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6주년특집>여야 원내사령탑 특별대담-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25 16: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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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악법과 불합리한 제도 혁신하고 바로 잡겠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대통령선거와 전당대회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1기 원내사령탑으로 박지원 전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경선기간 내내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역할분담론(이하 이-박 연대)’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초반 대세론을 무난히 이어 나간 것이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6월 당 대표를 뽑는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겸직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창간 16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여야의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소신에 찬 정견과 원내 운영전략을 들어봤다.


18대 국회에 이어 19대에서도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을 맡게 된 ‘돌아온 저격수’ 박지원. 때가 때인 만큼 그의 영향력과 행보에 민주통합당의 명운이 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 원내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력과 뛰어난 대여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원샷 원킬 저격수’로 불릴 만큼 탁월한 전투력이 최대 강점이다.

또한 지역별, 계파별로 나눠진 민주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하나의 목표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도 주목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DJ의 복심’ 또는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여기에 김대중·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을 만들어낸 화려한 전력이 보태져 ‘불멸의 킹메이커’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올 연말 대선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를 선출하는데 최대의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한 박 원내대표는 누구보다,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가 강력해 보였다.
다음은 박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1기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됐다. 대선을 앞두고 전당대회까지 준비해야 하는 시점으로 어깨가 무거우실 텐데, 소회와 각오를 밝힌다면?
- 부족한 나를 원내대표로 선출해 주신 것은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룩하라는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1차가 아닌 2차에서 저를 황금분할의 표로 당선시켜 주신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민주통합당의 특정세력이 독선과 독주, 독식을 하지 말고 통합을 이루고 있는 한국노총과 시민사회, 김대중 세력과 노무현 세력이 서로 협력해서 정권교체를 이룩하라는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18대 국회에 이어 두 번째 원내대표를 맡았다. 여야 간 ‘대화정치’를 위해 원내대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 여야 원내대표가 상대를 대화의 상대로 존중하고 모든 것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에 앞서 당내에서는 의원총회를 활성화시켜서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함으로써 합의된 당론을 도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 원내부대표단 구성에 초선의원을 대거 발탁해 개혁성과 참신성을 동시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결단을 하게 된 배경은?
- 젊은 세대와 여성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 과감하게 30대와 40대의 젊은 의원들을 원내대표단에 포함시켰다. 이 분들이 열정과 패기를 갖고 활발하게 움직이면 우리 민주통합당에 그만큼 활력소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민주통합당이 더욱 젊어지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경선 전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연대’로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고 향후 전당대회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은?
-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고 단호하다. 어떤 경우에도 중립성과 공정성,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아서 전당대회가 원만하게 치러지도록 할 것이다. 일부에서 ‘담합’이라는 오해와 비난이 있지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의원들의 투표로 당선됐듯이 민주통합당의 대표와 지도부도 6월9일 국민과 당원이 선출하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의원 현장투표 30%와 당원과 일반국민의 모바일 투표 및 현장투표 70%로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세력이나 특정인이 담합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의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제가 원내대표에 출마해서 당선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당대회도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당 대표와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출되는 당 대표와 함께 연말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강한 후보를 선출하는데 최대의 역점을 두겠다. 현재 당에 있는 훌륭한 대선 예비후보들이 모두 나와서 치열하고 강력한 경쟁을 하면서 당원들의 인정을 받고 국민의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서로 협력해 정권교체 이룩하라는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
“어떤 경우에도 중립성·공정성·도덕성 바탕으로 원만한 전대 관리” 

