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함과 요염함을 가진 배우 윤진서. 평범함을 거부하는 도전적인 작품 선택과 그 속에서 보여주는 폭 넓은 연기에는 더 많은 매력들을 담고 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안방극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고우영 화백의 <일지매>를 드라마로 옮긴 작품 <돌아온 일지매>를 통해서다.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 내숭 가득한 바람난 유부녀, <두 사람이다>에서 공포에 질린 청순한 여고생, <비스티 보이즈>에서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는 여자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윤진서가 <돌아온 일지매>에서는 어떤 매력을 발산할지 기대가 된다.
일지매가 한평생 가장 사랑한 운명적 연인 월희 역
상큼함과 청초 넘나드는 1인2역 연기로 매력 발산
윤진서는 <올드보이>로 데뷔한 이후 ‘팔색조’라는 별명을 얻으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는 안방극장 첫 출연작인 <돌아온 일지매>에서 일지매의 첫사랑 ‘달이’와 일생의 사랑 ‘월희’ 역으로 1인2역 연기를 선보인다.
해맑은 외모와 구김살 없는 밝은 성격의 월희는 일지매에게 일생의 언약을 얻을 수는 없었으나 일지매의 고되고 외로운 삶에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 주며 검은 복면 뒤에서 영웅으로 살아야 했던 그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눈과 귀 그리고 입이 되어 준 일생의 연인이기도 하다.
정일우와 어색, 러브 신 많아 ‘당혹’
“지금까지 연기한 배역 중에 <돌아온 일지매> 월희가 내 성격과 가장 비슷해요. 연기하면서 편안함을 느껴요. 나중에 드라마가 끝난 뒤 사람들이 윤진서는 재미있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성격이 밝은 편인데 오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영화만 보고 ‘우울한 아이일거야’, ‘어려운 타입일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윤진서가 현장에서 ‘여자 강남길’로 불리는 것을 보면 그의 밝은 성격을 알 수 있다.
“촬영하면서 추위와의 싸움이 가장 힘들어요. 내복을 많이 껴입죠. 강남길 선배님이 내복을 많이 껴입고 다니셔서 스태프들이 저에게 붙여주신 별명이에요. 여배우가 옷맵시에 신경을 안쓴다고 뭐라 그러세요.”
연기에 대한 어려움은 없지만 상대 배역인 일지매 정일우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처음 만나 말 세 마디 겨우 나누고 뽀뽀신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서로 말도 별로 없고 어색했어요. 그런데 러브신이 너무 많았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죠. 오히려 어색해서 친해지기가 더뎌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은 말도 많이 나누고 힘든 일도 이야기하는 사이가 됐어요.”
윤진서는 국내 주연급 여배우 중 거의 유일하게 영화에만 계속 출연해왔다. 대부분 스타 여배우들이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여배우가 맡을 수 있는 주연급 역할이 남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동건, 송강호, 설경구가 영화만 전념하고 있다면 이영애, 전도연, 김혜수, 문소리 등 국내 대표적인 여자배우들은 TV출연을 겸하고 있다. 영화로 데뷔했고 지금까지 영화에서 외길을 걷어온 윤진서는 아직 젊은 스물다섯 살의 나이지만 10편의 영화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했다.
“저는 영화배우에 앞서 마니아로 영화를 참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 영화가 어렵다는 것을 뼛속까지 느껴요.”
2003년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슈퍼스타 감사용>, <사랑해 말순씨>,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바람피기 좋은 날>, <비스티 보이즈>까지 계속 영화에 출연하며 주가를 올렸지만 TV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만 고집한 것은 아니에요. 다만 드라마 때문에 출연하고 싶은 작품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죠. 그래서 TV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했어요. 요즘 영화 제작편수가 많이 줄어들어 많은 배우들이 TV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잖아요.”
“영화만 고집한 건 아닌데…”
누구나 환경이 바뀌면 고생을 하기 마련이지만 그동안 영화에만 출연했던 윤진서는 드라마 촬영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더욱 애를 먹었다.
“영화는 매 신 몰입할 시간을 주지만 드라마는 스피디 하게 촬영되는 것 같아요. 꼭 연기하는 기계 같아요.”
윤진서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에게 여행은 삶의 원동력이다. 영화 촬영이 끝난 뒤엔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여행길에 오른다. <올드보이> 촬영 이후 생긴 습관이다. 2003년 당시, 일본으로 첫 해외여행을 홀로 떠났는데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 돈을 벌면 비행기를 탔다. 10개국 남짓 다녔다.
“여행을 다니면서 깨달았어요. 늘 바깥의 모습을 부러워만 했는데, 이젠 이곳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요.”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