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 현장취재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18 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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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김두관 사람들’…본격 대선행보 시동 걸었다

[일요시사=경남 창원 이주현 기자]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본격 ‘세’ 다지기에 나섰다. 출마 여부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말들을 쏟아내며 사실상 대선출정식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는 김 지사를 지지하는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김두관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도 있었다. 지난 12일 저녁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 현장을 <일요시사>가 직접 다녀왔다.

김두관 경남지사 출판기념회에는 3000여 명에 이르는 지지자들과 수많은 취재진들이 운집했다. 출판기념회 예정 시간은 저녁 7시였지만 이른 시간부터 많은 이들이 기념회 현장을 찾았다.

특히 김 지사의 고향인 남해군의 지지자들은 관광버스 10여 대를 나눠 타고 김 지사를 응원하러 창원을 방문했다.

행사장내는 순식간에 앉을 자리가 없이 가득 메워졌고 미처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참석자들은 컨벤션센터 내외부를 가득 채우며 장사진을 이뤘다.

부인했지만 사실상의
대선출정식으로 인식

그야말로 대성황이었다. 사전에 준비한 책 3000여 권은 행사 시작 전에 일치감치 매진돼 버렸고 주최 측에서 긴급하게 추가 확보한 2000여 권도 금방 동이나 참석자들은 책을 구입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주최 측은 택배 배달 신청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변의 눈을 의식해 1000만원만 들인 검소한 출판기념회였지만 대성황을 이뤄내 김 지사의 위상과 저력을 과시한 자리로 평가받기도 했다.

출판기념회 전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오늘 대선출마 선언을 하지 않을까 하고 서울에서 기자들이 많이 내려온 듯한테 헛다리짚은 것”이라고 농을 건네며 운을 뗐다.

이어 김 지사는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이 노동자당 후보로 집권한 후 통합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씻고, 좌우 이념을 넘어 통합의 정치를 이뤘고 집권할 때보다 물러날 때 더 지지율이 높았다”고 높이 평가하며 자신이 롤모델로 꼽는 룰라 대통령의 성공이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 등을 소개했다.

또한 룰라가 호세프 정부를 창출한 것을 언급하며 “대선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집권에 성공하고 다음 정부를 창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당시 당선자 신분)이 청와대에 입성해 자신을 도와달라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행정자치부 장관을 맡은 일화와 노 전 대통령과 고건 당시 총리까지 ‘시기상조’라고 반대했지만 특유의 배짱으로 주민투표제를 밀어붙였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3000여 명에 이르는 수많은 인파속에 책은 매진, 성황리에 마쳐 
5승6패 전적 “승률 5할 맞춰야 할 텐데, 올 연말에 승리할까요?”


그는 책 속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자신이 ‘백수’시절 남해 금산을 찾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정부는 자고로 힘들 때 찾아온 사람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산보다는 나아야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출마 여부와 관련해 별로 할 말이 없다”면서도 “여야 후보들을 봤을 때 삶의 궤적을 보면 저처럼 살아온 사람이 드물다”며 자신의 경쟁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오는 19일에는 18개 시·군 순회 도정 설명회를 마무리 지을 계획과 21일부터 24일까지는 중국 출장 예정, 6월30일이 1년의 절반이자 자신의 도정 절반을 지나는 변곡점임을 강조하며 7월에 출마 선언을 할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대선출마를 전제로 한 판세를 묻는 질문에는 “훌륭한 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주자들이 지금 모습으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8~9월에 경선이 이루어지면 각 후보들이 자기 정책을 갖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1위와 2위의 순위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대선 후보 경선은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될 것이라 본다”며 문재인 고문 등 민주당 후보들과의 토론 등을 거치면 자신의 지지율이 급등할 것으로 자신하기도 했다.

