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박대호 기자] '왕차관'으로 불리며 이명박 정권의 핵심 인사로 분류됐던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일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금품수수 및 청탁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기위해 검찰에 출두했다.
박 전 차관은 특히 이국철 SLS그룹 로비사건, CNK 주가조작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 등 정권 말 불거진 대형 비리사건마다 이름을 올렸으나 용케도 수사선상에서 빠져나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임으로써 그의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같은 사건으로 앞서 검찰조사를 받았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도 박 전 차관에겐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61억원의 행방은?
이정배(55) 파이시티 전 대표가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로비자금은 61억원이다. 대검 중수부는 이 돈의 행방을 쫓기 위해 박 전 차관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브로커 이씨로부터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재직하던 2005~2006년 사이 수고비 명목으로 2000~3000만원씩 서너 차례, 청와대 재직시절인 2007년께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1000만원씩 수차례에 걸쳐 총 3억원 가량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씨의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박 전 차관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된 포항지역 기업인 이동조(59) 제이엔테크 회장과 브로커 이씨의 계좌 등을 추적하는 등 61억원이라는 뭉칫돈의 세탁 정황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윗선' 개입 가능성은?
박 전 차관이 검찰에 출두함에 따라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정권실세 연루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공공연하게 '상왕'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브로커 이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다이어리에 이상득 의원은 물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혹에 더욱 힘을 실고 있다.
더욱이 박 전 차관이 이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요직에 발탁됐다는 점은 윗선 개입 가능성을 부채질 하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의 주요 인사들이 '영포라인'으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고위급 인사 연루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대선자금 전반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