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거물들의 ‘세 가지 법칙’

승천? 잠수? 기로에 선 잠룡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치 거물들이 잇달아 ‘컴백’하고 있다. 최근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정치인들이 차례로 정계 복귀 신호탄을 쏘고 있는 것. 정치권은 한바탕 출렁이는 모양새다. 이들은 연말, 정권 중후반기, 총선이란 키워드와 함께 돌아왔다. 
 

▲ (사진 왼쪽부터)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최근 정치권은 선거제 개편 논의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선거제 개편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거대 양당은 야3당의 제안에 소극적이었다. 

선거 개편
정계 개편

결국 야당은 선거제와 예산안을 연동하는 강수를 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예산안과 선거법개정안을 연계하는 건 국회의원을 하면서 처음”이라며 날을 세웠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응수했다. 여야 간 신경전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선거제 갈등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격화됐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가동 중이지만 불씨를 살릴 시간은 길지 않다. 정개특위 활동 기한은 12월 말까지다. 특위 종료와 함께 본격적인 총선 국면이 시작된다. 주목되는 점은 선거제 개편의 이면이다.

선거제 개편이 무산된다면 현행 선거제도로 2020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 바미당과 평화당에겐 치명적이다. 낮은 지지도 탓에 당의 존립 가능성이 위태롭다. 정의당은 또다시 비교섭단체로 머물 공산이 크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의 입당설, 복당설 등이 피어오른 것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선거제 개편이 정계 개편과 분리되기 어려운 이유다.


정치권 최대 이슈로 선거제 개편과 정계 개편이 부상하면서 정치 환경의 변화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 가운데 정치 거물들의 복귀 선언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거물들은 모두 이 기간에 복귀를 결정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현실 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때의 홍준표 말이 옳았다는 지적에 힘입어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며 복귀를 공표했다.

정치 환경 변화 감지, 잇달아 복귀 선언
악재 만난 정부 정조준, 너도나도 맹공 

같은 달 28일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강연 정치’로 기지개를 켰다. 유 전 대표는 6·13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5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올랐다. 유 전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강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중요한 것은 보수에 등을 돌리고 있는 분들의 지지를 어떻게 얻는가 하는 것”이라며 “그 길을 고민하고 있고, 언젠가 결심이 굳어지면 국민들께 당당히 말씀드리고 행동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한국당에 입당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한국당에 입당서를 제출했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산하 기구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 전 시장은 입당 기자회견서 “보수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다시 입당을 하게 됐다”며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민생정당,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신문명의 시대를 열어가는 미래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 직전 야권 인사들이 차례로 복귀하면서 정치권은 출렁였다. 이들은 모두 선거제 개편 등 정치 지형에 변화가 꿈틀거릴 때 돌아온 셈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문재인정권의 집권 중후반기라는 것이다. 통상 대통령의 집권 2년 차를 지나 3년 차를 맞게 되면 여러 악재들이 터져 나온다. ‘집권 2년 차 징크스’ ‘집권 3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생긴 까닭이다. 홍 전 대표와 유 전 대표 그리고 오 위원장은 복귀 선언과 동시에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


환경 변화
복귀 선언 

문재인정부는 최근 청와대 기강 해이를 비롯해 참모 책임론, 경제 문제, 민주당 내부 잡음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이하 특감반) 비위는 참모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특감반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소속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경질론서 자유롭지 못했다.

비위는 특감반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서 비롯됐다. 수사관은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찾아가 특정 사건의 수사상황을 캐물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지인인 건설업자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사건이었다.

이 외에도 특별감찰관이 타부서로 승진을 시도한 점, 특감반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골프 회동을 한 점 등이 속속 드러났다. 야당은 조 수석의 경질을 강하게 주장하며 지난 3일 총공세에 나섰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서 열린 비대위 회의서 “기강 해이로 나사가 풀렸지만 풀린 나사를 조일 드라이버도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 원내대표는 “조 수석은 자기 정치하지 말고 자기 검증이나 철저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정권 말기에도 보기 힘든 일들이 청와대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가 임기 1년 반도 남지 않은 정부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라고 쏘아붙였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평화당과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해 눈길을 끌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청와대 직원 몇몇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정권 자체의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 역시 구두 논평을 통해 “청와대에서 연이어 기강 문란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조 수석이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 대표는 같은 날 야권의 비판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야당서 조 수석의 문책이나 경질을 요구한다. 그건 야당의 정치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야권이 반격에 나서며 여야 공방전이 지속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사실상 조 수석을 재신임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조 수석에게 청와대 안팎의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 체계 강화와 특감반 개선 사항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미 청와대는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과 청와대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등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특감반 사태는 결정타였다.  


