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건평 괴자금’ 수사 노림수

  • 홍정순 jshong@ilyosisa.co.kr
  • 등록 2012.05.29 10: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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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찰’ 노풍 기선제압 나섰나?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5월은 노무현입니다.” 5월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전국적 추모행렬이 정점을 찍으며 여기저기서 들리는 목소리다. 하지만 올해 추모식은 어쩐지 찬물이 끼얹어진 분위기였다.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괴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검찰이 건평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측근 계좌에서 뭉칫돈이 발견됐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 하지만 불과 나흘 뒤 검찰은 스스로의 발언을 뒤집었다. 민감한 시기에 발맞춘 설익은 의혹제기에 검찰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뭉칫돈은 사업 자금일까? 검은돈일까?”

창원지검은 지난 18일 “노건평씨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영재고철의 소유주 박영재씨의 계좌에서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발견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평씨가 공유수면 매립과정에 개입해 9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었다.

검찰의 언론플레이?

검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는 문제의 계좌로 수백차례 돈이 입출금됐던 점과 퇴임 후에는 거의 입출금 흔적이 없던 점 등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즉각 보수언론들은 대서특필했고 순식간에 불붙은 ‘노건평 괴자금’ 사태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특히 검찰의 이번 발언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맞물리며 급속도로 파문이 확산됐다.

건평씨는 즉각 “정치적 표적수사”라고 반발했다. 그는 “혹시나 해서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박씨 사업과 관련해 청탁전화를 했거나 거래를 한 적이 없다”면서 “뭉칫돈은 나와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계좌주인으로 지목된 박씨도 뭉칫돈에 대해 “사업자금일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박씨는 지난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검찰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박씨는 검찰의 뭉칫돈 주장에 대해 “2005년부터 동생의 계좌에서 왔다 갔다 한 돈이 500억원 가량 된다”며 “250억원이 잔고로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장 많았을 때도 2~3억원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건평씨와는 중학교 선후배 사이다”면서도 “금전거래는 일절 없었다”고 전했다. 박씨는 운영하고 있는 고철사업체가 참여정부 들어 급성장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철 값이 올라서 매출액이 늘어난 것이다”며 “거래된 돈은 건평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 역시 불과 나흘 뒤 스스로 말을 뒤집었다. 이준명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계좌의 뭉칫돈을 건평씨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뭉칫돈이 머물러 있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

다시 말하면 검찰이 계좌의 돈이 건평씨와 직접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으며, 그간 입출금된 금액 합계가 수백억원일 뿐 현재 계좌에 남아있는 금액과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차장검사는 “현재 조사를 하면서 (뭉칫돈의 성격을) 알아가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추모행렬 정점 찍을 무렵 검찰의 폭탄발언
피의사실 공표로 형님 의혹 제기…문재인 겨냥했나?

검찰은 여전히 건평씨가 수백억원대 뭉칫돈의 거래내역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돼 있을 것이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농협 진영지점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해 관련자료를 확보했으며, 분석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게다가 대검에서 계좌추적팀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이 폭발력이 강한 사안에 대해 수사가 아닌 확인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공개한 시점과 방식이다. 검찰이 자금조성 경위나 규모, 사용처와 관련자 조사 등 기초적인 수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평씨와 관련이 있는 듯 서둘러 공개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 검찰 스스로 나흘 뒤 말을 바꾼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무책임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검찰은 ‘건평씨 300억 차명계좌 의혹’이라는 어마어마한 휘발성 발언을 해놓고서는 정작 그와 관련한 영장도 청구하지 않고, 수사도 시작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누구의 돈인지조차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건평씨의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이번 의혹 제기를 통한 모든 정치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건평씨 측에서는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한 검사를 고소하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과거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 곽노현 교육감 등 정치성을 띤 수사 때마다 피의사실 공표로 논란을 빚었다. 특히 이때마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 3주기 추모식을 앞둔 시점에 검찰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공개한 것을 두고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비리가 있으면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간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검찰이 또 다시 민감한 시기에 설익은 의혹을 제기한 의도 자체가 불순하고 의심스럽단 지적이다.

노무현 그림자 노렸나?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둔 최근 정국의 최대 이슈는 정부의 실정과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의 비리 등 MB정권의 초대형 악재들 투성이다. 이는 참여정부와 MB정부의 비교 학습효과로 유권자들의 회고적·응징적 성격의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게다가 5월이면 ‘노풍’이 정국을 휘감아왔다. ‘노건평 괴자금’에 대한 발언 시기를 두고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 검찰의 노림수가 빤히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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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