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79> 대규모 PF사업 총점검

제2, 3 파이시티 사태 또 터질라

정·관·재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양재동 파이시티. 그리고 사업자를 선정한 지 5년이 지나서야 기공식을 가진 알파돔시티 사업. 최근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PF사업들을 점검해봤다.

정권 실세들 금품수수 의혹 양재동 파이시티 주목
초대형 프로젝트 인허가 어려워 유혹 빠지기 쉬워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정권 실세들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파이시티’사업은 어떤 사업일까. 파이시티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대형 복합유통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9만6007㎡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35층, 5개동으로 판매시설 및 업무시설, 교육연구시설, 운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자금만 충분하다면…
로비 없이 안 된다?

총 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연면적도 75만8606㎡에 달해 단일 복합유통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시행사로 사업을 추진해온 (주)파이시티는 지난 2006년 부지 매입을 마쳤지만, 이후 인허가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지 용지는 1982년 당시 ‘유통 업무설비’로 용도 지정돼 있었지만, 2006년 5월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과 연결된 도로를 넓히는 등 기부체납을 통해 대규모 상업시설 조성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설계상의 문제를 보완한다는 이유로 2009년 11월에서야 건축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주)파이시티는 이 과정에서 인허가를 빨리 받기 위한 로비에 나서는 동시에 1조450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사업은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대출금도 갚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 2월과 6월엔 연대보증을 섰던 시공사 대우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잇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주)파이시티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이 대출금을 출자전환해 사업시행권과 부지가 모두 채권단에 넘어가는 처지에 이르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규모 PF사업의 특성상 제2·3의 파이시티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규모 PF 개발사업 특성상 수많은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금융권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정치권 로비’에 대한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이 막히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인허가가 장기화되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대출이자에 부담을 느끼는 시행사 등이 차라리 돈을 써서 정부 고위층을 통해 기간을 단축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나가는 이자보다는 훨씬 싸게 먹히는 이유에서다.

전국 공모형 PF 31개…사업비 81조원
상당수 자금조달 등 문제로 추진 차질

공모형 PF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출자한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가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를 말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전국의 공모형 PF사업은 총 31개 사업, 81조1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상당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조달과 수익성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이들 사업장 대부분이 토지대금 연체이자를 둘러싼 금융상 갈등이나 주상복합빌딩 평형변경을 비롯한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발주자와 주간사, 금융기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수십조의 돈이 묶이며 건설업계 경영난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돼 정부는 금융사와 건설업계 간 해결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 강남 세곡동 헌인마을에 고급 주택단지를 짓는 헌인마을 PF 프로젝트도 파이시티와 비슷한 경우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공동 시공사로 대출금 4270억원에 대해 각각 절반씩 지급보증을 섰으나, 글로벌금융위기 직후 두 회사 모두 잇달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주저앉았다.


강남구의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는 등 일정이 미뤄지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인허가 과정에서 당초 아파트와 주상복합, 타운하우스를 골고루 짓는다는 안에서 3층 이하 빌라와 단독주택을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이 틀어지면서 사업성도 떨어졌다.

퇴짜…결국 무산
줄줄이 주저앉아

 
총사업비 3조6783억원, 133층 높이 상암DMC랜드마크타워 사업도 인허가로 무산될 위기다. 2009년 서울시와 초고층빌딩개발 사업계약을 맺은 시행사 서울 라이트타워는 현재 건물 높이를 낮추는 사업계획변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건물 높이를 100층으로 낮춘다고 했다가 서울시에 퇴짜를 맞았고, 올해는 70층으로 낮추는 사업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큰둥하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높이 640m)으로 건립할 예정이었던 상암DMC랜드마크타워는 지상 133층 규모의 원안을 지상 70층 높이로 변경하는 수정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다. 서울시는 착공 시한을 5월 말로 늦추고 계획 변경안을 협의 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대형 PF 사업이 자금 조달 문제로 인해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지만 모두 파이시티와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없다”면서 “규모가 큰 대형 건설사업의 경우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데, 인허가 과정이 늘어지게 되면 건설사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선 PF사업도 있다. 바로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판교 알파돔시티 등이다. 두 사업은 이미 정상화 발판을 마련한 상태.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 침체로 최근 몇년 새 지지부진한 전국의 주요 공모형 PF사업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업무지구·알파돔시티 재개
정체 10여 곳 정상화 여부 관심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용산역세권개발(주)은 조만간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23개 초고층 빌딩 설계안을 확정, 계획설계(SD) 결과 보고회를 개최하고 미래 용산의 스카이라인을 공개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지난 1월 1855억원 규모의 설계용역을 발주한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8조원 규모의 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할 예정이다. 또 내년 상반기 착공 및 분양에 나서 2016년 말 사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총 사업비 31조원이 투입될 이 개발 프로젝트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코레일의 대규모 토지대금 이자 탕감과 대금 납부 시점 연기 결정에 이어 주요 건물 설계사와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까지 선정되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진용을 완전히 갖췄다는 평가다.

판교신도시 알파돔시티 PF사업도 지난달 24일 사업자 선정 5년 만에 첫 삽을 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날 오후 기공식을 갖고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월 LH는 사업기간 연장 및 단계별 개발, 대물 인수, 토지대금 납부조건 완화 등을 통해 사업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 민간 출자사도 공사비 절감, 자산 선매각 등의 노력으로 착공에 필요한 1조5000억원의 자금 조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알파돔시티는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 중심상업용지 13만8000㎡ 부지에 들어서는 복합개발단지다. 주상복합과 백화점·호텔·상업시설 등을 짓는 대규모 공모형 PF사업이다.


2007년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주택건설 사업계획까지 승인됐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악화 우려로 사업이 지연돼왔다. LH는 오는 6월 6-4블록과 6-3블록 및 주상복합 블록 등 1단계 사업을 착공하고 9월 주상복합아파트 931가구를 분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5곳 계획안 조정 중
아예 착공 늦추기도

이밖에도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대형 공모형 PF사업은 약 10건에 이른다. 이 중 경기도 남양주 별내역 인근에 업무·주거기능이 집적된 복합단지를 짓는 ‘남양주 별내 복합단지’, KTX 광명역 인근에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텔·쇼핑몰을 조성하는 ‘광명역세권복합단지 개발사업’등 5곳은 지난 3월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공모형 PF 정상화 대상으로 선정돼 사업계획을 조정 중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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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