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이회창’ 보면 ‘2012 박근혜’ 보인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08 15: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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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차별화 ‘NO' ‘창’과의 차별화 ‘YES'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11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대세론’을 확고히 다졌다. 2004년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해낸 바 있는 박 위원장이 100석도 힘들다는 당초 예상을 깨고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이번에도 당을 구해내자 ‘대세론’은 정점에 달했다. 당내에선 ‘경선 무용론’이 나오면서 ‘추대론’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2002년 대선경선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이 이 전 대표의 데자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이회창 데자뷰’ 현상을 낱낱이 분석해봤다.

지난 4·11총선 승리로 새누리당은 완벽하게 ‘박근혜당’으로 변모했다. 박 위원장은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을 공천하며 논란을 잠식시켰지만 친이계 의원 35명 남짓을 가차없이 탈락시켰다.

대신 친박계 원외 인사 50여 명을 공천했다. 지난 18대 총선 ‘친박학살’ 당시 엄청난 분열과 파장을 가져왔을 때와 비교한다면 아주 무난히, 그리고 성공적인 공천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분열과 별다른 세력이탈 없이 자신의 계보 인사들을 공천한 박 위원장의 리더십도 높이 평가받았다.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이 박 위원장의 ‘대선캠프화’ 됐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묘하게 겹치는
두 대세론자들

이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이회창 전 대표도 자신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들을 공천에서 제외시키며 한나라당을 ‘이회창당’으로 만들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윤환 전 대표 등 거물급 낙천 인사들은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과 민주국민당을 창당했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낙천한 전여옥 의원 등이 한나라당 출신 박세일 대표가 이끄는 국민생각에 합류했지만 단 한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한 채 참패해 비슷한 결과를 남겼다.


‘경선 무용론’과 ‘추대론’이 나온 것도 묘하게 닮은꼴이다. 16대 총선 이후 정국의 중심은 ‘이회창 대세론’이었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마땅한 대선주자도 내놓지 못했고 김대중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견고해졌다.

대세론 속에서 치른 한나라당 경선은 형식적인 과정으로 이른바 ‘이회창 추대식’에 가까웠다.

19대 총선 이후에도 상처뿐인 경선은 무의미하다는 ‘경선무용론’과 그에 따른 ‘박근혜 추대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판세에서는 승리했지만 수도권에서 졌다는 점도 여지없이 닮았다. 이 전 대표가 이끈 한나라당은 16대 총선 전체 273개 의석 가운데 133석을 획득해 제1당이 됐다. 하지만 수도권 97곳 가운데 단 40곳에서만 승리해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도 과반이상 의석이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수도권 전체 의석 112석 가운데 43석을 차지하며 참패했다. 지난 18대 총선의 절반 수준이다.

16대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진행된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다는 사실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새누리당도 대선을 8개월 남은 시점에 압승해 선거 승리 시점도 묘하게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승리에 도취했고 이회창 대세론 속에 안일한 태도로 대선에 임해 정권탈환에 실패하고 말았다.

현재의 새누리당도 총선 이후 김형태·문대성 당선자를 둘러싼 ‘비리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역풍에 직면했고 차기 당 지도부 내정설이 떠돌아 논란을 자초했다.

‘한나라당=이회창당’ ‘새누리당=박근혜당’ 만든 제왕적 권한 
막강한 대세론 속 경선무용론에 따른 ‘추대론’ 경선 흥행실패?

새로운 홍보수단의 등장도 비슷하다. 16대 대선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보편화되면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활동할 수 있는 공공의 장이 마련됐다.

당시 인터넷 선거운동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게 여기던 한나라당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20~40대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새로운 수단이 등장했다. 야권이 SNS를 통해 4·27과 10·26재보선에서 승리하자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은 공천심사에 SNS역량지수를 추가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현재로서는 야권이 SNS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선에서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여겨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야권의 강력 대선주자가 두 명 존재 한다는 사실도 흡사하다. 16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까지 1강(이회창)·2중(노무현·정몽준) 구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2중의 지지율을 합하면 1강을 앞지르는 상황 때문에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진행됐고 결국 노무현 후보가 이 전 대표를 꺾었다.

현재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지율을 합하면 박 위원장을 앞서는 상황이 일치한다.

또한 압도적 대세론 속에서 후발주자들이 경선룰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판에 박은 듯 똑같다. 이처럼 가볍게 웃어넘기기에는 16대 대선과 오는 18대 대선은 흡사한 점이 너무나 많다.

16대 경선과 차이점
15대 경선에서 보여

하지만 16대 경선과 다른 양상도 보이고 있다. 당시에는 이회창, 최병렬, 이부영, 이상희 후보 4명이 경선을 치렀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박 위원장의 대세론 속에서도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97년 15대 대선 경선당시 ‘9룡’의 재현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에도 독주 후보는 이 전 대표였다.

그러나 이홍구, 박찬종, 이수성, 최형우, 김덕룡, 이인제, 김윤환, 이한동 후보가 출마를 강행하며 유례없는 다자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9룡 중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오른팔인 최형우 후보는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중풍으로 꿈을 접었고, 이홍구 후보는 정치에 불신감을 나타내며 후보를 사퇴해 최종적으로 6명이 겨뤘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경선 내내 1위를 기록했지만 금품살포설과 흑색선전 논란이 벌어지는 등 나머지 후보의 집중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이인제, 이한동, 이수성, 김덕룡 후보는 경선 막바지 ‘반창 연대’를 구성했다.

반창 연대의 영향으로 이 전 대표는 대세론이 흔들려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40.9%의 득표율에 그쳐 이인제 후보와 2차 결선투표까지 치르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수도권 패배·대선 직전 선거 승리·새로운 홍보수단 탄생도 겹쳐 
대세론 속에서도 후보 난립 현상, 15대 대선 경선 ‘9룡’의 재현

현재 새누리당의 대권 레이스도 이와 흡사하다.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가 이미 대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 했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역시 속속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또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도 다음 주 중 출마를 공식화 할 예정이다. 여기에 김태호·정두언 의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당외 인사인 정운찬 전 총리 역시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위원장을 포함해 무려 9명의 주자가 경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이들은 당시의 반창 연대처럼 ‘비박 연대’를 구성해 박 위원장을 집요하게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김 지사와 정 전 대표가 연일 박 위원장을 비판하며 완전국민참여경선 룰 수용을 촉구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워낙 현격해 형식면에서는 다자구도이지만 내용면에서는 박 위원장의 독주체제가 분명하다.

비박 후보들이 박 위원장을 추월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막바지 비박 주자들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들이 난립하는 이유로 ‘정치적 노림수’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8월 경선에서 박 위원장이 선출되더라도 12월 대선까지 수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넘버2’ 자리를 확보해 놓겠다는 계산과 함께 승패에 상관없이 대선후보 경선을 대선이후 주도권 확보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친박진영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 배후설’도 제기됐다.

후보난립 이유는
정치적 노림수?

청와대를 향한 친박진영의 의심의 눈초리는 자연스레 정책 차별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현정부 핵심 인사들의 부정비리 의혹과 미국 광우병 발생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검역중단 여부를 두고 현정부와 완전히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정권말기 이명박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도 집권말기의 김영삼 정권이 여론의 비판을 받자 김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며 탈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 전 대통령의 허수아비를 불태우는 극단적인 거리두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극단적 차별화와 탈당요구는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이처럼 박 위원장의 대선행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전 대표와 오버랩 되고 있다. 마치 데자뷰 현상을 보고 있는 듯하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 ‘2002년 이회창을 보면 2012년 박근혜가 보인다’라는 풍문이 떠도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여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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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