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돌아온 저격수’ 박지원 민주통합당 신임 원내대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07 14: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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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있는 대통령후보’ 만들어 정권교체로 보답하겠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변’은 없었다.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1기 원내사령탑에 초반 대세론을 점했던 박지원 의원이 선출됐다. 경선기간 내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역할분담론(이하 이-박 연대)’을 다른 후보들이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박 신임 원내대표는 6월 당 대표를 뽑는 비상대책위원장과 12월 대선에 나설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여겨진다. 18대에 이어 두 번째 원내사령탑을 맡게 된 ‘돌아온 저격수’ 박지원. 그의 영향력과 행보에 민주통합당의 명운이 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호남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DJ의 복심’ 또는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김대중·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을 만들어낸 경력에 ‘불멸의 킹메이커’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력과 뛰어난 대여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원샷 원킬 저격수’로 불릴 만큼 뛰어난 전투력이 강점이다. 또한 지역별, 계파별로 나눠진 민주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하나의 목표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도 주목되고 있다.

‘DJ의 복심’
‘킹 메이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구민주계와 호남을 대표하는 3선 국회의원이다.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목포 문태고와 단국대 상학과를 나왔으며 30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가 가발사업으로 성공했다. 이후 뉴욕 한인회장과 1980년 미주지역 한인회 총연합회장을 지냈다.

1983년 미국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귀국하자 영주권을 포기하고 함께 귀국해 정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2년 14대 총선 때 민주당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으며 최장기 대변인을 지낼 만큼 ‘명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대변인, 공보수석을 지냈다.


1999년 5월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되며 청와대를 나왔지만 2002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 김 전 대통령을 임기 말까지 보필했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는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6·15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었지만 대북송금 특검 때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협조 명목으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한테서 150억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로 2007년 복권됐고, 2008년 4·9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곧바로 복당했다. 이후 법사위원,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최고위원을 거쳤고 2010년 7·28 재보선 이후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당을 이끌기도 했다.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1기 원내대표로 돌아온 ‘킹메이커’
타의 추종 불허하는 정보력과 뛰어난 대여협상력 강점

박 원내대표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로 쌓은 정보력과 정무감각을 바탕으로 한나라당과 정권의 저격수로 명성을 쌓았다.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법사위원 자격으로 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의혹들을 폭로하면서 '청문회 스타'로 부상했다.

이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를 진두지휘해 이명박 정권에 치명타를 안겼다.


특히 정 감사원장 후보 청문회 때 박 원내대표의 활약은 압권이었다. 정 후보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던 박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매일 한건씩 추가로 폭로하겠다”고 여권을 압박하자 결국 정 후보는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자진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민주당의 야성을 확실히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의 전투력도 높이 인정받았다.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여야 간 협상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민주당 의원들을 일일이 출석을 체크하며 원내 활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후 당 대표직에 욕심을 내며 도전한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는 호남지역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당권을 노렸지만 시민통합당 등과의 통합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며 ‘반 통합파’의 핵심으로 지목돼 첫 지도부 경선에서 4위에 머물렀다가 이번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원샷 원킬 스나이퍼’
청문회 스타로 활약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이-박 연대 ‘밀약설’이 터지며 비난의 주인공이 됐고, 비박후보 3인방 연대의 역공에 부딪쳤던 것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경선과정에서 2010년 비대위 대표와 원내대표, 지난해에는 법사위원을 맡으면서 당을 효율적으로 운영했을 뿐 아니라 대여투쟁도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큰 리더십’을 강조해 왔다.

경선 전날 열린 원내대표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다시 한 번 큰 리더십을 발휘해서 의정활동으로 국민의 평가를 받고 야권이 연합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등 정권교체를 위한 마지막 열정을 바치겠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 결과 당선자 127명 전원이 참석한 1차 투표에서 49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유인태 35표, 전병헌 28표, 이낙연 14표) 과반수를 얻지 못해 2차 투표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벌였다.

