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 현장취재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18 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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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김두관 사람들’…본격 대선행보 시동 걸었다

[일요시사=경남 창원 이주현 기자]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본격 ‘세’ 다지기에 나섰다. 출마 여부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말들을 쏟아내며 사실상 대선출정식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는 김 지사를 지지하는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김두관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도 있었다. 지난 12일 저녁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 현장을 <일요시사>가 직접 다녀왔다.

김두관 경남지사 출판기념회에는 3000여 명에 이르는 지지자들과 수많은 취재진들이 운집했다. 출판기념회 예정 시간은 저녁 7시였지만 이른 시간부터 많은 이들이 기념회 현장을 찾았다.

특히 김 지사의 고향인 남해군의 지지자들은 관광버스 10여 대를 나눠 타고 김 지사를 응원하러 창원을 방문했다.

행사장내는 순식간에 앉을 자리가 없이 가득 메워졌고 미처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참석자들은 컨벤션센터 내외부를 가득 채우며 장사진을 이뤘다.

부인했지만 사실상의
대선출정식으로 인식

그야말로 대성황이었다. 사전에 준비한 책 3000여 권은 행사 시작 전에 일치감치 매진돼 버렸고 주최 측에서 긴급하게 추가 확보한 2000여 권도 금방 동이나 참석자들은 책을 구입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주최 측은 택배 배달 신청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변의 눈을 의식해 1000만원만 들인 검소한 출판기념회였지만 대성황을 이뤄내 김 지사의 위상과 저력을 과시한 자리로 평가받기도 했다.

출판기념회 전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오늘 대선출마 선언을 하지 않을까 하고 서울에서 기자들이 많이 내려온 듯한테 헛다리짚은 것”이라고 농을 건네며 운을 뗐다.

이어 김 지사는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이 노동자당 후보로 집권한 후 통합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씻고, 좌우 이념을 넘어 통합의 정치를 이뤘고 집권할 때보다 물러날 때 더 지지율이 높았다”고 높이 평가하며 자신이 롤모델로 꼽는 룰라 대통령의 성공이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 등을 소개했다.

또한 룰라가 호세프 정부를 창출한 것을 언급하며 “대선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집권에 성공하고 다음 정부를 창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당시 당선자 신분)이 청와대에 입성해 자신을 도와달라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행정자치부 장관을 맡은 일화와 노 전 대통령과 고건 당시 총리까지 ‘시기상조’라고 반대했지만 특유의 배짱으로 주민투표제를 밀어붙였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3000여 명에 이르는 수많은 인파속에 책은 매진, 성황리에 마쳐 
5승6패 전적 “승률 5할 맞춰야 할 텐데, 올 연말에 승리할까요?”


그는 책 속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자신이 ‘백수’시절 남해 금산을 찾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정부는 자고로 힘들 때 찾아온 사람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산보다는 나아야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출마 여부와 관련해 별로 할 말이 없다”면서도 “여야 후보들을 봤을 때 삶의 궤적을 보면 저처럼 살아온 사람이 드물다”며 자신의 경쟁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오는 19일에는 18개 시·군 순회 도정 설명회를 마무리 지을 계획과 21일부터 24일까지는 중국 출장 예정, 6월30일이 1년의 절반이자 자신의 도정 절반을 지나는 변곡점임을 강조하며 7월에 출마 선언을 할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대선출마를 전제로 한 판세를 묻는 질문에는 “훌륭한 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주자들이 지금 모습으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8~9월에 경선이 이루어지면 각 후보들이 자기 정책을 갖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1위와 2위의 순위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대선 후보 경선은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될 것이라 본다”며 문재인 고문 등 민주당 후보들과의 토론 등을 거치면 자신의 지지율이 급등할 것으로 자신하기도 했다.

