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노무현’ vs ‘노무현 버리기’ 힘겨루기 내막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02 12: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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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땐 ‘노무현 정신 계승’ 운운하더니 패배하자?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대선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기존의 주자들이 박 위원장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히든카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깜짝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노무현 정신 승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 패배 이후 ‘친노정당’ 프레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본격 대선체제 돌입을 앞둔 야권의 ‘포스트 노무현 바라기’와 ‘노무현과 거리두기’ 면면을 살펴봤다.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2년 초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될 당시 지지율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노무현 후보의 경선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초 지지 의원이 1명(천정배 의원)에 불과했던 노무현 후보는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경선 승리는 물론 대선 승리까지 이뤄냈다. 그야말로 ‘깜짝 카드’가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최근 정가에서는 이 같은 전례에 맞춰 차차기 대선 도전을 검토하던 젊은 주자의 ‘긴급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깜짝 후보 카드’
긴급투입 가능성

현재 야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손학규·정세균 전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다.

안 원장과 문 고문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며 투톱체제를 형성하고 있지만 총선 승리 후 대세론을 더욱더 굳건히 이어가고 있는 박 위원장과의 승부에서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의견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따라서 경선 흥행 차원에서라도 또 다른 후보군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 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단순 흥행 차원에서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젊고 참신한 인물론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물로 4·11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적지인 대구 수성갑에 자진 출마했지만 아쉽게 낙선한 김부겸 최고위원을 떠올린다.

김 최고위원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고 총선 이후에도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이번 도전으로 김 최고위원은 1998년 서울 종로 보선에서 당선됐지만 2000년 총선 때 사지인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해 실패하고 2년 뒤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드리마’ 재현을 이룰 수 있는 모델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 김 최고위원이 획득한 표는 40.4%로 지난 2008년 총선 때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득표율 33.6%)와 이번 총선에서 호남지역에 도전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39.7%)보다 많은 득표율을 얻어 경쟁력을 입증 받았다는 평가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적지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한 공통점 때문에 이 후보와 비교가 많이 됐었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이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자 비록 낙선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이길 경쟁력 가진 후보 안 나타날 경우 ‘히든카드’ 등장론 제기
김부겸, 안희정, 이인영 등 젊은 주자들 거론, 원외 조국 교수도 거론 

김두관 경남지사가 대선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광역단체장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세대교체론을 내세워 뛰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안 지사는 친노진영 차세대 그룹의 선두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각종 SNS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친노진영 내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안 지사가 이번 대선에 나와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안 지사는 차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하나 경우에 따라 이번 대선 경선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이번 총선에서 이해찬 당선자가 세종시에 출마한 데에는 안 지사의 힘이 컸다”며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충청권을 새누리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안 지사의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며 안 지사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같은 친노진영의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대선주자로 거론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이나 도지사 등을 거치면서 능력이 검증된 이들이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다. 이들은 한국이 통일로 갈 수 있는 에너지를 모을 것으로 보며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본다”며 “나는 이들에게 얘기했다. 대통령이 될 준비를 하라고”라며 광역단체장 출신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광역단체장 출신 외 486그룹이 그간의 ‘심부름 정치’와 ‘교두보’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대표주자를 이번 대선에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이 이제는 나설 때가 됐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신민당에서 김영삼·김대중·이철승 후보가 내건 ‘40대 기수론’과 흡사한 시나리오다.

이번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한 이인영·우상호 당선자 등이 바로 486그룹의 대표주자들이다. 하지만 우 당선자는 당 대표에 도전한다는 의지를 피력해 후보군에서 다소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대거 당선된 486세력은 힘을 결집해 우 당선자를 대표 경선에 내세우고 현재 최고위원인 이인영 당선자를 대선후보로 미는 방안을 모색 중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전 최고위원이 대선의 여여대결 구도를 염두에 두고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 밖의 ‘깜짝카드’로는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거명된다.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이 모바일 방식으로 치러지면 조 교수의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당 밖의 깜짝카드
인기 많은 조국?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이해찬 당선자는 “이제는 걸출한 영웅이 나오는 시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총선 패배 후 민주통합당 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전 ‘노무현 정신 승계’를 최대 화두로 꼽으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참담한 성적표를 받자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 정권교체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작용한 듯 보인다.

가장 먼저 입을 뗀 사람은 박지원 최고위원이다. 박 최고위원은 총선 이후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노는 당내 다른 세력에 대한 배려가 없다. 자기들이 당권도 대권도 다 하려고 한다”며 “그런 식으로 하면 친노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나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친노인사들의 행태에 대해 주로 비판하지만 사석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현직으로 있을 때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나 대북송금특검 문제를 건드린 것 등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과 친노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베어 있다는 평가다.

대선 앞두고 ‘친노정당’ 프레임 경계, “노무현 재평가 본격화”
친노인사들 참여정부 정책적 과오 언급하며 차별화 내세우기도 

‘비노진영’ 뿐만 아니라 일부 친노인사들도 정책적 과오를 언급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문재인 상임고문도 넓은 의미에서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 고문은 지난달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의 비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전과는 크게 다르다”고 했으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일종의 거리두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문 고문은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여러 차례 해 노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본격화했다.

김두관 지사도 “노무현 비욘드(beyond·노무현을 넘어서다)”를 외치며 선긋기에 나섰다.

대선 승리 위해
노무현 버리기?


이처럼 민주통합당 내에서 계파에 상관없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데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는 새누리당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총선 초반 한미FTA나 제주 해군기지 등 주요 현안에서 새누리당의 “노무현정부에서 시작한 것을 말 바꾸기 하고 있다”는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도 “참여정부 때도 했다”는 말 한마디에 맥이 빠지고 말았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내걸고 벌인 ‘낙동강 전투’와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을 선거구에서 연거푸 패배하며 받은 충격도 크다.

이와 관련 민주당 안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통해 새롭게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 내에서 불거지는 친노와 비노의 세력 다툼 조정과 새로운 인물론에 입각한 ‘깜짝 카드’가 민주당의 경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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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