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경제교사’ 이한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14 1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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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을 던져 대선승리 위해 뛰겠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19대 국회 개헌과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 민주통합당의 박지원 원내대표에 이어 지난 9일 친박계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이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 되며 여야의 원내 사령탑이 정해졌다. 격랑이 예상되는 중요한 시점에 중책을 맡게 된 이 신임 원내대표와 함께 여·야의 ‘원내대결’도 정치권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대표적 ‘경제통’인 이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노련한 ‘전략통’인 박 원내대표를 상대로 어떤 ‘수’를 둘지 정치판은 벌써 두 사람의 수싸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에 친박계 핵심인 이한구 의원이, 정책위의장은 러닝메이트로 나선 진영 의원이 당선됐다.

‘박근혜 경제교사'로 잘 알려진 이 의원이 원내사령탑을 장악함에 따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친정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여권의 강력한 대선후보인 박 위원장의 대선가도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도 “두 분께 축하드린다.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는데 당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새누리당의 ‘경제통’
‘박근혜의 경제교사’

4선의 이 신임 원내대표는 경제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해박한 식견과 소신을 가지고 대통령은 물론 당과도 대립각을 세우는 최고의 ‘경제통’이다.

1945년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2학년 때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했고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수재 중의 수재다.


이후 재무부에서 부동산 투기대책, 상속세법 개정, 보험회사 사고처리 등의 업무를 맡으며 대통령 비서실 서기관, 재무부 외환자금과장 등 요직을 거친 이 원내대표는 1980년 돌연 공직을 버리고 유학길에 올랐다.

1984년 마흔 살에 도미(渡美), 캔자스 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유학 중 김우중 당시 대우 회장의 도움을 받은 인연으로 대우그룹에 들어가 비서실 상무, 대우경제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2000년 16대 국회에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뒤 17·18대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연이어 당선됐다.

4·11 총선에서는 지역주의타파를 내걸고 출마한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꺾고 4선의 고지에 오른 PK지역의 대표적 중진의원이다.

정책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원내대표는 정책실장, 정책위부의장을 거쳐 정책위의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의 유승민 전 최고위원, 청와대 경제비서관 출신의 최경환 의원 등과 함께 박근혜 위원장의 경제부문 ‘씽크탱크’로 알려져 있다.

“당내 화합 제1가치로 여길 것…친이·친박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할 것으로 여겨져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 원내대표는 러닝메이트로 용산의 진영 후보를 선정하고 ‘수도권-경북’라인을 형성해 표몰이에 나섰다.

남경필-김기현 후보조와 이주영-유일호 후보조가 맞선 1차 투표에서 남-김 후보조가 58표, 이-진 후보조가 57표를 득표해 결선투표에 올랐고 결선투표에서 6표 차로 남-김 후보조를 제치며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쇄신파의 대표주자인 남경필 의원은 계파를 떠난 당의 화합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당내세력의 8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친박계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했고, 친박 성향 중립파 이주영 의원이 결선진출에 실패하면서 친박계 표가 이한구 의원에게 쏠리며 전세를 뒤집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진영 정책위의장 당선자와 저는 박근혜 위원장하고 잘 통하는 사람이지만 절대 계파활동을 하지 않았다. 당 화합의 힘으로 대선에 나서야 승리할 수 있다”면서 “당내화합을 제1가치로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두 사람은 친이계 의원과도 친하고, 쇄신파 의원들의 이야기도 경청하고 있다”며 “더 이상 친이나 친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또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누구보다 제가 먼저 지적했고, 재벌 행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잘못된 행태는 확실히 바로 잡도록 하겠다”며 “그러나 질투심에 의해 경제주체를 못살게 하는 것은 나라 전체에 도움 안 된다”고 ‘경제통’으로서 본인의 철학도 제시했다.

