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노무현’ vs ‘노무현 버리기’ 힘겨루기 내막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02 12: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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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땐 ‘노무현 정신 계승’ 운운하더니 패배하자?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대선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기존의 주자들이 박 위원장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히든카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깜짝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노무현 정신 승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 패배 이후 ‘친노정당’ 프레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본격 대선체제 돌입을 앞둔 야권의 ‘포스트 노무현 바라기’와 ‘노무현과 거리두기’ 면면을 살펴봤다.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2년 초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될 당시 지지율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노무현 후보의 경선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초 지지 의원이 1명(천정배 의원)에 불과했던 노무현 후보는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경선 승리는 물론 대선 승리까지 이뤄냈다. 그야말로 ‘깜짝 카드’가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최근 정가에서는 이 같은 전례에 맞춰 차차기 대선 도전을 검토하던 젊은 주자의 ‘긴급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깜짝 후보 카드’
긴급투입 가능성

현재 야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손학규·정세균 전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다.

안 원장과 문 고문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며 투톱체제를 형성하고 있지만 총선 승리 후 대세론을 더욱더 굳건히 이어가고 있는 박 위원장과의 승부에서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의견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따라서 경선 흥행 차원에서라도 또 다른 후보군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 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단순 흥행 차원에서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젊고 참신한 인물론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물로 4·11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적지인 대구 수성갑에 자진 출마했지만 아쉽게 낙선한 김부겸 최고위원을 떠올린다.

김 최고위원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고 총선 이후에도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이번 도전으로 김 최고위원은 1998년 서울 종로 보선에서 당선됐지만 2000년 총선 때 사지인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해 실패하고 2년 뒤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드리마’ 재현을 이룰 수 있는 모델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 김 최고위원이 획득한 표는 40.4%로 지난 2008년 총선 때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득표율 33.6%)와 이번 총선에서 호남지역에 도전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39.7%)보다 많은 득표율을 얻어 경쟁력을 입증 받았다는 평가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적지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한 공통점 때문에 이 후보와 비교가 많이 됐었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이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자 비록 낙선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이길 경쟁력 가진 후보 안 나타날 경우 ‘히든카드’ 등장론 제기
김부겸, 안희정, 이인영 등 젊은 주자들 거론, 원외 조국 교수도 거론 

김두관 경남지사가 대선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광역단체장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세대교체론을 내세워 뛰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안 지사는 친노진영 차세대 그룹의 선두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각종 SNS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친노진영 내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안 지사가 이번 대선에 나와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안 지사는 차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하나 경우에 따라 이번 대선 경선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이번 총선에서 이해찬 당선자가 세종시에 출마한 데에는 안 지사의 힘이 컸다”며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충청권을 새누리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안 지사의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며 안 지사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같은 친노진영의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대선주자로 거론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이나 도지사 등을 거치면서 능력이 검증된 이들이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다. 이들은 한국이 통일로 갈 수 있는 에너지를 모을 것으로 보며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본다”며 “나는 이들에게 얘기했다. 대통령이 될 준비를 하라고”라며 광역단체장 출신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광역단체장 출신 외 486그룹이 그간의 ‘심부름 정치’와 ‘교두보’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대표주자를 이번 대선에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이 이제는 나설 때가 됐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신민당에서 김영삼·김대중·이철승 후보가 내건 ‘40대 기수론’과 흡사한 시나리오다.

이번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한 이인영·우상호 당선자 등이 바로 486그룹의 대표주자들이다. 하지만 우 당선자는 당 대표에 도전한다는 의지를 피력해 후보군에서 다소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대거 당선된 486세력은 힘을 결집해 우 당선자를 대표 경선에 내세우고 현재 최고위원인 이인영 당선자를 대선후보로 미는 방안을 모색 중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전 최고위원이 대선의 여여대결 구도를 염두에 두고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 밖의 ‘깜짝카드’로는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거명된다.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이 모바일 방식으로 치러지면 조 교수의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당 밖의 깜짝카드
인기 많은 조국?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이해찬 당선자는 “이제는 걸출한 영웅이 나오는 시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총선 패배 후 민주통합당 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전 ‘노무현 정신 승계’를 최대 화두로 꼽으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참담한 성적표를 받자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 정권교체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작용한 듯 보인다.

가장 먼저 입을 뗀 사람은 박지원 최고위원이다. 박 최고위원은 총선 이후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노는 당내 다른 세력에 대한 배려가 없다. 자기들이 당권도 대권도 다 하려고 한다”며 “그런 식으로 하면 친노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나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친노인사들의 행태에 대해 주로 비판하지만 사석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현직으로 있을 때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나 대북송금특검 문제를 건드린 것 등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과 친노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베어 있다는 평가다.

대선 앞두고 ‘친노정당’ 프레임 경계, “노무현 재평가 본격화”
친노인사들 참여정부 정책적 과오 언급하며 차별화 내세우기도 

‘비노진영’ 뿐만 아니라 일부 친노인사들도 정책적 과오를 언급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문재인 상임고문도 넓은 의미에서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 고문은 지난달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의 비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전과는 크게 다르다”고 했으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일종의 거리두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문 고문은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여러 차례 해 노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본격화했다.

김두관 지사도 “노무현 비욘드(beyond·노무현을 넘어서다)”를 외치며 선긋기에 나섰다.

대선 승리 위해
노무현 버리기?


이처럼 민주통합당 내에서 계파에 상관없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데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는 새누리당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총선 초반 한미FTA나 제주 해군기지 등 주요 현안에서 새누리당의 “노무현정부에서 시작한 것을 말 바꾸기 하고 있다”는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도 “참여정부 때도 했다”는 말 한마디에 맥이 빠지고 말았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내걸고 벌인 ‘낙동강 전투’와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을 선거구에서 연거푸 패배하며 받은 충격도 크다.

이와 관련 민주당 안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통해 새롭게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 내에서 불거지는 친노와 비노의 세력 다툼 조정과 새로운 인물론에 입각한 ‘깜짝 카드’가 민주당의 경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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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