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믿기 싫은 '박지성 위기론' 실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08 16: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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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탱크'에 정작 산소가 부족하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지 어느덧 7년이 됐다. 입단 당시 상당수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후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며 작년 시즌까지 맨유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맨유 방출설이 거론되면서 박지성이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그간 각국 매체에 의해 수많은 이적설과 방출설에 시달려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올 시즌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박지성을 대체할 선수 명단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산소공급이 필요한 '산소탱크' 박지성의 '퇴출 위기설' 실체를 <일요시사>가 집중 조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명지대학교, 교토 퍼플 상가, PSV 에인트호번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이하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31)은 지난 시즌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물론 중간 중간 부상 등으로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특유의 활동력으로 지금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선수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최고 축구선수
'위숭 빠르크'의 전설

그간 박지성의 진가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수차례 발휘되어 왔다. 특히 계약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교토 상가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는 점과 자신에게 야유를 보냈던 홈팬들의 마음을 끈기와 열정으로 돌려세우며 '위숭 빠르크'(네덜란드 어로 JI-SUNG PARK) 송을 탄생시켰던 경기는 지금까지도 국내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2002년 12월31일 교토 상가와의 계약이 종료된 후 박지성은 2003년 1월1일 일본의 FA컵 대회격인 일왕배 전일본 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동점골을 성공시키면서 교토 상가가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때 일본팬들은 박지성의 희생정신에 많은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또한 2003년 에인트호번 이적 초기,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을 상황에 이르렀지만 차차 페이스를 끌어 올리면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팀내 주요 선수로 발돋움 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AC밀란과의 원정 1차전 0-2 패배 이후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박지성은 선제골을 기록하며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골을 터뜨린 대한민국 선수가 됐다. 이 경기에서 에인트호번은 AC밀란과 승점과 골득실 부분에서 모두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은 외신들의 찬사를 받았고 그때까지 박지성을 괴롭혔던 팬들의 야유가 열광적인 위숭 빠르크송으로 바뀌었다.

7경기만의 출전, 맨시티전 58분 뛰고 최악 평점 4점
미드필더 입지 점점 좁아져…"그 박지성 어디 갔나"


이런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구단이 현재의 맨유였다. 박지성은 2005년 6월22일 맨유와 계약을 하고 같은 해 7월14일 등번호 13번으로 입단식을 가졌다. 2005년 7월23일 홍콩 프로 선발팀과의 친선경기로 첫 경기를 가진 박지성은 3일 뒤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현대와의 친선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당시 국내팬들은 박지성이 맨유의 후보선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며 걱정했지만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며 맨유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박지성은 현재까지 7시즌 동안 맨유에서 많은 것을 이뤄왔다. 그중에서도 프리미어리그 4회, 챔피언스리그 1회, 칼링컵 3회 우승 등이 대표적이며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2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200경기 출장은 맨유 역사상 92번째 기록이며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박지성이 아시아인 최초로 세운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지성은 맨유가 06-07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함에 따라 아시아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메달을 받았으며 2008년 4월9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면서 팀을 4강에 이끌어 역시 아시아선수 최초로 세 시즌(04-05 에인트호벤, 06-07·07-08 맨유)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이뤄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12일 박지성은 연봉 81억4300만원으로 맨유와 2년 재계약을 이끌어냈으며 박지성은 웨인 루니(27), 리오 퍼디낸드(34)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런 박지성에게 '퇴출 위기'가 찾아왔다. 2005년 맨유에 입단 후 끊임없는 이적설에 시달렸던 박지성은 유독 큰 경기와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칠 줄 모르는 활동력과 경기장 곳곳을 누비는 위치선정으로 '두 개의 심장' '산소 탱크' '언성 히어로'(드러나지 않은 영웅) 등의 별명도 얻었다.

퍼거슨 감독 의도
비껴간 실망스런 모습


그러나 이런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에 불거진 박지성의 퇴출 위기는 심상치가 않다. 올 시즌 박지성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지난 1일(한국시간)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와 치른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후반 13분 교체되기도 했다.

이날 박지성은 측면이 아닌 중앙 미드필드에 배치됐고 이는 박지성의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중원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가 깔려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맨시티 미드필더 야야 투레(29)를 이기지 못했다.박지성은 경기 내내 현격한 피지컬 차이를 실감해야했고 허리가 무너진 맨유는 맨시티에게 승리를 내줘야 했다.

박지성 특유의 위치 선정도 이날 경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 시에는 활발히 참여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원톱 루니를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현지 언론 잇따른 혹평
박지성 발목 옥죈다

결국 이날 맨시티와의 경기는 퇴출 위기에 처한 박지성에게 치명타가 되어 돌아왔다. <골닷컴> 영국판은 박지성을 이날 경기 '최악의 선수'로 선정하며 평점 4.0을 부여했고 <스카이스포츠>도 "경기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하며 부진했다"고 전한 뒤 평점 5점을 부여했다. 지역 언론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도 "교체되기 전까지 보여준 게 없었다"며 평점 5점을 줬다.

