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6주년특집>여야 원내사령탑 특별대담-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25 16: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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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친이·친박은 없다…화합으로 정권 재창출할 것”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19대 국회 개원과 대통령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점, 새누리당의 19대 1기 원내사령탑으로 이한구 의원이 선출됐다. 4선 중진의원으로 ‘정책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원내대표는 정권 재창출이란 지상목표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중책을 맡게 됐다. 따라서 이 원내대표는 본격 대선 정국을 앞두고 총선 주요공약을 입법화하는 데 선봉장으로 나설 예정이다. 그것이 연말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란 판단 때문이다. 창간 16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여야의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소신에 찬 정견과 원내 운영전략을 들어봤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책실장, 정책위부의장을 거쳐 정책위의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역임한 ‘정책통’인 동시에 재무부의 요직과 대우경제연구소 사장 등을 거친 ‘경제전문가’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부문 ‘씽크탱크’로 잘 알려진 이 원내대표는 경제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소신 있는 발언으로 당은 물론 대통령과도 대립각을 세우기 일쑤였다.

그의 홈페이지에 있는 ‘화재신고는 119, 경제정책은 219(이한구)’라는 문구만 봐도 그가 경제정책에 얼마나 확신에 차 있는지를 익히 알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의 뿌리 깊은 계파갈등에 대해 “이제 새누리당에 친이니 친박이니 하는 것은 없다”며 “대선과정에서 계속 친이·친박을 운운한다면 정권재창출은 요원하다”고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원내대표로 선출되었기 때문에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는 “새누리당 후보가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아 부을 것”라고 정권 재창출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가장 시급하고 큰 과제로 ‘19대 국회 개헌’을 언급하며 “잘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밝힌 이 원내대표는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이뤄내는 원내대표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이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새누리당의 19대 국회 1기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이라 어깨가 무거울 텐데, 소회와 각오는?
- 4선 의원이 되었고, 당을 위해 모든 역량을 바쳐야 할 때라고 생각해서 원내대표에 출마한 것이다. 우리당 당선자들께서 저를 원내대표로 선택하신 뜻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 더욱 치밀한 국회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 우리 국회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운영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상당히 어렵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일자리 문제를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삼아나갈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것은 큰 문제다. 성장이 일어나도 국민 다수의 삶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 경제, 공정 사회에 대한 국민적인 요구가 높다. 이런 문제들을 다양한 정책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이다.

▲ 여야 간 ‘대화의 정치’를 위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어떻게 공조해 나갈 것인지?
-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정경험이 많으신 분이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함께 대화해 나간다면 여야 간 원만하게 국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또 내가 추구하는 것이 상생의 정치다. 여야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협조해 나갈 것이다.

▲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권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에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할 예정인지?
- 대선을 앞두고 원내대표로 선출되었기 때문에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모든 당원의 책무다. 정기국회 기간이 본격적인 대선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국회가 정치공방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우리가 공약하고 국민들과 약속한 정책들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에 집중해 나갈 것이다. 차근차근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 황우여 대표 당선으로 ‘황우여-이한구’ 체제가 구축됐다. 호흡을 어떻게 맞춰 나갈 예정인지?
- 황우여 대표는 굉장히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분이시고, 늘 화합을 강조해 오신 분이시다. 특히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당내 결속과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시기이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어 가는 만큼 늘 협력하고 소통해서 당이 국민들께 신뢰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 언론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지.
- 언론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단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최근의 언론파업은 언론사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불법파업이고, 정치파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언론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다. 그런데 언론파업 문제를 정치권이 개입해서 풀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언론사도 기업이기 때문에 노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4선의 중진의원, ‘정책통’ ‘경제통’으로 평가 받는 ‘미스터 쓴 소리’
“이제 새누리당에 친이니 친박이니 하는 것은 없다” 당내 화합 강조