“당내 화합 제1가치
 친이·친박은 없다”

이 원내대표 체제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위해 박 위원장이 추진하는 정책을 법안으로 입법화하는 동시에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는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위원장이 추진한 ‘가족행복 5대 약속’을 “19대 국회 최우선 입법과제로 하고 싶다”고 밝힌 것을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내건 주공약 역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였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소감을 통해 “온몸을 던져 대선승리를 위해 뛰겠다”며 “대선에서 어떤 나라를 만들지, 어떤 정치판과 국회를 만들려고 하는지를 좀 더 치밀하게 체계화하는 노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친박의 당 장악으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1인체제’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대선주자들이 ‘완전국민경선제’를 고리로 박 위원장과의 대립각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당’으로의 재편이 빨라질수록 타깃을 박 위원장에 맞출 가능성이 커 내부에서의 포격전도 거셀 전망이다.


친박 인사들이 주요 당직을 전부 차지하는 건 지나치지 않느냐는 당 안팎의 지적을 의식 한 듯 이 원내대표는 경선 다음날 아침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만약 남경필 의원이 원내대표가 됐으면 ‘수도권이 다 해먹냐’ 이런 얘기가 안 나왔겠느냐”며 “그런(계파를 구분하는) 건 (외부에서) 자꾸 갈라서 만들어내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경제전문가 출신 ‘합리주의자’ vs ‘노련한 전략가’ 수싸움 관심
이-박, 덕담 나누며 팽팽한 기싸움 속에 치러진 상견례 ‘장군멍군’

당내 사정도 사정이지만 대야관계 설정 또한 원내대표의 중요한 소임 가운데 하나이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박지원 민주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와의 ‘지략싸움’을 흥미롭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막강한 정치력을 인정받으며 오랜 기간 동안 정치를 해왔지만 그동안 의정활동에서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이 원내대표가 경제전문가 출신의 합리주의자라면 박 원내대표는 노련한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확연히 다른 성향의 두 원내사령탑 간 치열한 수싸움과 대립구도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양측 모두 ‘상생국회’를 내세우고 있지만 순항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술수보다는 원칙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회에서 우리가 리드하는 방식을 채택하겠다. 누가 누구를 이기는 식의 접근은 그만하자는 생각이다”며 상생정치를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도 “야당의 존재이유는 여권 공격이지만 이번에 19대 국회 초기에 또 싸움만 하면 연말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최대한 양보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해 19대 국회를 빨리 열어야 한다”며 기존의 저격수 역할을 버리고 타협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 점령을 위한 두 사람의 치열한 원내 주도권 확보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 10일 국회 개원협상을 위한 상견례 자리에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협조를 당부하면서도 각종 현안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는 등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상견례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일부 당선자의 논문표절 논란을 겨냥하며 개원직후 국회 윤리위 개최를 촉구하자 이 원내대표가 “박 위원장은 목포 출신인데 그곳은 홍어가 유명하다”며 “숙성시키는 데는 귀신인데 정치도 숙성시켜 달라”고 다소 동문서답식의 답변을 했다.

아울러 “나는 영남 출신인데, 정치에서 갈등이 심한 양쪽 지역 출신인 우리 두 명만 잘 하면 누적된 갈등도 많이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그러려면 (여당이) 양보를 많이 해줘야 한다”고 응수하며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게 경제민주화이니 이 원내대표가 저를 살려주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당이 크다고 결코 강자가 아니다”고 맞받았다. 이어 “정치9단하고 백면서생하고 비교하면 안 된다”며 “정치9단께서 많이 알려주시면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날 선 발언이 오갔지만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듯 수위를 지켜나간 것이다. 

첫대면 날 선 발언
수위 '아슬아슬'

이처럼 19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부터 ‘이한구-진영’ 체제와 ‘박지원-이용섭’ 체제 간에는 미묘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는 새로운 국회가 개원하면 더욱더 치열할 것으로 여겨진다.

대선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정국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한 청문회와 특검 등을 밀어붙이며 정권심판론을 더욱더 확대시킬 전망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총선 주요공약을 입법화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장의 ‘신뢰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최선의 대선전략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의 역할론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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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