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남북경협 관전포인트

훈풍 부는 한반도 ‘문제는 돈’

[일요시사 정치부] 김정수 기자 =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남북 간 경제협력은 지난 10년간 정체상태였다. 한반도는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훈풍을 타기 시작했다. 남북은 경협에 적극적이다. 기업의 참여도 가시적이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남북경협은 ‘퍼주기 논란’ 등 우려의 시각이 공존한다. 비핵화와 걸음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경협예산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 ▲

 

남북 경제협력은 지난 4·27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재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남북경협사업의 추진을 위한 남북공동조사 연구 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공동선언 1조 6항을 통해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합의했다.

다시 냉각되면?

남북경협은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으로 더욱 구체화됐다. 평양공동선언문 2조는 ‘금년 내 동해선·서해선(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은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논의 중이다. 경협 사안은 크게 철도·도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서·동해 특구 등으로 나뉜다. 

우선 철도·도로 사업은 동해선과 서해선을 주축으로 진행된다. 남북은 지난달 15일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회담 결과에 따르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오는 11월 말~12월 초 사이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착공식을 위한 현지 공동조사도 서해선은 10월 하순, 동해선은 11월 초로 예정됐다.


그러나 현지 공동조사는 미뤄졌다. 한미 간 입장차가 있기 때문이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국 측과 부분적으로 약간 생각이 다른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장관은 “공조는 긴밀하게 되고 있고, 협조적인 태도로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남북경협의 꽃이다. 특히 두 사업은 경제협력에 국한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민간교류의 시발점이다. 남북교류에 해당되는 범위가 넓은 까닭에 남북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는 미국의 대북제재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정부의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추진에 대해 “(개성공단) 재가동은 대북제재 완화라는 게 해결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도 같은 맥락이다.

조 장관은 지난달 29일 외통위 통일부 국감서 “금강산 관광 본격화는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남북은 서해경제·동해관광공동특구에 대해서 공동 연구를 조사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경협 참여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다소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에 이어 12일에 남북경협을 위한 정보 공유와 사업 방향 결정을 위한 ‘중소기업 남북경협 토론회’를 개최한다.

현대그룹은 오는 18∼19일 금강산 현지서 ‘남북공동 금강산 관광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초청인사 등이 방북할 예정이다. 통일부는 현대그룹의 이번 기념행사에 대해 “금강산 관광 재개와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시작 좋았지만 과제 첩첩산중
기대와 우려
각계 시각 차이


기업 일각에선 대북제재 완화를 기다리고 있다. 대북제재 유지 국면서 섣불리 경협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자칫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미국은 최근까지 대북 제재를 강조하고 있다.

국회에선 예산 정국이 펼쳐졌다. 기획재정부는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를 1조977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9592억원)보다 약 14.4% 증가했다. 여당은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반면 야당은 “삭감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은 지난 5일 기자회견서 “내년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선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대북 퍼주기’라며 삭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한국당은 제1야당으로서 문재인정부와 여당의 일방적 대북 퍼주기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고, 국민의 혈세가 조금도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깐깐하게 지켜보고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당은 한국당의 대북 퍼주기 비판을 전임 보수 정권의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로 반박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협력기금 사업비는 올해 9592억원이었다. 내년엔 1조977억원이 편성됐다. 지난 보수 정권서도 협력기금 사업비는 이번과 비슷했다.

이명박정부 당시 협력기금 사업비는 1조원대 초반을 꾸준히 유지했다. ‘통일대박론’을 외쳤던 박근혜정부 때에도 1조원대였다. 2017년도 사업비 9587억원은 예외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북경협을 바라보는 여론은 팽팽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2일 ‘남북경협 예산 편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지난 5일 발표한 결과 ‘찬성(남북 관계 개선에 발맞춰 필요한 것이므로)’이 51.6%를 기록했다. ‘반대(비핵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서 예산 낭비므로)’ 응답도 41.3%로 만만치 않았다. ‘모름/무응답’은 7.1%였다.

전 연령대서 찬성이 반대보다 높았다. 다만 19∼29세의 경우 찬성이 48%, 반대가 43.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60세 이상의 경우도 찬성 45.2%, 반대 44.8%로 마찬가지였다. 40대는 그 차이가 컸다. 찬성이 62.7%를 기록한 반면 반대는 35.3%에 불과했다. 그 외 30대의 찬반은 각각 51.8%, 42.5%였고 50대는 각각 51.9%, 39.8%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2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7247명에게 통화해 500명이 응답, 6.9%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 3회 콜백)을 보였다. 또한 무선 전화 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말 행정안전부 국가인구통계에 따른 성, 연령, 권역별 사후 가중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 ±4.4%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론도 팽팽

한편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이번 달 14∼17일 동안 방남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가 주관하는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북한 대표단 가운데 리용남 내각부총리가 언급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리 부총리는 북한서 대외 경제협력을 총괄한다. 그러나 통일부는 "리 부총리가 참석한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북측 대표단의 방남과 경협 연관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