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대반격 막전막후

진흙 속에서 꽃 피울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요즘 자유한국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당은 탄핵정국 이후 줄곧 하락세를 걸었지만 최근 광폭행보를 보이며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 당 내외서도 그 움직임은 뚜렷하다. 한국당은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으로 국정 이슈를 선점하고, 당협위원장 교체 등 인적 쇄신에 시동을 걸고 있다. 동시에 정치적으로 중량감 있는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보수 진영의 통합과 몸집 키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고중진회의서 모두발언하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탄핵정국을 관통하면서 힘을 상실했다. 국정 농단 사태로 여론의 비판이 들끓었고, 보수 진영은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됐다.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합당으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을 창당했다.

탄핵 후 분열
국민적 외면

반면 새누리당은 당명을 한국당으로 교체해 명맥을 이어갔다. 한국당은 ‘박근혜 꼬리표’를 쉽사리 떨쳐내지 못했다. 한국당은 쇄신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핵심 친박(친 박근혜)을 ‘정리’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출당 조치를 당했고, 서청원 의원은 탈당했다. 그러나 한국당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가 단적인 예다. 한국당은 6·13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게 크게 졌다.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서 대구와 경북 그리고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서 참패했다. ‘민주당 싹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국당의 기세는 크게 꺾였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한국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올해 최대 이슈로 꼽히는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 문제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 비핵화를 바라보는 한국당의 시각은 남북 평화 무드를 지향하는 여론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당의 주장을 두고 ‘낡은 대북 프레임’이란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한국당은 정국 주도권 경쟁서도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드루킹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가 대표적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단식농성까지 벌이며 드루킹 사건을 최대 쟁점 사안으로 부상시키고자 했다. 다만 결과는 가시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당은 지난달 있었던 국정조사를 통해 존재감을 한껏 키우는 데 성공했다. 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이 결정적이었다. 김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 등 여러 관계자들은 서울시 국정감사장을 찾아 몸싸움을 벌이면서 여론의 시선을 한껏 끌어모았다.

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강경 대응하고 있다. 한국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까닭은 정부와 여당을 향한 공세가 여느 때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특별시 산하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서 채용 비리 의혹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는 문재인정부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이번 달부터 예산정국이 펼쳐지는데, 핵심쟁점은 공공부문 관련 ‘일자리 예산’이다.

여야는 정부의 예산안이 발표된 시점부터 일자리 예산을 두고 갈등 조짐을 보였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선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의 동력 상실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국당, 지방선거 전후 연일 헛발질
채용비리 의혹 후 정국 주도권 잡아

여론 역시 한국당에게 유리한 편이다. 최근까지도 청년들의 일자리 세태와 관련, ‘청년 빈곤’이라는 화두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여론이 분노의 공감대를 형성한 까닭이다. 한국당은 이 상황에 발맞춰 ‘국가기관 채용비리 국민 제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17개 시도 비리제보센터를 설치해 제보를 받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국한되지 않고 범위를 넓혀 확실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한국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3당(바미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협조도 구했다. 다만 민주당에선 감사 결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감사원 감사가 대략 3개월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며 “국회가 예산, 법안 심사로 매우 바쁜 시점인 만큼 휴지기인 12월을 거쳐 내년 1월에 국정조사를 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일주일 후 감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없애기 위해 신고센터 운영과 상시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 주도로 범정부 추진단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은 지난 2일 출범했다.

한국당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이슈를 주도하면서 당 내부를 향한 쇄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당은 당협위원장 교체를 내년 1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당협위원장 교체가 인적 쇄신으로 불리는 까닭은 그 자리가 곧 국회의원 공천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 집회 갖는 보수단체 회원들

당협위원장은 당원협의회 위원장의 줄임말이다. 국회의원 지역구별로 당원협의회가 있는데 이곳을 대표하는 사람을 당협위원장이라 부른다. 쉽게 말해 ‘한 지역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다음 공천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당협위원장은 통상 현역 국회의원이나 차기 출마자 등이 맡는다.

국정조사로 반등
내친김에 쇄신까지

결국 당협위원장 교체는 다음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사람의 교체와 같은 맥락이다. 당협위원장 교체가 ‘물갈이’ ‘인적 쇄신’ 등으로 불리는 이유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당원협의회 실태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 중 사고 당원협의회 17곳을 제외한 236곳이다.

다만 당협위원장 교체에 따라 당 내외 갈등과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위원장 교체가 있을 경우 계파 갈등이 터질 공산이 크다. 한국당 의원들은 최근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한차례 계파 갈등을 겪었다. 친박과 비박(비 박근혜)의 해묵은 대결이다.

발단은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당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였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탄핵에 앞장 서고 당에 침을 뱉으며 저주하고 나간 사람들이 한마디 반성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며 바미당 복당파를 비판했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을 받았나. 탄핵백서를 만들어달라”며 탄핵백서 제작을 요구했다.

비박계 정진석 의원은 “탄핵백서를 만들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은 2년이 다 됐는데 시의적절한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다”고 되받아쳤다.