‘불환빈 환불균’
좌우명 퍼포먼스

이어 진행된 사인회에는 김 지사의 친필사인을 받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고, 사전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본행사는 개그맨 노정렬씨의 사회로 1부-인간 김두관, 2부-김두관의 비전, 3부-대합창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출판기념회에 빠지지 않는 순서인 내빈소개가 생략되어 눈길을 끌었고 ‘김두관 사람들’ 면면을 파악하고 싶어 주의를 기울였던 기자를 당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행사 관계자는 “오늘 행사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내빈이라는 김 지사의 인식아래 생략했다”고 전했다. 대신 참석자 모두가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 행사가 시작된 직후 김 지사가 노정렬씨와 토크를 시작하며 “제가 선거에 11번 나가 5번 이기고 6번 졌다”며 “승률 절반을 맞춰야 할 텐데 올 연말에 승리할까요?”라고 웃으며 묻자 청중석에서는 ‘김두관’ ‘김두관’이라는 연호가 터지기도 했다.

행사에서 김 지사는 “지방자치시대를 대비해 많은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행정을 해왔다”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적 능력이 뛰어나 아이디어를 갖고 정책·의견을 내는 스타일이었다면, 저는 같이 일하는 분들의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수립해서 추진하고, 성과를 내는 방식이다”고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도지사는 지방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해서 집행하면 완결된다. 중앙부처 장관은 정책을 하려면 다른 부처와 업무 협조가 되지 않아 힘들 때가 있다. 저는 장관(행자부) 7개월 때보다 지금 도지사할 때가 훨씬 보람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사 도중 한 서예가가 김두관 지사의 좌우명인 ‘불환빈 환불균’(백성은 가난함을 근심하지 않고, 불균등함을 걱정한다)을 쓰는 퍼포먼스를 벌여 무대 정면에 걸어놓기도 했다.

김 지사는 “남해종고 다닐 당시 <샘터>라는 잡지에 실린 ‘이달의 고사성어’에서 처음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 밝히며 “지금도 지사실 한켠에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고 경제정의·경제민주화를 이룩하는 게 시급하다”고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2013년 체제를 이끌 정부는 제대로 중앙과 지방이 소통하면서 차별을 없애야 한다. 어느 정부가 되든 결단해야 한다”면서 “IMF 신자유주의 이후 재벌·대기업은 자본 축적이 되었지만 중소기업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게 두 가지다. 하나는 농민들이 생산한 쌀값이고,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다. 차기 정부는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그것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라며 “지금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될 수 없는 구조다. 대기업은 납품 단가를 후려치고 있다. 이 부분을 국가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 영역을 시장에만 맡길 수 없고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강변하자 청중석에서는 “옳소”라는 소리와 함께 또 다시 ‘김두관’ 이름석자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행사장 가득 울린
‘김두관’ ‘김두관’

한편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지난 10일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민주통합당 원혜영, 안민석, 김재윤, 민병두, 문병호, 신장용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부영, 장영달, 김재균, 김태랑, 정한용, 전현희 전 의원 등도 참석했으며, 이병완 전 비서실장(현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윤승용 전 홍보수석 등 참여정부 인사들도 대거 자리를 함께했다.


 이밖에도 유원일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권영길·조승수 전 의원과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 지사의 핵심 조직인 자치분권연구소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원혜영 의원이 “경남도민 여러분이 뽑아주신 김 지사를 많은 국민들이 서민을 대변하는 대통령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경남도민한테 죄송하지만, 김두관 지사를 대한민국을 위해 빌려 달라고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 왔다”고 인사말을 하자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 지사가 대선에 나서기 위해선 가장 힘든 관문인 도민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원 의원은 이어 “궁핍·부정의 시기에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서민을 성공시킬 대통령이 필요하다. 김 지사의 경륜과 철학, 구상을 가지고 서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김두관 지사는 노무현재단 회원이다. 요즘 재단이 복에 겨워 있다. 많이 이끌어주고 만들어주신 분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나서는 것 같다. 이사장으로서 노무현재단이 더욱 발전하려면 김 지사가 꿈을 이루어야 한다. 재단도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다. 저도 아래에서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와 경쟁적 관계가 된 문재인 고문은 “책 출판을 축하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을 심어주는 책으로 되길 바란다”며 축전을 보내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를 축하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허기도 경남도의회 의장은 인사말에서 “좀 전에 원 의원이 김 지사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그러려면 보증서가 있어야한다”며 “많은 도민들이 도정 공백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를 말끔하게 씻을 수 있도록 보증서를 끊어줘야 한다”고 뼈 있는 농담을 날렸다.

