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필드 위에 부는 '컬러열풍'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07 10:23:52
  • 댓글 0개

형형색색 화려한 '색의 전쟁'…남녀가 따로 없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골프장에 때 아닌 '색의 전쟁'이 벌어졌다. 형형색색 의상은 기본이고 공, 클럽, 가방, 신발 등 각종 용품에까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총천연색이 등장한다. 골프장을 떠올릴 때 흰색 공에 검은색 클럽이란 선입견은 이제 금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성골퍼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화려한 오렌지색이나 핑크색을 이젠 남성골퍼들도 주저 없이 선택하고 무리 없이 소화하기 때문이다. 그 트렌드를 <일요시사>가 따라가 봤다.  

요즘 골프계는 컬러열풍이 드세다. 골퍼들의 옷차림은 물론 각종 골프용품에서도 화려한 컬러가 붐을 일으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골프는 그동안 복장 규정이 까다로워 개성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지금은 옷과 클럽, 가방, 볼, 신발 등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컬러를 맘껏 뽐낼 수 있다.

프로들이 일으킨 컬러바람
일반 골퍼들에게도 열풍으로

프로선수들도 존 댈리의 엽기바지, 패셔니스타 이언 폴터 정도만이 눈에 띄었지만 지금은 핑크마니아 폴라 크리머와 버바 왓슨, 오렌지 컬러의 리키 파울러, 패션리더 김하늘, 안신애 등 프로선수들도 클럽과 의류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볼도 볼빅의 컬러볼이 등장한 이후 이제는 야간 라운드나 겨울 라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됐다. 젝시오의 4컬러 볼도 많은 골퍼들이 찾고 있으며, 캘러웨이도 에이펙스 컬러볼을 생산하고 있으며, 타이틀리스트도 컬러볼 라인을 내놓기 시작했다.

금속 소재의 성질 그대로를 보여주던 골프클럽도 화려하게 바뀔 수 있다는 획기적인 시도 중 하나다. 지난해 코브라 푸마골프의 ZL드라이버와 테일러메이드의 R11과 버너의 하얀색 헤드는 클럽 변천사에 기록될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게다가 성능까지 우수해 프로선수들은 물론이고 아마추어골퍼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 됐다.

테일러메이드는 올해도 신제품인 R11S와 로켓볼즈에 화이트 색상을 사용해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그러나 업계들의 노력이 화이트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브라에서 새로 내놓은 앰프(APM)시리즈는 모델명을 모두 오렌지색으로 새겼다. 때마침 오렌지색 마니아인 리키 파울러(미국)와 올해 새로 용품계약을 맺으면서 국내에서는 출시되기도 전에 주목받았다. 앰프는 드라이버는 물론이고 아이언과 웨지까지 오렌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드라이버는 특히 색상에 따라 무게를 달리한 독특한 설계를 내세운다.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헤드의 오렌지 부분은 얇게 처리하고 블랙부분은 15g까지 무게중심을 더 심어 비거리와 탄도를 최적화했다. 화려하게 치장만 한 게 아니라 기술과 디자인을 함께 배려한 점이 눈길을 끈다.

드넓고 푸르른 필드에 흑·백·오렌지·핑크까지 '총천연색' 

클럽, 볼, 옷, 골프화 등 각종 용품에 온갖 색을 입히다 

혼마골프는 '베레스 셀렉트 오더시스템'으로 무려 1800종류가 넘는 색상 조합이 가능하다. 헤드가 14색, 샤프트가 12색, 그립이 11색이다.

특히 일부의 헤드, 샤프트에 채용되는 그라데이션 컬러는 일본 사카타공장 장인들이 밑바탕을 칠한 다음 바깥쪽부터 색을 입혀나가는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하나를 만들기 위해 5, 6겹의 덧칠과 도장을 해야 한다. 균일한 두께로 칠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도 숨어 있다.

아담스골프의 스피드라인 패스트12는 지난 모델인 F11과 차별화해 이번에는 회색 무광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클리브랜드의 2012년형 드라이버는 아예 이름을 '블랙'으로 지었다. 이름 그대로 헤드가 검은색이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모델 가운데 가장 가벼운 265g이다.

