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④] 8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설훈 당선자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17 16: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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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일시적 대세론, ‘허구’였다는 것 알게 될 것”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얼마나 기다렸던가? 민주통합당 설훈 당선자가 부천 원미을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15·16대에 이어 8년 만의 국회 입성이다. 1980년 신군부가 조작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그는 암울했던 시절 ‘김대중 선생’의 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20년을 넘게 보필한 그에게 ‘영원한 DJ의 비서’라는 호칭이 붙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삭발과 단식 투쟁으로 반대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뚝심의 설훈’답게 부천에 둥지를 튼지 3년 만에 10개 동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며 화려한 부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9대 국회 개헌을 앞두고 분주한 시점, 부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봤다.

설훈 당선자는 ‘8년 만의 재입성에 감회가 남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의원회관도 새롭게 만들었고 눈에 띄는 변화가 많더라”라며 소회를 밝혔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제대로 된 의정활동, 제대로 된 정치를 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정권을 평가하는 대목에선 누구보다 신랄하고 매서웠다.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힘주어 주장한 것도 이명박정권의 실정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이고 한나라당은 이명박정권인데 새누리당이 저질러 놓은 4년간의 행적을 보면 도저히 맡겨 놓아선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 설훈 당선자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8년간의 야인생활이 몹시 고단하셨을 텐데?
▲ 3년 전에 부천으로 와서 원미을지역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위해 일했다. 2004~5년은 중국 북경대학교 아태연구원에서 동북공정을 막기 위해 일했다. 당시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감정적 대립이 심한 시기였다. 동북공정이 잘못됐다는 결정적인 문서를 확보해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을 운운하지 못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참 보람 있었다. 나머지 3년은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당의 흐름을 지켜보며 지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단식·삭발투쟁까지 벌이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과 당시 심정은 어땠는지?
▲ 우리가 당선시킨 대통령이 배신하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은 민주당 측면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탄핵은 한 대 맞았다고 상대를 칼로 찌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하며 단식과 삭발을 강행했다.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은 막지 못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민주당을 심판했다. 탄핵을 막지 못한데 책임을 느끼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지도부가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말았다. 내 말대로 했으면 민주당이 그렇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 원미을에 둥지를 튼 지 3년 만에 10개 동 전 지역을 석권하는 성과를 냈다.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정치적 상황 자체가 이명박 대통령이 워낙 실정을 했고 지역 주민들께서 정확히 상황을 판단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셨다. 또 그동안 지역위원장으로서 주민들의 뜻을 받들기 위해 노력했고 지역정서를 잘 반영한 것이 투표로 드러났다 생각한다.

- 15·16대에서 교과위(당시 교육위원회)에서만 활동해왔다. 19대에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 당내 사정상 3선급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할 상황이다. 딱 데드라인이다. 원하기로는 그간 활동한 것도 있고 반값등록금을 실현시키기 위해 교과위에서 활동하고 싶지만 당의 요청이 있다면 조율해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 현 지도부 구성에 대한 입장은?
▲ 한때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었지만 원내대표 구성은 잘 정리됐다 생각한다. 당이 지도력을 발휘해서 대외투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 잘 반영됐다. 앞으로 남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구성이 문제인데 아직 후보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하기 이르다 생각한다.

“MB정권의 실정 너무 심해 정권교체 반드시 이뤄내야”
‘정치다운 정치를 하자’는 지론, 정치선진화 일조하겠다“

- 18대 대선을 전망해 본다면?
▲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 단언한다. 전제가 있다면 야권단일후보가 된다는 조건 하에서다. 이번 총선결과를 보고 판단하더라도 답이 나온다. 현재 박근혜 위원장의 지지율에 말이 많은데 단일후보를 도출해 낸다면 결국은 51:49 싸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실정이 너무나 깊이 파여 있고 실정에 대한 심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잘 판단하실 것이다.

- 박근혜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고 나온다면?
▲ 전략적으로 차별화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이고 한나라당은 이명박정권이다. 그것을 어떻게 탈색하겠는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덫에서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은 일시적 대세론이다. 가을이 온다면 ‘그 대세론이 허구였구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월등히 앞서지는 않고 팽팽한 싸움은 하겠지만 1:1 구도를 형성한다면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 안철수 원장의 민주통합당 경선 참여 유무와 당 후보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 참 답답하다. 6개월 남았는데 아직도 안 원장을 만난 적도 없고 육성을 들은 적도 없다. 개인적으로 안 원장이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가 궁금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하는 자리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희생해야 되고 목숨까지 걸 각오가 필요한 자리라 생각한다. 안 원장이 그런 각오까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지역구 발전과 유권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본다면.
▲ 전략적 발전 방안으로 문화·교육특구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와 교육이 특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부천이 살 길이다. 다음으로 인프라 구축이 있다. 외곽순환도로를 지하도로로 만들어 심각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선거기간 동안 주민들께 반값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들의 짐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짐을 덜어줘야 한다. 반값등록금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반값등록금을 이뤄내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다음으로 ‘정치를 정치답게 하자’ ‘말로 하는 정치로 바꾸자’가 평소의 지론이었는데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돼 잘됐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정치가 선진화 된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해보이겠다!

- 가까이서 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셨나?
▲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능가하는 사람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매우 출중하신 분이다. 국가와 민족을 대하는 자세와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범접할 수 없는 리더십, 엄청난 성실함을 갖춘 분이다. 존경스럽다.

- 이명박 대통령을 평가해 달라.
▲ 솔직히 말해서 당선 직후에는 잘 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 그러길 바랐고…. 그런데 곧 그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이제는 너무너무 실망했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잘못된 치적만 잔뜩 쌓여있다. 하자는 것은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다했다.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면 안 된다. 자기가 최고라 생각하고 자신의 판단은 다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나? 이것 때문에 망한 것이다. 남북관계만 봐도 그렇다. 김정일이 ‘bad mam'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이 누가 있는가? 초등학생도 아는 문제다. 알고도 도와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그것을 나쁘다고 몰아붙이고 상대 조차 안 해버리니 남은 것이 뭐가 있는가? 어리석기 짝이 없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 확신하건데 정권교체는 반드시 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저질러 놓은 4년간의 행적을 보면 도저히 맡겨 놓아선 안 된다 생각한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환상을 갖는지 몰라도 박 위원장 역시 새누리당이다. 그들의 정책 상황에 또 맡겼다가는 대한민국이 절단난다. 안 된다. 정권교체를 해서 대한민국이 21세기에 걸맞은 선진국이 되도록 민주당이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앞장 설 생각이다. 그와 함께 부천을 발전시키는 데 앞장 설 생각이다.

<설훈 당선자 프로필>

▲ 마산중·고등학교 졸업
▲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 ‘긴급조치 9호 위반’ 구속
▲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구속
▲ 민주화청년연합(민청련) 창립 주도
▲ 김대중 총재 비서
▲ 제15대 국회의원 당선
▲ 아태재단 이사
▲ 제16대 국회의원 당선
▲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총선 불출마
▲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경선후보 상황실장
▲ 민주화평화연대 조직위원장
▲ 부천 원미을 지역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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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