‘불환빈 환불균’
좌우명 퍼포먼스

이어 진행된 사인회에는 김 지사의 친필사인을 받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고, 사전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본행사는 개그맨 노정렬씨의 사회로 1부-인간 김두관, 2부-김두관의 비전, 3부-대합창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출판기념회에 빠지지 않는 순서인 내빈소개가 생략되어 눈길을 끌었고 ‘김두관 사람들’ 면면을 파악하고 싶어 주의를 기울였던 기자를 당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행사 관계자는 “오늘 행사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내빈이라는 김 지사의 인식아래 생략했다”고 전했다. 대신 참석자 모두가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 행사가 시작된 직후 김 지사가 노정렬씨와 토크를 시작하며 “제가 선거에 11번 나가 5번 이기고 6번 졌다”며 “승률 절반을 맞춰야 할 텐데 올 연말에 승리할까요?”라고 웃으며 묻자 청중석에서는 ‘김두관’ ‘김두관’이라는 연호가 터지기도 했다.

행사에서 김 지사는 “지방자치시대를 대비해 많은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행정을 해왔다”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적 능력이 뛰어나 아이디어를 갖고 정책·의견을 내는 스타일이었다면, 저는 같이 일하는 분들의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수립해서 추진하고, 성과를 내는 방식이다”고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도지사는 지방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해서 집행하면 완결된다. 중앙부처 장관은 정책을 하려면 다른 부처와 업무 협조가 되지 않아 힘들 때가 있다. 저는 장관(행자부) 7개월 때보다 지금 도지사할 때가 훨씬 보람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사 도중 한 서예가가 김두관 지사의 좌우명인 ‘불환빈 환불균’(백성은 가난함을 근심하지 않고, 불균등함을 걱정한다)을 쓰는 퍼포먼스를 벌여 무대 정면에 걸어놓기도 했다.

김 지사는 “남해종고 다닐 당시 <샘터>라는 잡지에 실린 ‘이달의 고사성어’에서 처음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 밝히며 “지금도 지사실 한켠에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고 경제정의·경제민주화를 이룩하는 게 시급하다”고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2013년 체제를 이끌 정부는 제대로 중앙과 지방이 소통하면서 차별을 없애야 한다. 어느 정부가 되든 결단해야 한다”면서 “IMF 신자유주의 이후 재벌·대기업은 자본 축적이 되었지만 중소기업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게 두 가지다. 하나는 농민들이 생산한 쌀값이고,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다. 차기 정부는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그것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라며 “지금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될 수 없는 구조다. 대기업은 납품 단가를 후려치고 있다. 이 부분을 국가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 영역을 시장에만 맡길 수 없고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강변하자 청중석에서는 “옳소”라는 소리와 함께 또 다시 ‘김두관’ 이름석자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행사장 가득 울린
‘김두관’ ‘김두관’

한편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지난 10일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민주통합당 원혜영, 안민석, 김재윤, 민병두, 문병호, 신장용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부영, 장영달, 김재균, 김태랑, 정한용, 전현희 전 의원 등도 참석했으며, 이병완 전 비서실장(현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윤승용 전 홍보수석 등 참여정부 인사들도 대거 자리를 함께했다.


 이밖에도 유원일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권영길·조승수 전 의원과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 지사의 핵심 조직인 자치분권연구소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원혜영 의원이 “경남도민 여러분이 뽑아주신 김 지사를 많은 국민들이 서민을 대변하는 대통령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경남도민한테 죄송하지만, 김두관 지사를 대한민국을 위해 빌려 달라고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 왔다”고 인사말을 하자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 지사가 대선에 나서기 위해선 가장 힘든 관문인 도민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원 의원은 이어 “궁핍·부정의 시기에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서민을 성공시킬 대통령이 필요하다. 김 지사의 경륜과 철학, 구상을 가지고 서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김두관 지사는 노무현재단 회원이다. 요즘 재단이 복에 겨워 있다. 많이 이끌어주고 만들어주신 분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나서는 것 같다. 이사장으로서 노무현재단이 더욱 발전하려면 김 지사가 꿈을 이루어야 한다. 재단도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다. 저도 아래에서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와 경쟁적 관계가 된 문재인 고문은 “책 출판을 축하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을 심어주는 책으로 되길 바란다”며 축전을 보내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를 축하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허기도 경남도의회 의장은 인사말에서 “좀 전에 원 의원이 김 지사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그러려면 보증서가 있어야한다”며 “많은 도민들이 도정 공백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를 말끔하게 씻을 수 있도록 보증서를 끊어줘야 한다”고 뼈 있는 농담을 날렸다.