김 지사의 고향 친구이자 중·고등학교 동창인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게스트로 나와 “큰 인물이 될지 알았다” “축구를 상당히 잘했다”는 등 김 지사의 어린시절을 회고했다.

신 전 위원장은 이어 김 지사의 영어 이니셜 ‘DK’를 ‘DREAM KOREA, DIGITAL KOREA, DYNAMIC KOREA’라고 의미를 부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는 “저는 김두관 지사가 존경하는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과 나이가 같고, 오는 12월19일(대선 날짜)이 제 생일날이다”며 “만약에 김 지사가 12월19일 꽃다발을 많이 받게 되면 저한테도 하나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김 지사의 대선승리를 우회적으로 응원했다.

“박근혜 대항마는 나 자신! 지지율은 변하기 마련!”
원혜영 “대한민국을 위해 김두관 지사를 빌려 달라”

김 지사는 마지막 발언으로 “많은 국민들이 정권교체의 기대를 갖고 있는데,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시대교체도 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노동자·농민 등 서민의 삶이 좋아지는 따뜻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소개 영상 시청과 사회자 노정렬씨의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풍자 성대모사 등으로 즐거운 분위기 속에 이어진 출판기념회는 김 지사와의 포토타임과 대합창을 피날레로 성황리에 마쳤다.

김 지사는 출판기념회 직후 마련된 기자들과 ‘호프타임’도 가졌다. 바쁜 일정상 오랜 시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출판기념회로 김 지사의 대선행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김두관 사람’들 면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친노그룹부터 재야그룹, 정동영계, 천정배계, 동교동계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속속 결집하며 민주당내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중 핵심인사는 친노 그룹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있다. 이 전 수석은 한때 손학규 상임고문을 도왔으나 현재는 김 지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윤 전 홍보수석도 김 지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병완 전 비서실장의 경우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비추긴 했지만 문재인 고문에 이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어 김두관 사람으로 규정하기는 무리라는 평가다.

민병두·강창일 의원은 과거 정동영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이고 문병호·최재천 의원은 천정배계였다. 안민석 의원은 손학규계, 배기운 의원과 김태랑 전 의원은 동교동계 출신이다. 김재윤 의원은 무계파 인사였지만 김 지사로 방향을 선회했다.

4선 원혜영 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자치분권연구소’와 김태랑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생활정치포럼’ 등의 싱크탱크와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모임인 ‘머슴골’ 등이 지지그룹이다.

재야·운동권 출신도 포진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김 지사를 돕고 있으며, 최근 경남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된 장영달 전 의원도 김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토사구팽 당하며 공천을 받지 못한 유원일 전 의원도 김 지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김 지사와 정서적으로 맞고 개인적으로 신세진 부분도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김 지사가 출마를 선언한다면 적극 도울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대선캠프의 면면도 구체화되고 있다. 김 지사의 최측근 11인은 지난 16일 경남 창원에서 1박2일간 대선 출마를 전제로 한 전략 수립과 캠프 구성 작업 워크숍도 열었다.

대선캠프 구축
1박2일 워크숍

캠프 대변인은 호남 출신 서울 재선인 최재천 의원이 맡고 기획은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이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김 지사의 외곽 지지그룹 숫자와 규모는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 본격 대선정국으로 접어들기 전 김 지사를 지지하는 이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 있는 정치인’으로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김 지사의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을 향해 성큼성큼 한발을 내딛고 있는 그의 종착지가 과연 어디까지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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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