여기에 국산 샤프트로 세계적으로도 호평받고 있는 MFS의 클럽과 샤프트는 컬러바람에 크게 기여한 브랜드 중 하나다.

흰색과 검은색이 주류를 이루던 골프화 역시 아쿠쉬네트의 풋조이 골프화 '마이조이'처럼 다양한 컬러가 골퍼들을 사로잡고 있다. 일상생활에도 신을 수 있는 에코골프화의 스트리트 시리즈도 인기다.


남자용 핑크 드라이버도 인기다. 버바 왓슨(미국)은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장타부문 1위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313.1야드에 이른다. 주말골퍼의 부러움을 살만한 왓슨은 올 시즌 헤드와 샤프트가 온통 핑크색으로 된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다. 핑의 '핑크 G20'모델이다. 핑은 왓슨이 300야드 이상을 날릴 경우 300달러씩 자선기금을 적립해 6만1600달러를 모았다.

"핑크 드라이버면 어때!"
왓슨 우승 후 문의 폭주

왓슨은 올해 드라이버 평균 거리에서 316.9야드를 날려 1위에 올라 있다. 48회 드라이브샷 을 날려 이 중 37회 300야드를 넘겼다. 1만1100달러를 모금한 꼴이다.

사실 왓슨 정도의 장타자면 칠 때마다 300야드 이상을 날릴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무리 PGA투어 장타자라고 해도 300야드 이상을 치기가 만만치 않다. 올해 두 번에 한 번꼴로 300야드 이상을 친 선수는 19명뿐이다. 왓슨의 77% 확률은 경이적인 수치다. 300야드 이상 칠 확률 2위에 오른 제이슨 코크락은 67%로 뚝 떨어진다.

당초 이 모델은 남자 골퍼가 소화하기에는 너무 튀는 색상 탓에 비호감 제품으로 분류돼 일반인 대상 판매를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왓슨이 4월 첫 주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핑은 5000개의 핑크 드라이버를 한정 생산해 6월 1일부터 출시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소비자 가격은 430달러(약 49만원). 국내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5000개를 한정 발매하며 한국에는 50개가 들어온다. 왓슨은 자선단체 기부를 위해 올 초부터 헤드와 샤프트까지 핑크색으로 칠한 드라이버를 썼다. 왓슨이 300야드 이상 드라이브샷을 때릴 때마다 핑이 300달러를 기부하고 왓슨도 돈을 낸다. 총 100만달러를 모아 미국 피닉스 지역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일반인용으로 제작하는 핑크 드라이버의 판매금액 중 5%도 이 자선기금에 보탠다.

핑을 수입 판매하는 업체의 마케팅팀의 관계자는 "한때 부정적인 반응이 많더니 왓슨의 우승 후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50자루를 수입해 40자루 정도를 판매한 뒤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판매가는 보통 G20과 같은 57만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왓슨의 우승으로 국내에서만 120억원의 홍보 효과를 봤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었다.

왓슨의 드라이버는 로프트 8.5도에 44.5인치 샤프트가 장착됐다. 샤프트는 무게를 늘리기 위해 헤드 쪽 부분이 스틸 소재로 돼 있다. 일반 판매용의 경우 오른손잡이용은 로프트 9.5도, 10.5도, 12도이며 왼손잡이용은 로프트 10.5도로 만들어진다. 여성용(로프트 12도)도 나온다.

배상문 블랙 드라이버도 화제
미국에선 살 수 없어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화제를 모은 또 하나의 드라이버는 다름 아닌 한국의 슈퍼 루키 배상문(26ㆍ캘러웨이)의 블랙 드라이버다.

배상문의 블랙 드라이버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미국 골프용품사인 캘러웨이 제품이지만 미국에서는 사려고 해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배상문이 사용하는 드라이버는 레가시 블랙으로 헤드는 검은색이고 페이스는 단조 티타늄으로 된 전통적 형태의 클럽이다. 하지만 판매는 아시아와 호주에서만 이뤄진다. 미국 본토에서는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이유다.

배상문이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8강에 오르고,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는 연장전 끝에 공동 2위를 차지하자 이 드라이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료출처 : <월간골프> 제공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