▲ 안철수 원장의 민주통합당 경선 참여 유무와 당 후보와 관계설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 모든 것은 안철수 원장이 결정할 문제다. 지금 제일 좋은 것은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에 들어와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안 원장이 지금처럼 밖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 당은 ‘안철수 감나무’ 밑에 누워서 ‘안철수’라는 감이 입으로 떨어지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당 후보들의 강력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후보를 결정하면 된다. 후보가 결정되면 우리는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 그런데도 민주당 후보가 안 원장의 지지율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원장과 지지도에 차이가 있다고 하면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안 원장의 이념과 사고가 민주통합당과 완전 일치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가깝고, 새누리당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민주통합당과 함께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언론사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MB정부의 언론관에 대한 입장은?
-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까지 이렇게 많은 언론이, 이렇게 오랫동안 파업을 하는 것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사실상 언론사의 파업으로 인해 총선기간 동안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보도가 축소돼 총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간에는 이명박 정부가 대선까지 언론사 파업사태를 끌고 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겨나고 있다. 어떠한 경우든 현재의 언론사 파업사태는 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해결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사회의 공기인 언론사를 마치 개인의 소유처럼 인식하고 자신들의 측근들을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 보냈고 결국 오늘과 같은 언론사 파업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
- 민주통합당은 언론사 파업 문제를 다룰 문방위를 가장 강력한 팀으로 구성해서 19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서 바로잡을 것이다. 그것이 파업 중인 언론사 노조원들뿐만 아니라 볼권리와 알권리를 박탈당한 국민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 최근 ‘친노’와 ‘비노’의 계파갈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 수많은 오해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지난번 통합과정에서 전통적인 지지세력과 함께 가야 한다고 호소했고, 이번 원내대표에 출마했던 이유도 바로 계파 간 갈등을 극복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민주통합당은 항상 분열의 위험을 안고 있고, 분열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도 정통민주당이 창당되면서 민주통합당은 사실상 수도권에서 6석을 잃었고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7석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 정통민주당이 창당되지 않았더라도 그 표가 오롯이 민주통합당으로 왔었겠는가?
- 그렇다. 만약이란 전제이긴 하지만 정통민주당이 창당되지 않았다면 야권의 의석이 현재 140석에서 147석이 되고 새누리당은 150석에서 143석이 돼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 친노와 비노, 호남과 비호남으로 갈라져서 싸워야 하는가’라며 ‘모두가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이룩하자’고 호소했고,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원내대표로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내가 원내대표에 당선됐기 때문에 앞으로 더 이상의 계파갈등 없이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모두가 하나 되는 민주통합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이명박 정권’을 평가한다면?
- 한마디로 무능으로 실패한 정권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임기말에 이렇게 총체적인 부정과 비리, 무능과 불신을 초래한 경우가 없었다. 이명박 정권 권력서열 3위인 ‘방통대군’과 4위인 ‘왕차관’이 구속됐고 2위인 ‘형님’과 1위인 MB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측근비리는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언론사파업, 저축은행 사태, 광우병, 민간인불법사찰, 쌍용자동차 등 노사문제, 강남을과 강원도 강릉 등 4·11총선 부정선거, 흑막에 쌓여있는 자원외교, 디도스, FTA와 농어촌대책, 4대강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이 쌓여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대통령과 우리 국민을 위해서 이런 모든 것을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다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고 검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얼렁뚱땅 덮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불행한 헌정사가 또다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퇴임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따라서 임기 막바지에 이른 이명박 정권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잘못을 털어놓고 바로잡는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대표와 함께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 선출에 최대의 역점 둘 것”
“무능으로 실패한  MB정권, 비리와 의혹 임기 내에 다 털고 가야”

▲ ‘원샷 원킬 스나이퍼’로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박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당 안팎의 기대가 크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력의 비결은 무엇인지?
-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면서 소통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한 가지 민주통합당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부분이 있다. 사실 작년부터 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고 통합전당대회, 지도부 경선, 총선, 원내대표 경선까지 당무와 선거에 집중하느라 갖고 있는 내용들을 밝히지 못했다. 이제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다시 열심히 움직일 계획이다. 18대 원내대표 때도 그랬지만 내가 잘하는 것보다 당 의원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내용들을 적재적소에 배분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내도록 할 것이다.

▲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자랑한 바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에 이어 최근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에 대한 소환과 ‘정봉주 팬카페’ 운영진이 긴급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 팬카페에 ‘한미FTA반대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긴급체포를 했다는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네르바 사건, 쥐 포스터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등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들을 벌여 온 이명박 정부가 마지막까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

▲ 박 원내대표가 꿈꾸는 원내대표의 모습은?
- 앞서 말씀드렸지만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무엇보다 내가 잘하는 것보다 의원들이 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원내대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18대 원내대표 당시 경실련에서 선정하는 국정감사 우수위원 18명 중 15명을 민주당 의원들이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의원총회를 통해 소통하면서 의원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결정된 의견은 관철시키는 것이 원내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 원내대표 재임기간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가장 큰 목표는 12월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의 최대의 개혁과 혁신도 정권교체이고, 시대정신도 정권교체라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원내사령탑으로서 당 의원들이 훌륭한 의정활동을 통해서 국민들의 평가를 받고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당 의원들이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부정과 무능을 질타하고 잘못된 것을 하나씩 바로잡아 나간다면 국민들은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하는 것을 보니까 정권을 맡겨도 되겠구나’라고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최우선의 목표를 두고 열심히 노력하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 또한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 함께 당의 지도부이기 때문에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를 선출해서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겠다. 그렇게 해서 12월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각종 악법과 불합리한 제도를 혁신하고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 그것이 ‘1% 부자가 아닌 99%의 서민이 잘사는 나라’이고 바로 민주통합당이 만들고자 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재임기간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도록 노력하겠다.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 프로필>


▲ 1942년 전남 진도 출생
▲ 단국대 상학과 졸
▲ 목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
▲ 조선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 데일리팻숀스(주) 대표이사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미주지역 한인회 총연합회장
▲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 제14대 국회의원 
▲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대변인
▲ 국민회의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별보좌역
▲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 문화관광부 장관
▲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장
▲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정책특보
▲ 대통령비서실 실장
▲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 18대 국회의원
▲ 민주당 정책위의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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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