감으로 이어졌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이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사고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쳤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9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65%에 달했던 지지율은 결국 50%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최근 50% 회복에 간신히 성공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3∼5일간 진행하고 5일 발표한 주중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0.0%로 전주 대비 1.6%p 상승했다. ‘매우 잘한다’ 25.6%와 ‘잘하는 편’ 24.4%를 합한 값이다. 부정적인 평가는 44.9%를 기록했다. ‘잘 못하는 편’과 ‘매우 잘 못함’은 각각 17.0%, 27.9%를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5%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법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지난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으로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5%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구동성 
정부 비판

돌아온 거물들은 때맞춰 정부를 맹공격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 지방선거를 겨냥한 이벤트였다면 이번은 경제 폭망을 뒤덮고 사회체제 변혁을 준비하기 위한 이벤트 행사로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다급했나 보다”라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총선을 앞두고 쓸 카드라고 보았는데 미리 사용하는 것은 정권이 그만큼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서 진행된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유 전 대표는 “문책성 인사로 전임과 차별성을 말해야 하는데 경제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무슨 기대를 하겠느냐”고 따졌다. 이어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공정경제·소득주도·혁신성장 경제정책을 계속 추진한다고 했는데 왜 굳이 부총리를 교체해야 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 입당 당시 “문재인정부의 무능하고 독선적인 행태와 싸워온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미력이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 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악재에 주목, 공세를 통해 복귀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들은 총선 국면을 앞두고 돌아왔다. 선거제 개편 등으로 정치 환경 변화가 감지되는 시점에 복귀해 정계 개편 가능성에 합류하고, 징크스 국면에 빠진 정부를 비판하면서 총선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돌아온 3인방 중 오 전 시장은 총선 출마 의지를 직접 드러냈다. 오 전 시장은 입당 기자회견서 “다음 총선서 어디가 됐든 당에서 요청하는 곳이라면 험지라도 가서 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언급했다. 오 전 시장은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의 지역구인 광진을 출마를 시사했다. 홍 전 대표는 창원 보궐선거 출마설에 올랐다.

유 전 대표는 무난하게 총선 출마에 출마할 전망이다.

다가오는 총선, 출마 셈법 가지각색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이름 나란히

한편 이들 외에도 복귀를 노리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대표적이다. 

황 전 총리는 지난 9월 출판 기념회를 통해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황 전 총리는 태극기 부대의 최대주주다. 그를 둘러싼 전당대회 출마설, 총선 출마설 등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까닭이다. 황 전 총리는 복귀와 동시에 문재인정부를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4일 강원 동해시 현진관광호텔서 열린 제49회 극동포럼에 참석해 “국민은 남북 간 약속들이 이뤄지고 있느냐 이런 부분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며 “국내 정치가 안심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과 불안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경제가 괜찮을 때도 우리가 발전하지 못했는데 국제 경기가 어려워지는 국면이 돼 앞으로 더 어려워질까 걱정된다”며 정국을 진단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의 복귀 시점도 주목된다. 유 전 대표의 복귀와 맞물려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게 됐다. 최근 안 전 대표는 우회적으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수 통합론에 같이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부터 바미당 안 전 대표까지 다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바미당 김철근 전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안 전 대표 이름을 아무 데나 찍어 붙이지 마라”며 “안 전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현실 정치를 벗어나 독일 뮌헨서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바미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몸은 독일에 있지만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존재감 확보 
정치력 제고

한편 홍 전 대표와 유 전 대표, 그리고 오 위원장을 비롯해 황 전 총리와 안 전 대표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꼽힌다. 정계 복귀의 중심에 있는 이들 모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복귀가 향후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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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