▲ 최근 안철수 원장의 정치입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표하면서도 영입론을 펼쳤는데 그 배경과 안 원장을 평가한다면?
- 안철수 원장은 많은 젊은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고 본인의 전문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다. 본인의 전문성을 더욱 살려서 전문분야에서 세계적인 인물이 되는 것도 국가를 위해 좋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 정치에 참여한다면 국가비전과 전략을 밝혀야 한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새누리당의 비전과 가치에 뜻을 같이한다면 누구든지 나라발전을 위해 함께 뜻을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안 원장도 그 중의 한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젊은층의 여론이 새누리당에 호의적이지 않은데?
- 대부분의 젊은층은 새누리당에 등 돌리고 있다. 사실상 새누리당의 정책이 민주통합당 정책보다 젊은층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정책이 더 많다. 하지만 희한하게 젊은층은 민주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때문에 젊은 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을 많이 만들고 아울러 이러한 정책을 잘 홍보하는데 일조할 생각이다. 그리고 더욱더 소통에 힘쓰고 다방면적인 (정책구상 등)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당내 화합을 제1가치로 생각하겠다” “친이·친박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랜 계파 갈등의 골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 이제 새누리당 내에 친이니 친박이니 하는 것은 없다. 대선과정에서 아직도 친이·친박을 운운한다면 정권재창출은 요원하다. 국민들 역시 그런 계파갈등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인재를 고루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능력 위주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서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대기업 정책’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 일감몰아주기라든지 하도급 문제 등 대기업들이 고쳐야 할 부분이 정말 많다.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바로잡도록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기업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거나 기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나라에도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기업에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서 기업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정한 경제,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기업과 정치권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한국경제를 전망해 본다면?
- 그리스가 연정에 실패하면서 또다시 유럽이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상당히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얼마나 안 좋아질 것이냐 하는 것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한가하는 부분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정부의 입장도 들어봐야 할 것이다.

▲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박영준 전 차관 등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이 줄줄이 구속 수감되고 있다.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면?
- 측근비리 자체를 정치적 공방으로 몰아가는 것보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국민적 의혹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일각에서 얘기하고 있는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은 별로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수 없다. 부정부패나 비리가 있을 때는 검찰이 먼저 수사해서 정확한 사실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도 부족하다면 특검을 해야 할 것이다.


“당 후보가 대통령 당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모든 당원의 책무”
“최루탄 터트린 막장국회, 상생·화합의 정치 이루는 원내대표 되겠다”

▲ 통합진보당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입장은 어떠한지?

- 최근 통합진보당의 문제들은 진위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단 언론에서 나온 내용을 볼 때 국민들께서 굉장히 실망이 크실 것이다. 정당 내의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이기 때문에 당내의 민주적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회의원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을 대표하여 일하는 헌법기관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이 부정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국회 상임위원회 증설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원구성 협상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상임위 증설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는데 타당성을 주장한다면?
- 상임위를 증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왜냐하면 지금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불신을 받고 있고 그동안 많은 실망도 드렸다.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상임위에서 보다 심도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소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 이 원내대표가 꿈꾸는 원내대표의 모습은.
- 최근 우리 국회는 정쟁의 장이자 여야 대결의 장이었다. 최루탄까지 터트려서 막장국회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국민들께 정말 면목 없고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원내대표가 여야의 최전선에 서서 싸움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로 국민들에게 인식되었는데 이제 그러한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이뤄내는 원내대표가 되고 싶다. 또한 당 소속 의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성 확보에도 역점을 둘 것이다.

▲ 원내대표 재임기간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원내대표 재임기간이 바로 대통령선거 기간이다.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서 정권을 재창출 해 내는 것이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덧붙여 제 임기가 내년 5월까지 1년간이다. 따라서 정권을 재창출 하고 난 뒤에 우리 당이 목표하는 공약과 정책들이 법안으로 입안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이한구 신임 원내대표 프로필>


▲ 1945년 경북 경주 출생
▲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영학과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 미국 KANSAS주립대 경제학 박사
▲ 행정고시 합격 (7회)
▲ 재무부 서기관 (금융제도심의실)
▲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실 서기관 (재무부, 경제기획원 담당)
▲ 재무부 이재국 이재과장, 외환국 외화자금과장
▲ (주)대우경제연구소 사장
▲ 한나라당 경제대책특별위원회 위원
▲ 국회 재정경제위 위원·예산결산특별위 간사
▲ 17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 17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
▲ 한나라당 한.미 FTA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 국회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창출을 위한 특위 위원장
▲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 18대 총선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 18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 18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 18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 새누리당 원내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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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