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믿기 싫은 '박지성 위기론' 실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08 16: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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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탱크'에 정작 산소가 부족하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지 어느덧 7년이 됐다. 입단 당시 상당수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후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며 작년 시즌까지 맨유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맨유 방출설이 거론되면서 박지성이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그간 각국 매체에 의해 수많은 이적설과 방출설에 시달려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올 시즌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박지성을 대체할 선수 명단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산소공급이 필요한 '산소탱크' 박지성의 '퇴출 위기설' 실체를 <일요시사>가 집중 조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명지대학교, 교토 퍼플 상가, PSV 에인트호번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이하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31)은 지난 시즌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물론 중간 중간 부상 등으로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특유의 활동력으로 지금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선수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최고 축구선수
'위숭 빠르크'의 전설

그간 박지성의 진가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수차례 발휘되어 왔다. 특히 계약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교토 상가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는 점과 자신에게 야유를 보냈던 홈팬들의 마음을 끈기와 열정으로 돌려세우며 '위숭 빠르크'(네덜란드 어로 JI-SUNG PARK) 송을 탄생시켰던 경기는 지금까지도 국내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2002년 12월31일 교토 상가와의 계약이 종료된 후 박지성은 2003년 1월1일 일본의 FA컵 대회격인 일왕배 전일본 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동점골을 성공시키면서 교토 상가가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때 일본팬들은 박지성의 희생정신에 많은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또한 2003년 에인트호번 이적 초기,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을 상황에 이르렀지만 차차 페이스를 끌어 올리면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팀내 주요 선수로 발돋움 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AC밀란과의 원정 1차전 0-2 패배 이후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박지성은 선제골을 기록하며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골을 터뜨린 대한민국 선수가 됐다. 이 경기에서 에인트호번은 AC밀란과 승점과 골득실 부분에서 모두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은 외신들의 찬사를 받았고 그때까지 박지성을 괴롭혔던 팬들의 야유가 열광적인 위숭 빠르크송으로 바뀌었다.

7경기만의 출전, 맨시티전 58분 뛰고 최악 평점 4점
미드필더 입지 점점 좁아져…"그 박지성 어디 갔나"

이런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구단이 현재의 맨유였다. 박지성은 2005년 6월22일 맨유와 계약을 하고 같은 해 7월14일 등번호 13번으로 입단식을 가졌다. 2005년 7월23일 홍콩 프로 선발팀과의 친선경기로 첫 경기를 가진 박지성은 3일 뒤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현대와의 친선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당시 국내팬들은 박지성이 맨유의 후보선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며 걱정했지만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며 맨유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박지성은 현재까지 7시즌 동안 맨유에서 많은 것을 이뤄왔다. 그중에서도 프리미어리그 4회, 챔피언스리그 1회, 칼링컵 3회 우승 등이 대표적이며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2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200경기 출장은 맨유 역사상 92번째 기록이며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박지성이 아시아인 최초로 세운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지성은 맨유가 06-07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함에 따라 아시아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메달을 받았으며 2008년 4월9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면서 팀을 4강에 이끌어 역시 아시아선수 최초로 세 시즌(04-05 에인트호벤, 06-07·07-08 맨유)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이뤄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12일 박지성은 연봉 81억4300만원으로 맨유와 2년 재계약을 이끌어냈으며 박지성은 웨인 루니(27), 리오 퍼디낸드(34)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런 박지성에게 '퇴출 위기'가 찾아왔다. 2005년 맨유에 입단 후 끊임없는 이적설에 시달렸던 박지성은 유독 큰 경기와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칠 줄 모르는 활동력과 경기장 곳곳을 누비는 위치선정으로 '두 개의 심장' '산소 탱크' '언성 히어로'(드러나지 않은 영웅) 등의 별명도 얻었다.

퍼거슨 감독 의도
비껴간 실망스런 모습

그러나 이런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에 불거진 박지성의 퇴출 위기는 심상치가 않다. 올 시즌 박지성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지난 1일(한국시간)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와 치른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후반 13분 교체되기도 했다.

이날 박지성은 측면이 아닌 중앙 미드필드에 배치됐고 이는 박지성의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중원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가 깔려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맨시티 미드필더 야야 투레(29)를 이기지 못했다.박지성은 경기 내내 현격한 피지컬 차이를 실감해야했고 허리가 무너진 맨유는 맨시티에게 승리를 내줘야 했다.

박지성 특유의 위치 선정도 이날 경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 시에는 활발히 참여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원톱 루니를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현지 언론 잇따른 혹평
박지성 발목 옥죈다

결국 이날 맨시티와의 경기는 퇴출 위기에 처한 박지성에게 치명타가 되어 돌아왔다. <골닷컴> 영국판은 박지성을 이날 경기 '최악의 선수'로 선정하며 평점 4.0을 부여했고 <스카이스포츠>도 "경기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하며 부진했다"고 전한 뒤 평점 5점을 부여했다. 지역 언론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도 "교체되기 전까지 보여준 게 없었다"며 평점 5점을 줬다.

