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레즈비언들의 ‘사랑방정식’ 집중탐구

“여자끼리라고 원나잇 하지 말란 법 있나요~?”

[일요시사=헤이맨라이프 서  준] ‘소수자의 사랑’이 있다. 말 그대로 그들의 사랑은 ‘소수’이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레즈비언’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일반인들과 차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성 취향을 비롯, 이성보다는 동성을 선호한다. 그들 사이에서도 서로 만나고 헤어지고 느끼는 방식은 일반인과 비슷하다. 클럽에서 만나 부킹을 하고 원나잇 스탠드를 하며 싸우고 울고 헤어지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볼 때 ‘도대체 무슨 짓이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이성의 관계랑 똑같이 중요하다.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들, 남편이 있지만 몰래 여자를 만나는 여자들, 그리고 여자끼리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여자들. 그 레즈비언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대 중반의 김모양은 ‘애인’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뒷조사를 해봤더니 애인은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었다. 자신과의 관계는 말 그대로 불륜이었던 것. 그러나 그 애인은 남자가 아니다. 결혼을 한 평범한 가정주부 이모씨였다. 이렇게 둘은 여자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됐고 그 후 ‘불륜’ 관계를 맺게 됐다고 한다.

여성전용 찜질방
‘레즈비언 집합소’

“그렇게 자상하고 편했던 언니에게 남편이 있었다는 사실은 상상을 하지 못했다. 내가 겪는 마음의 상처는 몹시 깊다. 그렇게 언니를 사랑한 것이 지금은 후회된다.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추궁을 했지만 언니는 ‘이혼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이혼은커녕 남편과 싸움 한번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에는 내가 지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기다리기에는 나의 상처가 점점 깊어져갔기 때문이다.”

물론 ‘언니’는 김양을 설득하려 하기도 했다. 함께 1박2일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값비싼 선물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때마다 김양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씨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은 좀처럼 용납이 되지 않았다. 끝내 김양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놀라운 사실은 레즈비언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뒷조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단 한번 연결되면 상당히 단단하게 연결되는 사이인 만큼 ‘정이 들기 전에’ 흥신소 같은 곳을 시켜서 애인이 있는지 없는지,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알아본다는 이야기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뭘 그런 것까지 하고 사나’란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들에게 ‘레즈비언의 사랑’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사랑보다 더 심각하다. 김양 역시 뒷조사를 통해서 상대가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낸 것이다.


레즈비언도 서로의 애인·결혼 여부 ‘뒷조사’ 해
홍대 여성전용 클럽서 만나 자연스레 원나잇도

그렇다면 김양은 어떻게 레즈비언이 되었을까. 김양과 같이 레즈비언 성향을 가진 여성들은 남성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왠지 거칠고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김양의 레즈비언 성향은 중학교 시절부터 나왔다. 그때는 크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오로지 여성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결국 김양은 그런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오히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힘겨움이 있었기에 그녀는 이번 상처가 더욱 가슴 아프다고 한다.

그렇다면 레즈비언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상당수는 홍대에 있는 한 여성전용 클럽이라고 한다. 겉으로만 봐서는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찜질방 등은 물론이고 ‘여성 전용’ 업소가 다수 있다는 점에서 홍대 클럽 역시 그저 그런 여성 전용업소로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은 ‘레즈비언의 집합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레즈비언 성향이 아닌 사람들이 우연히 찾아오거나 혹은 호기심에 찾아온다고 해도 그녀들은 서로를 금세 알아보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레즈비언 클럽을 한번 가봤다는 최양의 이야기다.

“나 자신은 전혀 레즈비언 성향이 아니다. 멀쩡한 남자친구도 있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정상적인 성관계도 맺고 있다. 하지만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그곳에 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단 그곳에 있는 여성들은 눈빛부터 완전히 틀렸다. 남자들이 여자를 찾을 때의 그런 끈적한 눈빛, 바로 그러한 것들이 확실하게 차이가 났다. 꼭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도 그 정도의 눈빛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남자가 여자 찾는 듯
끈적한 눈길이 달라


특히 레즈비언 클럽에는 대개 두 가지 차림을 한 여성이 있다. 한명은 머리가 짧고 다소 여성스럽지 않은 모습을 한 여성, 또 하나의 부류는 머리가 길고 일반적인 여성의 모습을 한 여성이다. 이것이 단적으로 그녀들의 ‘성적 취향’을 알려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머리가 짧은 여성은 대개 남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어 섹스를 할 때에도 남성의 역할을 많이 한다고 한다. 특히 남성 취향의 여성은 자신이 만족하기보다는 만족을 시켜주는 쪽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각종 성적 기구도 스스로가 착용한다고 한다. 반면 여성스러운 복장을 한 여성은 자연스레 여성의 역할이다.

이곳에서는 일반 나이트클럽에서 행해지는 ‘원나잇 스탠드’도 당연히 행해지고 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여성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가가 합석을 하고 나이를 말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한다는 것. 물론 자신에게 다가온 여성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지 않을 경우라면 슬며시 대화를 빼며 거절하는 ‘스킬’도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서로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고 ‘하룻밤’을 하고 싶다는 결론이 나면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특히 남녀 사이가 아니라 여성과 여성 사이이고 특히 레즈비언이라는 공통된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급속히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둘은 자연스럽게 술을 한잔 한 뒤 인근 모텔로 향하게 된다.

이때 일부 남성 성향을 지닌 여성은 스트랩온 등 각종 기구를 미리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트랩온이란 남성의 성기 모형을 단 여성 팬티의 일종. 이렇게 하면 남성의 도움 없이도 쾌락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레즈비언들이 선호하는 기구라고 할 수 있다.

남성 역할 만족시켜주는 것 선호…각종 기구도 사용
제복이나 스타킹, 하이힐 등에 쾌감 느끼는 페티시도

심지어 레즈비언들에게도 ‘페티시 성향’이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남성들에게 급속하게 번져간 페티시가 그녀들에게도 여전히 있다는 얘기다. 제복이나 스타킹, 하이힐에 대한 집착이 성욕으로 번져나가고, 그것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성적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페티시 성향을 가지고 있는 레즈비언은 상대 여성에게 각종 제복이나 남성의 옷을 입히기도 하고 심지어 군인 복장, 남자 간호사 복장이나 백화점 판매원의 복장을 통해서 성적인 쾌락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레즈비언들 사이에서도 일종의 ‘경계령’이 내렸다. 다름 아닌 김양과 같은 경우의 ‘불륜 레즈비언’이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가정이 있으면서도 남편 몰래 여자를 사귀는 것이다.

사실 남편들은 아내가 남자도 아닌 여자를 만난다는 점에서 특별히 불륜을 의심하거나 혹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아내가 레즈비언일 것이라는 ‘상상초월’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륜 레즈비언’
이반들 경계대상

따라서 ‘레즈비언 아내’들은 이렇듯 불륜의 눈초리에서 보다 자유롭게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녀들과 관계를 맺는 여성들은 상대에게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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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