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주현 기자] 19대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급부상했다. 과거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검풍 등 갖가지 변수가 떠올랐지만 다름 아닌 올림픽이 최대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열리는 런던올림픽이 경선기간과 겹쳐 흥행에 실패하고 ‘그들만의 축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여야는 모두 일정 조정을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촌의 축제인 올림픽이 연말 대선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제30회 런던올림픽(7월27일~8월12일)이 경선기간과 겹쳐 예비주자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경선기간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림픽이 열리면 대선후보 경선을 비롯한 정치이슈가 국민의 관심사와 언론보도의 우선순위 모두를 삼켜버릴 ‘블랙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축제’ 전락?
경선관리위원회를 꾸리고 한창 대선후보 경선을 준비 중인 새누리당과 예비후보들이 너도나도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런던올림픽 이후에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중 포문을 연 것은 새누리당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다. 임 전 실장은 언론과 라디오 인터뷰, 기자회견에서 줄곧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올림픽 기간에 경선을 치르는 것은 옳지 않다. 최소한 올림픽이 지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레이스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올림픽 이후 경선을 치를 것을 당에 재차 요구했다.
민주통합당에서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 역시 “지금 당원들과 국민들은 대략적으로 (올림픽이 끝나는) 8월 말쯤으로 예측하고 있다. 런던올림픽과 함께 이번 경선이 아주 공명정대하고 민주적으로 축제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올림픽 후 경선이 치러지길 기대했다.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올림픽이 가진 ‘매체장악력’ 때문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큰 스포츠 축제가 열리면 국민의 관심사와 이슈가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점을 미루어 볼 때 대선후보 경선쯤은 올림픽에 묻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스포츠 행사에 높은 국민적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구상에서 올림픽 중계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로 분류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다.
또한 올림픽이 갖는 정치적 효과를 감안할 때 올림픽의 결과가 경선은 물론 본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간과 할 수 없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할 때 이명박 대통령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만세를 부르는 사진이 각종 신문 1면에 실려 나가자 촛불집회로 궁지에 몰렸던 이 대통령의 여론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민심 흐름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이런 현상을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측면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대통령이라도 스포츠를 이용할 것”이라며 “안 하는 게 바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흥행 실패 우려, 경선 일정 한 달 연기될 것으로 보여
메달 수 오르면 여당 지지율 올라가는 특유의 사회현상
임 전 실장이 올림픽 기간에 경선이 열리는 것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청와대에서 실무를 맡은 경험이 있기에 스포츠 이벤트가 가지는 파급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각종 언론이 연일 올림픽 보도만 하면 경선은 묻혀 자신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릴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메달 수가 올라가고 높은 순위를 차지하면 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 한국 사회의 특유한 현상이기 때문에 비주류로 전략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림픽 자체의 정치성 때문에 이번 올림픽 결과가 대선후보 경선, 나아가 연말 대선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 여야는 모두 올림픽 이후로 경선 시기를 늦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의 당헌·당규는 대선 120일전인 8월21일까지 대선후보 경선을 마무리하도록 되어 있지만 경선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개정을 하더라도 올림픽 종료 직후 시작해도 전국 16개 광역시·도를 순회하는 기간을 한 달쯤으로 잡으면 9월 중순께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민주통합당은 ‘상당한 사유’가 없을 경우 대선 180일전인 6월21일까지 대선후보 경선을 마무리 하도록 되어 있지만 새 지도부가 구성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경선 룰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는 상황이라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이해찬 대표는 올림픽이 끝난 뒤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쪽으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중 경선 룰을 확정하고 올림픽 직후 경선에 들어가 9월 중순 대선후보를 선출한다는 시나리오다. 이어 11월 초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단일화하는 이른바 ‘2단계 경선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민주당 대선 경선의 역동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 대표가 “선거인단 300만 명을 모을 것”이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대형 정치 이벤트를 거쳐 선출된 민주당 후보라면 누가 돼도 정당 기반 없는 안 원장과의 승부에서 유리할 거란 판단에서다.
엄청난 ‘매체장악력’
이처럼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경선기간 조정을 검토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다.
경선룰이 확정되지 않은 새누리당과 시간이 촉박한 민주당 모두 올림픽이 경선기간 연기의 하나의 명분으로 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심 흐름에 민감한 정치인들의 특성상 올림픽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는 것은 또 하나의 변수이자 숙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세계인의 축제 뒤에 치러질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샴페인을 터뜨릴 자는 누가 될 것인지 결과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