어려운 경제 상황 역시 악재다. 경제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 성과가 불투명한 상황서 기존 정책을 고수한 것이다. 청와대 2기 경제팀 중 하나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경제 점수에 연일 낙제점을 줬다.

민주당 내부 잡음은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그의 부인 김혜경씨를 둘러싼 ‘혜경궁 김씨’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이 진행되던 중 이 지사는 ‘문준용씨 특혜 채용’을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결국 이 지사의 발언은 민주당 최대주주인 친문 지지층의 적대감으로 이어졌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이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사고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쳤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9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65%에 달했던 지지율은 결국 50%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최근 50% 회복에 간신히 성공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3∼5일간 진행하고 5일 발표한 주중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0.0%로 전주 대비 1.6%p 상승했다. ‘매우 잘한다’ 25.6%와 ‘잘하는 편’ 24.4%를 합한 값이다. 부정적인 평가는 44.9%를 기록했다. ‘잘 못하는 편’과 ‘매우 잘 못함’은 각각 17.0%, 27.9%를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5%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법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지난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으로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5%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구동성 
정부 비판

돌아온 거물들은 때맞춰 정부를 맹공격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 지방선거를 겨냥한 이벤트였다면 이번은 경제 폭망을 뒤덮고 사회체제 변혁을 준비하기 위한 이벤트 행사로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다급했나 보다”라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총선을 앞두고 쓸 카드라고 보았는데 미리 사용하는 것은 정권이 그만큼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서 진행된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유 전 대표는 “문책성 인사로 전임과 차별성을 말해야 하는데 경제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무슨 기대를 하겠느냐”고 따졌다. 이어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공정경제·소득주도·혁신성장 경제정책을 계속 추진한다고 했는데 왜 굳이 부총리를 교체해야 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 입당 당시 “문재인정부의 무능하고 독선적인 행태와 싸워온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미력이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 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악재에 주목, 공세를 통해 복귀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들은 총선 국면을 앞두고 돌아왔다. 선거제 개편 등으로 정치 환경 변화가 감지되는 시점에 복귀해 정계 개편 가능성에 합류하고, 징크스 국면에 빠진 정부를 비판하면서 총선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돌아온 3인방 중 오 전 시장은 총선 출마 의지를 직접 드러냈다. 오 전 시장은 입당 기자회견서 “다음 총선서 어디가 됐든 당에서 요청하는 곳이라면 험지라도 가서 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언급했다. 오 전 시장은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의 지역구인 광진을 출마를 시사했다. 홍 전 대표는 창원 보궐선거 출마설에 올랐다.

유 전 대표는 무난하게 총선 출마에 출마할 전망이다.

다가오는 총선, 출마 셈법 가지각색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이름 나란히

한편 이들 외에도 복귀를 노리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대표적이다. 

황 전 총리는 지난 9월 출판 기념회를 통해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황 전 총리는 태극기 부대의 최대주주다. 그를 둘러싼 전당대회 출마설, 총선 출마설 등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까닭이다. 황 전 총리는 복귀와 동시에 문재인정부를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4일 강원 동해시 현진관광호텔서 열린 제49회 극동포럼에 참석해 “국민은 남북 간 약속들이 이뤄지고 있느냐 이런 부분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며 “국내 정치가 안심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과 불안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경제가 괜찮을 때도 우리가 발전하지 못했는데 국제 경기가 어려워지는 국면이 돼 앞으로 더 어려워질까 걱정된다”며 정국을 진단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의 복귀 시점도 주목된다. 유 전 대표의 복귀와 맞물려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게 됐다. 최근 안 전 대표는 우회적으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수 통합론에 같이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부터 바미당 안 전 대표까지 다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바미당 김철근 전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안 전 대표 이름을 아무 데나 찍어 붙이지 마라”며 “안 전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현실 정치를 벗어나 독일 뮌헨서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바미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몸은 독일에 있지만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존재감 확보 
정치력 제고

한편 홍 전 대표와 유 전 대표, 그리고 오 위원장을 비롯해 황 전 총리와 안 전 대표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꼽힌다. 정계 복귀의 중심에 있는 이들 모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복귀가 향후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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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