당초 이-박 연대를 비판해 온 나머지 3명의 후보들이 결선투표에서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유인태 후보가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으나 이는 결국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결선투표에서 세 후보의 지지표가 분산되며 18표가 박 원내대표의 표로 추가되면서 60표를 얻은 유 후보를 7표 차이로 누르고 두 번째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많은 논란 속에도 초반 대세론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로써 박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개원협상을 주도하고 대선 정국에서 원내전략을 진두지휘할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장 역할도 함께 겸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그런 만큼 향후 새누리당과의 19대 개원협상에서는 대선에 대비한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원 배정,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청문회 및 특검, 언론청문회 등의 관철에 힘을 쏟으며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대선 과정에서는 현 정권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해 강도 높은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그 어느 때보다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지 않았나? 현재 박지원만한 전투력을 가진 의원이 누가 있냐?”라고 반문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정권교체를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됐다”고 그의 당선을 반겼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인사에서 “67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독주하지 말고 세력균형을 이루라는 의원 여러분의 선택”이라며 “비대위원장으로서 엄정하게 중립에 서서 공정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통합당은 한국노총, 시민사회, 노무현 세력, 김대중 세력이 통합을 이뤘다”며 “어떤 경우에도 한 세력이 지배해서는 안 되고, 진정으로 화학적 통합을 이룰 때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6월 선출될 당 대표와 함께 12월 정권교체를 위해 ‘이길 수 있는 대통령후보’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남겼다.

19대 국회 개원협상 주도, 대선 원내전략 총지휘할 중책
비판론 치유할 수 있는 카드 제시, 향후 행보의 최대변수


그러나 이런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여론을 어떻게 진정시키고 대여 총력 대응체제를 구축하느냐가 최대 과제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경선전 초반에 불거진 이-박 연대에 대한 반발이 그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난제로 남아있다.

 박 원내대표가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을 없애고 단합해서 정권교체를 위해 총력 대응하기 위한 충정이라고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비판론은 남아있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저버린 오만하고 구태의연한 발상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초선 당선자 21명이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이를 비판했고,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여유 있는 승리를 장담했던 그가 2차 결선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신승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 체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이런 비판론을 치유할 수 있는 적절한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달 9일로 예정된 임시전당대회의 공정 관리가 커다란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다. 그가 스스로 역할분담론을 말했던 만큼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 하겠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당권 도전자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의혹이 쉽사리 불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해찬 후보가 승리해 이-박 연대가 완성될 경우 당내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특히 대선주자들도 이런 구도에 강력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어 심각한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한 듯 박 원내대표는 정견발표 등을 통해 “오늘도 의원 여러분들이 원내대표를 결정하듯 당 대표와 지도부도 국민과 당원이 선출할 수 있다”며 “또 지금까지 우리 당내의 어떤 대통령후보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또한 “우리 민주당의 최대과제는 정권교체다. 국민은 우리에게 정권을 줄 준비가 되어있고 이제 우리의 차례”라며 “치열한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당내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민주당 독자후보 옹립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교수가 내일이라도 민주당에 들어와 주면 좋겠지만 저는 문은 열어놓되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지 말고 우리도 뛰자. 민주당의 후보가 (안철수 교수를) 앞서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만약 그래도 어렵다면 우리는 정권교체를 위해 안철수 교수와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안 교수와의 후보단일화 여지를 남겨 놓았다.

정권심판도 하고
이미지도 만회한다

거센 반대기류를 뚫고 당의 전면에 등장한 박 원내대표는 주특기인 카리스마와 정보력을 내세워 당장 청와대와 여권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 개인적으로 보면 지난해 12월 야권통합과정에서 기득권 수성을 위해 반대를 일삼는 ‘구태’로 몰렸던 만큼, 이미지도 만회하고 정권심판의 발판을 만드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기회이기도 하다.

야심에 찬 ‘박지원호’의 두 번째 출항이 순항을 하며 ‘신천지’를 탈환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 프로필>

▲ 1942년 전남 진도 출생
▲ 단국대학교 상학과 졸 
▲ 목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
▲ 조선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 데일리팻숀스(주) 대표이사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 14대 국회의원
▲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대변인
▲ 문화관광부 장관
▲ 국민회의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별보좌역
▲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장
▲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정책특보
▲ 대통령비서실 실장
▲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 18대 국회의원
▲ 민주당 정책위의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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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