그렇다고 해서 당내 계파에 눈치를 보고 원외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하기엔 무리가 있다. 원외 당협위원장의 교체가 주를 이룬다면 ‘빈껍데기 쇄신’이란 역풍이 불 수 있어서다. 한국당은 당협위원장 교체 이후 내년 2∼3월 전당대회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보수 진영의 외연 확장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한국당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보수단일대오’를 주장하며 바미당과의 통합을 시사했고, 태극기 부대의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 위원은 지난달 4일 보수단일대오를 주장하면서 보수통합론에 불을 지폈다. 전 위원은 이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에는 보수 통합 전당대회로 가야 되고, 보수단일대오로 가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 발언은 바미당 손학규 대표의 격앙으로 이어졌다. 손 대표는 전 위원의 발언에 대해 “한국당과 통합이라는 건 전혀 없다”며 “만약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다면 가라”고 받아쳤다. 이후 바미당 인사 중 누가 한국당행을 택할지 예측과 가설이 분분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달 17일 “바미당서 11명이 빠져나가 한국당으로 갈 것이란 소문이 여의도에 돈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가운데 최근 바미당 이언주 의원을 두고 한국당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신보수의 아이콘’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 의원은 보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해 ‘주사파의 실체를 직시해야’라는 주제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보수대통합
태극기도?


최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라고 부르기도 해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22일 <일요서울 TV>에 출연해 “대통령제는 현대판 황제다. 현대판 황제가 되려면 외교, 국방, 경제까지 완벽하고 전지전능하게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느냐”며 “독재를 했다는 측면에서는 비판을 좀 받지만, 박정희 같은 분이 역대 대통령 중에는 천재적인 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잇따른 보수 발언은 그의 당내 행보와 맞물리며 한국당행의 현실화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그간 당내서 남북문제를 두고 지도부를 직접 겨냥하는 등 불협화음을 보였다. 특히 이 의원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 동의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정치권서도 이 의원을 향한 의구심은 이어졌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나라꼴이 독재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때는(박정희, 전두환 시대) 경제라도 좋았는데’라며 게재한 글을 지적하면서 “지리하게 이어지는 처절한 러브콜입니다. 어서 노력한 만큼 화답이 있어야 할 텐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도 다음 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주장과 진짜 속뜻’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이 의원의 ‘박정희 천재’ 발언을 “한국당으로 옮겨서 부산에 출마하고 싶으니 받아달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를 끌어안을지도 주목된다. 전 위원은 지난달 22일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서 태극기 부대를 언급하며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고 직전 대통령을 구속시켜서 추락한 국격을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객관적으로 볼 때 조금 강경하거나 지나친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 빼고 뭐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전 위원의 태극기 옹호 발언은 정치권을 한차례 떠들썩하게 했다. 한국당 내부서도 이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진화에 나섰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서 열린 비공개 비대위회의 이후 “(전 위원이) 개인적 학자 또는 변호사로서 피력하는 게 있고, 조강특위 위원으로서 입장을 피력하는 부분이 있는데 구분이 잘 안 돼 혼란이 많은 것 같다”며 “저 같은 사람이 받아들일 때 (전 위원이) 조강특위 위원으로 발언하는 것인지, 평론가로서 발언하는 것인지 (다르게) 느껴지는데 일반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인적쇄신·보수통합 두고 갑론을박
외부보고서 공개…당 재건 성공할까

전 위원의 태극기 발언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정치 재개와 맞닿아 있다. 황 전 총리는 태극기 부대의 최대주주로 꼽힌다. 태극기 부대는 한국당의 차기 당 대표로 황 전 총리를 꼽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최근 출판 기념회 등을 시작으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면서 정치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순항 속에 우리 경제는 거꾸로 하강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멀쩡한 경제를 망가뜨리는 정책실험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정책 실패를 국가재정으로 덮으려고 하지만 재정 퍼붓기만으로 일자리,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날을 세웠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의 입당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황 전 총리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한국당은 지난달 30일 국회서 의원총회를 열고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 연구용역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부제는 ‘한국당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원인 분석’이었다. 한국당이 줄곧 답보 상태에 머물게 된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서였다. 김 비대위원장 체제 이후 공표된 ‘가치와 노선의 재정립’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당은 ‘지지도와 위상 추락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수정당 위기의 현실을 근본적 수준에서 진단, 희망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한국당의 강경한 대북·안보 정책을 고수한 점을 지적하면서 제1 보수정당으로서의 핵심가치를 ‘포용성’ ‘사려 깊음’ ‘진정성’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계파를 인정하는 집단지도체제 구축의 고려와 공천 제도 개혁, 인적 구조 개편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유입도 언급했다.

다만 한국당 의원들의 참여도는 높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아까는 꽉 차 있었는데 지금 이제 한 40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층 외에 외부 유입이 막혀 있다. 지지율이 연일 답보상태를 보이는 까닭이다. 향후 한국당의 재기 여부에 따라 지지율은 지금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당 내부 진단
의원들 반응은…

지난달 2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달 22∼26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서 한국당은 19.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42%를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만3128명을 대상으로 통화를 시도해 총 2505명이 응답했고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0%p다. 응답률은 7.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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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