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홍정순 기자] 18대 국회가 지난달 29일 막을 내렸다. 18대 국회 당시 여성 의원의 수는 역대 최다인 41명을 기록했다. 때문에 여성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의 발휘로 18대 국회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다. <일요시사>는 여성정치의 희망을 보여준 ‘스타’ 여걸(女傑) 3인방과 18대 국회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러져 간 ‘추락’ 여걸 3인방을 조명해봤다.
18대 국회가 지난달 29일 4년간의 임기를 마감했다.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임기 내내 민생은 제처 두고 여야 간 쟁점현안마다 투쟁과 대립·폭력을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에 부작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간 ‘들러리’ 정도로 여겨졌던 여성정치인은 18대에서 위력이 급상승했다. 18대 국회에서는 41명의 여성의원이 금배지를 달았고 여야 모두 여성 당대표를 탄생시켰다.
평가는 ‘극과 극’
하지만 여성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때로는 부드러움으로 때로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스타로 등극한 여성의원이 있는 반면, 18대 국회의 오명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추락한 여성의원도 있다.
먼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름값을 톡톡해 해냈다. 내곡동 사저 논란과 디도스 파문 등 대형 악재가 줄줄이 겹치며 만신창이로 전락한 한나라당에 박 전 위원장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어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외부 인사들로 비상대책 위원회를 구성하며 과감한 쇄신을 단행했다. 하지만 ‘돈 봉투 살포’라는 폭탄이 다시금 당을 뒤흔들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꿨고, 좌클릭 논란 속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정강정책을 만들었다.
현역 물갈이라는 승부수로 불거진 당내 공천 잡음과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불거지며 새누리당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전국구 총선 유세라는 강행군을 펼치며 과반의석 확보로 선거 판세를 뒤집었다. 그야말로 ‘선거의 여왕’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 때문에 12월 대선을 향한 박 전 위원장의 발걸음에는 더욱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가장 뜬 여성정치인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나섰지만 야권후보경선에서 박원순 시장에 아쉽게 석패했다. 하지만 ‘정치인 박영선’으로서는 플러스가 많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과거 각종 선거의 단일화 과정에서 어김없이 등장했던 ‘단일화 갈등’이 이번에는 거의 없었다는 점도 박 의원의 ‘깨끗한 승부’ 스타일을 당원 및 지지자들에게 폭넓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여풍’ 불어 닥친 18대…반짝반짝 빛나던 인사 누구?
스텝 꼬일 대로 꼬이며 회한 곱씹어야 할 인사는 누구?
여기에 각종 인사청문회나 상임위원회 등에서 높은 전문적 식견과 정보력, 통찰력 등을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박 의원은 당내 신주류로 자리 잡아가는 양상이다. 이러한 박 의원이 정치적 내공을 계속 쌓아간다면 ‘민주당의 박근혜’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초선임에도 ‘4대강 저격수’라는 두드러진 활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민주당 비례대표 17번이었던 김 전 의원은 2009년 11월 국회에 입성하며 뒤늦게 합류했다. 주가조작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정국교 전 의원의 자리를 승계했다. 특히 김 전 의원이 4대강 저격수로서 보인 존재감은 때때로 298명을 압도했다는 평이다.
지난 4ㆍ11 총선에서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트위터상에서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열풍이 불 정도였다. 게다가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치는데도 사람들은 그를 차기 정부의 국토부 장관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반면 ‘얼짱 정치인’으로 유명한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은 악재가 겹치며 ‘3선 꿈’이 산산조각 났다. 특히 그는 똑순이 이미지로 승승장구를 거듭했지만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10ㆍ26 선거를 앞두고 ‘자위대 행사 참여’에 이어 ‘1억 피부과 논란’에 휘말리면서다. 게다가 현직 여검사의 폭로로 나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이 불거지며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었다. 복병으로 등장한 남편에 19대 국회 불출마를 선언하게 됐고 8년간 몸담았던 국회를 떠나게 됐다.
‘독설가’ 전여옥 전 의원 역시 만신창이 상태다.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국민생각 비례대표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여기에 전 전 의원이 1993년 발표된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가 표절이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제 원작자인 재일언론인 유재순씨로부터 수십억원대의 역소송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 전 의원은 당초 <일본은 없다>가 100만부 이상 판매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 책으로 인해 인생에 크나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권력무상이라더니…
‘진보 아이돌’로 급부상했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부정선거 파문으로 치명적 내상을 입게 됐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010년 민주노동당 사상 최연소로 당대표에 당선되며 주목받았다. 이후 노동현장에서 온몸을 내던지며 투쟁했던 경험으로 스타정치인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관악을 지역에서 김희철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경선을 치르면서 이 전 대표의 여론조작 시도가 들통이 났다. 때문에 이 대표는 나흘간 버티다 후보직을 사퇴해야만 했다. 여기에 비례대표 경선 파문으로 이른바 ‘당권파=종북’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