<인디펜던트>는 "퍼거슨은 수비강화를 위해 미드필드에 손발이 안 맞는 박지성-스콜스-긱스를 모조리 집어넣고는 자멸했다"고 쓴소리를 퍼부으며 "이들이 동시에 출전한 건 최근 2년간 단 한 차례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박지성은 더 일찍 교체해야 했다. 솔직히 그가 뛴 건 도박이었다"고 패배의 주 원인으로 몰고갔다.

물론 박지성의 이번 맨시티전 출전은 7경기 연속 결장에 이은 갑작스러운 출전이었기 때문에 예전 기량을 선보이는 데에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영국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사실을 배제하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으며 박지성 퇴출 위기에 이어 터져 나오는 이런 현지 혹평은 박지성의 아킬레스건을 더욱 옥죄고 있다.

맨유 데이비드 길 사장도 박지성의 퇴출설에 힘을 실었다. 데이비드 사장은 지난달 20일(한국시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력보강을 준비 중이다. 어떤 선수를 데려올지 구체적 검토 중이다"고 올 시즌 종료 후 맨유 선수단의 대대적인 개편을 암시했다.

영국 <데일리 미러>도 지난 2일(한국시간) "맨유는 올 시즌 종료 후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할 것"이라고 보도하며 "박지성, 베르바토프, 오언, 안데르손이 올 여름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맨유가 지난 2005년 반 더사르, 박지성, 비디치를 영입하며 대대적인 선수 보강에 성공한 뒤 첼시를 누르고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실은 맨유가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다면 해당 포지션은 중원이라고 예측하게 하고 있다. 올 시즌 박지성은 측면 미드필더 자리를 애슐리 영, 나니, 발렌시아에게 모두 내줬고 중원을 강화하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뜻에 따라 중앙에서 경기를 뛰는 횟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박지성은 중앙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박지성의 자리를 차지만 선수들은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퍼거슨 '살생부'에  올라…큰 경기 사나이 버리나
현지언론 "올 시즌 종료 후 맨유 떠날 가능성 높다"

설상가상으로 맨유가 니콜라스 가이탄(24·아르헨티나)의 영입에 성공하면서 박지성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천재 미드필더'라고 불리는 가이탄의 영입은 박지성이 더는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이탄은 좌우 측면에서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하며 공격적인 스쿼드를 구성하고자 하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기 때문.


이밖에도 박지성은 유력한 영입 후보로 거론되는 에당 아자르(21·릴), 루카 모드리치(27·토트넘), 오스카 데 마르쿠스(23·빌바오) 등과도 포지션이 겹친다.

또한 박지성은 30대에 접어들면서 라이언 긱스(39)와 폴 스콜스(38)과 함께 노장 반열에 올라 가장 큰 무기인 지치지 않는 체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도 퇴출설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곧 박지성에게 맨유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박지성은 2013년 여름까지 맨유과 계약이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맨유가 당장 박지성을 내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박지성도 지난해 대표팀 은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맨유 잔류의 뜻을 확고히 했고 맨유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맨유와 1년 재계약에 합의할 당시 박지성이 2~3년의 계약기간을 원했지만 구단의 뜻대로 1년만 합의한 사실을 미뤄볼 때 올 시즌이 끝나고 박지성이 다시 재계약을 얻어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퍼거슨 감독도 충성도 높은 선수를 아끼지만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는 가차 없이 내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또한 박지성 덕분에 맨유가 아시아 축구시장에서 입지가 단단해졌기 때문에 박지성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반박하는 이적설도 제기됐다. 맨유가 일본대표팀의 상징적인 선수 가가와 신지 영입을 추진 중인 것. 가가와는 지난해 세레소 오사카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팀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새로운 중원의 마술사다. 이는 맨유가 박지성을 버리고 가가와를 선택해도 되는 충분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연봉 협상 테이블
주도권 잡기 힘들 듯

한편 계약 만료시점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재계약 협상에 들어가는 유럽 축구리그의 특성상 박지성의 재계약 협상도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올 시즌 들어 출전 경기도 크게 줄고 그에 따라 공격 포인트도 감소한 박지성이 협상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잡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 남은 경기를 무조건 이기고 봐야하는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대신 영과 발렌시아, 나니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박지성이 명예 회복의 기회를 잡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성의 비어버린 산소탱크를 맨유가 다시 채워줄지, 박지성 스스로가 그 탱크를 채울 방법을 찾아야 할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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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