김 지사의 고향 친구이자 중·고등학교 동창인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게스트로 나와 “큰 인물이 될지 알았다” “축구를 상당히 잘했다”는 등 김 지사의 어린시절을 회고했다.

신 전 위원장은 이어 김 지사의 영어 이니셜 ‘DK’를 ‘DREAM KOREA, DIGITAL KOREA, DYNAMIC KOREA’라고 의미를 부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는 “저는 김두관 지사가 존경하는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과 나이가 같고, 오는 12월19일(대선 날짜)이 제 생일날이다”며 “만약에 김 지사가 12월19일 꽃다발을 많이 받게 되면 저한테도 하나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김 지사의 대선승리를 우회적으로 응원했다.

“박근혜 대항마는 나 자신! 지지율은 변하기 마련!”
원혜영 “대한민국을 위해 김두관 지사를 빌려 달라”

김 지사는 마지막 발언으로 “많은 국민들이 정권교체의 기대를 갖고 있는데,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시대교체도 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노동자·농민 등 서민의 삶이 좋아지는 따뜻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소개 영상 시청과 사회자 노정렬씨의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풍자 성대모사 등으로 즐거운 분위기 속에 이어진 출판기념회는 김 지사와의 포토타임과 대합창을 피날레로 성황리에 마쳤다.

김 지사는 출판기념회 직후 마련된 기자들과 ‘호프타임’도 가졌다. 바쁜 일정상 오랜 시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출판기념회로 김 지사의 대선행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김두관 사람’들 면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친노그룹부터 재야그룹, 정동영계, 천정배계, 동교동계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속속 결집하며 민주당내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중 핵심인사는 친노 그룹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있다. 이 전 수석은 한때 손학규 상임고문을 도왔으나 현재는 김 지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윤 전 홍보수석도 김 지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병완 전 비서실장의 경우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비추긴 했지만 문재인 고문에 이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어 김두관 사람으로 규정하기는 무리라는 평가다.

민병두·강창일 의원은 과거 정동영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이고 문병호·최재천 의원은 천정배계였다. 안민석 의원은 손학규계, 배기운 의원과 김태랑 전 의원은 동교동계 출신이다. 김재윤 의원은 무계파 인사였지만 김 지사로 방향을 선회했다.

4선 원혜영 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자치분권연구소’와 김태랑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생활정치포럼’ 등의 싱크탱크와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모임인 ‘머슴골’ 등이 지지그룹이다.

재야·운동권 출신도 포진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김 지사를 돕고 있으며, 최근 경남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된 장영달 전 의원도 김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토사구팽 당하며 공천을 받지 못한 유원일 전 의원도 김 지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김 지사와 정서적으로 맞고 개인적으로 신세진 부분도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김 지사가 출마를 선언한다면 적극 도울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대선캠프의 면면도 구체화되고 있다. 김 지사의 최측근 11인은 지난 16일 경남 창원에서 1박2일간 대선 출마를 전제로 한 전략 수립과 캠프 구성 작업 워크숍도 열었다.

대선캠프 구축
1박2일 워크숍

캠프 대변인은 호남 출신 서울 재선인 최재천 의원이 맡고 기획은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이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김 지사의 외곽 지지그룹 숫자와 규모는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 본격 대선정국으로 접어들기 전 김 지사를 지지하는 이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 있는 정치인’으로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김 지사의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을 향해 성큼성큼 한발을 내딛고 있는 그의 종착지가 과연 어디까지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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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