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한성주 4차 공판 불꽃 튀는 쟁점

갈수록 깊어지는 상처 "결자해지는 어렵나?"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작년 말부터 시작됐던 방송인 한성주와 그의 전 애인 크리스토퍼 수의 4차 공판이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번 재판에서 주목할 점은 원고 측 크리스토퍼 수의 모친이 직접 증인으로 나선다는 점이다. 한성주의 입장에 반박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크리스토퍼 수의 모친과 여기에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 한성주의 치열한 진실공방전의 현장에서 공판의 주요 쟁점을 들여다봤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4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은 마치 러시아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수많은 차량들이 줄을 지었다. 법원 안 역시 많은 사람들이 각자 개인의 용무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간혹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서성거리는 타 언론사 기자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생각만큼 많은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진 않았다. 당일은 한성주와 그녀의 전 애인 친모가 직접 참석해 공판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판시간 30분 전에도 4차 공판이 열릴 460호 법정 앞은 ‘개정중’이란 세 글자와 5~6명 내외의 기자들만 자리를 지켰을 뿐 매우 한산했다. 공판시간인 4시가 점점 가까워지면서부터 이내 하나둘씩 기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허무했던 공판 현장
 
그때 크리스 측 변호사가 먼저 모습을 나타냈고 "오늘은 건질 것이 없는데 기자 분들이 왜 이렇게 많이 오셨냐"며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재판 역시 사건 당사자들은 부재였고 양측 변호사들만 참석해 비공개 재판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었던 크리스토퍼 수의 친모와 한성주 측에서 내세운 증인 2명도 불참하면서 불꽃 튀는 공판현장의 모습을 기대하기엔 어려웠다.

당초 공판을 방청하려던 많은 기자들은 법정 안에 들어서자마자 재판관에 의해 내쫓기면서 판결이 끝날 때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해야만 했다.  


이 사건은 방송인 한성주의 전 애인인 크리스토퍼 수가 당사자 동의 없이 둘만의 은밀한 동영상을 온라인상에 무차별하게 유포하면서 터진 연예인 섹스동영상 유출사건이다. 한동안 그녀의 동영상은 누리꾼 사이에서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이후 크리스토퍼 수는 "어느 날 한성주가 보복행위로 7명의 남자와 동행해 8시간 동안 자신을 감금한 채 집단폭행을 가했다"며 폭행혐의 형사고소 및 5억 원의 민사소송을 내걸었다. 하지만 한성주는 "그가 나를 모독하려 없는 얘기를 지어낸다"며 명예훼손으로 그를 맞고소 했다.

이는 곧 진실공방과 함께 장기적인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고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놓으며 논쟁의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한성주 측은 지금까지 나왔던 사실 중에 지난해 3월 폭행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8시간 동안 본인을 포함한 남자 7명과 크리스토퍼 수가 함께 있었던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결코 폭행을 가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때 크리스토퍼가 작성한 각서 또한 수의 동의가 없으면 쓸 수 없다"며 원고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면 크리스토퍼 측은 "당시 폭행이 있었고 각서도 한성주 측의 강요에 의해서 작성됐다"고 반발하며 "동영상은 자신이 가지고 있었으나 유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은 엄연히 정황증거로밖에는 볼 수 없고 구체적인 물증이 따로 남아있지 않아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한성주와 크리스토퍼 간의 애매한 입장표명이 날로 증가하면서 재판만 길어지게 된 셈이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30여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460호 법정의 문이 열리고, 양측 변호사들은 나오자마자 누군가에게 쫓기듯 걸음을 재촉했다. 기자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각자 편을 나눠 변호사 옆에 붙었다. 그리고는 당일 재판 결과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한성주 측, “사건 당일 7명의 남자와 있었던 것은 사실”
크리스 측, “보복 폭행 맞다…크리스 직접 참여할 수도”


한성주 측 변호사는 "언론에 익히 알려진 대로 당시 한성주와 남자 7명, 크리스토퍼가 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측이 주장하는 폭행은 일어난 적도 없었고 모두 거짓말"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판사도 '크리스토퍼 본인이 참석하면 순조롭게 종결될 수 있는 사건을 자취를 감추고 안 나오는 이유가 뭐냐'며 크리스토퍼 측에 물었다"고 재판관의 말을 전했다.

또한 이날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크리스토퍼 친모의 불참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에서 크리스토퍼의 증인신청을 기각한 일"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한성주의 새 거처와 남자친구에 관련해서는 대답을 회피했으며 "재판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크리스토퍼 측의 입장도 들어봐야 했다. 특히 크리스토퍼 측 변호사는 기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다양한 질문세례를 받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크리스토퍼의 모친이 증인에 불참하게 된 것은 법원의 기각판결 때문이 아니라 양측 합의로 인해 연기 된 것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한성주의 보복 폭행은 절대 사실이고 크리스토퍼가 홍콩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그를 간호했던 친구가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으나 다음 공판으로 연기 됐다"며 "재판이 지지부지하게 길어진다면 크리스토퍼가 법원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고 크리스토퍼의 직접적인 재판참여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서로 상반된 의견

이로써 양측 변호사의 대변으로 4차 공판은 허무하게 일단락 됐고 7월16에 있을 5차 공판을 기다려야만 하게 됐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누구의 말이 사실인 지는 정작 아무도 모른다. 한성주와 크리스토퍼 수 이 두 사람만이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이 소송은 장기적인 논란만 일으키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종결 될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진흙탕 속 설전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려면 원고와 피고가 직접 재판에 참여해 정당하게 증거제출 및 증언을 해야한다. 오는 7월에 열릴 다음 공판이 한성주와 크리스토퍼 수의 마지막 설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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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