<인디펜던트>는 "퍼거슨은 수비강화를 위해 미드필드에 손발이 안 맞는 박지성-스콜스-긱스를 모조리 집어넣고는 자멸했다"고 쓴소리를 퍼부으며 "이들이 동시에 출전한 건 최근 2년간 단 한 차례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박지성은 더 일찍 교체해야 했다. 솔직히 그가 뛴 건 도박이었다"고 패배의 주 원인으로 몰고갔다.

물론 박지성의 이번 맨시티전 출전은 7경기 연속 결장에 이은 갑작스러운 출전이었기 때문에 예전 기량을 선보이는 데에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영국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사실을 배제하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으며 박지성 퇴출 위기에 이어 터져 나오는 이런 현지 혹평은 박지성의 아킬레스건을 더욱 옥죄고 있다.

맨유 데이비드 길 사장도 박지성의 퇴출설에 힘을 실었다. 데이비드 사장은 지난달 20일(한국시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력보강을 준비 중이다. 어떤 선수를 데려올지 구체적 검토 중이다"고 올 시즌 종료 후 맨유 선수단의 대대적인 개편을 암시했다.

영국 <데일리 미러>도 지난 2일(한국시간) "맨유는 올 시즌 종료 후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할 것"이라고 보도하며 "박지성, 베르바토프, 오언, 안데르손이 올 여름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맨유가 지난 2005년 반 더사르, 박지성, 비디치를 영입하며 대대적인 선수 보강에 성공한 뒤 첼시를 누르고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실은 맨유가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다면 해당 포지션은 중원이라고 예측하게 하고 있다. 올 시즌 박지성은 측면 미드필더 자리를 애슐리 영, 나니, 발렌시아에게 모두 내줬고 중원을 강화하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뜻에 따라 중앙에서 경기를 뛰는 횟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박지성은 중앙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박지성의 자리를 차지만 선수들은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퍼거슨 '살생부'에  올라…큰 경기 사나이 버리나
현지언론 "올 시즌 종료 후 맨유 떠날 가능성 높다"

설상가상으로 맨유가 니콜라스 가이탄(24·아르헨티나)의 영입에 성공하면서 박지성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천재 미드필더'라고 불리는 가이탄의 영입은 박지성이 더는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이탄은 좌우 측면에서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하며 공격적인 스쿼드를 구성하고자 하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기 때문.

이밖에도 박지성은 유력한 영입 후보로 거론되는 에당 아자르(21·릴), 루카 모드리치(27·토트넘), 오스카 데 마르쿠스(23·빌바오) 등과도 포지션이 겹친다.

또한 박지성은 30대에 접어들면서 라이언 긱스(39)와 폴 스콜스(38)과 함께 노장 반열에 올라 가장 큰 무기인 지치지 않는 체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도 퇴출설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곧 박지성에게 맨유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박지성은 2013년 여름까지 맨유과 계약이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맨유가 당장 박지성을 내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박지성도 지난해 대표팀 은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맨유 잔류의 뜻을 확고히 했고 맨유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맨유와 1년 재계약에 합의할 당시 박지성이 2~3년의 계약기간을 원했지만 구단의 뜻대로 1년만 합의한 사실을 미뤄볼 때 올 시즌이 끝나고 박지성이 다시 재계약을 얻어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퍼거슨 감독도 충성도 높은 선수를 아끼지만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는 가차 없이 내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또한 박지성 덕분에 맨유가 아시아 축구시장에서 입지가 단단해졌기 때문에 박지성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반박하는 이적설도 제기됐다. 맨유가 일본대표팀의 상징적인 선수 가가와 신지 영입을 추진 중인 것. 가가와는 지난해 세레소 오사카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팀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새로운 중원의 마술사다. 이는 맨유가 박지성을 버리고 가가와를 선택해도 되는 충분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연봉 협상 테이블
주도권 잡기 힘들 듯

한편 계약 만료시점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재계약 협상에 들어가는 유럽 축구리그의 특성상 박지성의 재계약 협상도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올 시즌 들어 출전 경기도 크게 줄고 그에 따라 공격 포인트도 감소한 박지성이 협상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잡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 남은 경기를 무조건 이기고 봐야하는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대신 영과 발렌시아, 나니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박지성이 명예 회복의 기회를 잡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성의 비어버린 산소탱크를 맨유가 다시 채워줄지, 박지성 스스로가 그 탱크를 채울 방법을 찾아야 할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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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