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MB ‘탄핵=>하야=>망명설’ 실체

‘멘토’ 최시중 폭로에 ‘멘붕’ 신세 “이승만 노무현 심정 이해할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레임덕에 걸린 정권에 권력의 장막이 걷히면 싸놓은 오물들이 쏟아지며 정권을 뒤덮는다. 때문에 임기 말 ‘대통령 잔혹사’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혹독함이 조금 다를 것이라는 평이다. ‘내곡동 사저’ ‘대선불법자금’ 등 비리의 ‘몸통’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지목되면서다. 이제 심심찮게 들려오던 ‘하야’ ‘탄핵’ 목소리는 점차 강하게 울려 퍼지는 실정이다. 게다가 검찰이 휘두르는 칼날에 MB정부를 지탱하던 이상득?최시중 등 ‘양대산맥’마저 무너지는 양상이다.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까지 뚫리며 퇴임 이후 안전판마저 불확실해진 이 대통령. 일각에서는 하야 후에 불의의 망명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승만의 암운’과 퇴임 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던 ‘노무현의 저주’가 이 대통령에 드리웠다는 목소리까지 조심스레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갖가지 꼼수와 반칙들이 난무했던 MB정부가 임기 말 자폭하는 모양새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사들의 비리폭탄이 끝도 없이 터지면서다. 게다가 이 대통령 본인도 점차 비리의 중심축으로 몰리고 있다. 그간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했던 MB정부의 개국공신들, 이른바 ‘6인회(이명박?이상득?최시중?이재오?박희태?김덕룡)’ 멤버들은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며 체면을 구기는 양상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처지가 망신살 뻗친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계 안팎의 평이다. 혹독한 말로가 예상된다는 것.

최전선 방어막
뚫려버린 MB

청와대는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승리의 축배를 들기도 전에 엄청난 비리폭탄이 터져 이 대통령을 좌불안석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검찰의 칼날까지 실세들을 정조준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비리의 주역은 이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다. 그는 스스로 ‘검은돈’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인허가와 관련해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최 전 위원장은 특히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까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 썼다고 밝혔다.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 사용했다는 얘기다. 이는 이 대통령의 안위를 우려할 만큼 위험한 메가톤급 폭로였다. 즉각 ‘불법대선자금’ 논란으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고 불똥은 청와대로 향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최 전 위원장은 개인이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상황을 돌이키기엔 늦은 발언이었다. 때문에 단순한 기업의 인허가 비리에서 시작한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단숨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다. 단순 인허가 비리사건이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계 안팎에서는 ‘최시중 사태’에 또 다른 정권의 실세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연줄연줄 얽혀 있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일단 검찰은 지난 4월26일 최 전 위원장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MB정권의 양대산맥의 한축인 최 전 위원장의 굴욕에 정계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이 뚫렸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또 다른 축인 ‘상왕’ 이상득 의원 역시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간 이 의원은 비리만 터졌다하면 ‘배후 0순위’로 지목되어 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실세답게 무한 썬파워를 과시하며 검찰의 수사망을 모두 빠져나갔다.

최시중의 메가톤급 폭로에 레임덕 외통수 걸려 끙끙
검찰 부름에 줄줄이 불려가며 체면구긴 ‘상왕?왕차관’

검찰은 현재 이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이른바 ‘장롱 속 7억원’이 사실상 불법정치자금인 것으로 결론 내린 것.

게다가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율씨의 다이어리엔 이 의원의 이름이 여러 번에 걸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공천헌금 2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검찰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이 영업정지 된 프라임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았다는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며 이 의원을 옥죄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본인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다. 특히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형사고발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내곡동 사저’ 파문에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야당에 의해 고발된 것. 퇴임 후 거처할 사저에 국민혈세를 불법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며 국세횡령죄까지 얹혀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여기에 갑자기 튀어나온 무차별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최시중 폭로’에 불법대선자금 의혹까지, 폭발력이 큰 사안들의 ‘몸통’으로 이 대통령이 지목된 상태다. ‘설상가상’ 격으로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붙은 ‘BBK 의혹’도 잊을 만하면 계속해서 폭로가 이어지며 불씨가 타오르는 상황이다. 

때문에 민심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야권의 맹공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대선정국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통령과 선을 긋는 눈치다. 앞서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밀월관계를 통해 찰떡공조를 선보였다. 미래권력 ‘박근혜 파워’에 이 대통령의 레임덕도 미루는 효과를 거뒀고 퇴임 후 안전판도 마련한 듯 보였다. 

대선정국 앞두고
선긋기 나선 새누리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대로는 대선정국까지 힘들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며 ‘MB 차별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불법사찰 파문의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최시중 사태’가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경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여당은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MB정권과 확실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상일 대변인은 지난 4월24일 “검찰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받은 돈과 사용처, 특히 2007년 대선 때의 여론조사에 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또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특검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물론 불법사찰방지법안 제정 논의도 가속화하고 있다.

야권은 맹공을 가하는 상태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지난 4월24일 브리핑을 통해 “최시중 게이트는 대통령이 핵심인 불법대선자금 게이트다”며 “검찰이 최시중 게이트를 단순 인허가 청탁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고 꼬리 자르기 수사로 일관하려고 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검찰은 최시중씨를 즉각 구속하고 불법대선자금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범죄의혹의 몸통인 청와대를 향해 단호한 수사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뇌물을 받아 불법대선자금으로 썼다는 당사자의 진술까지 나왔고, 대통령 친형의 차명계좌 속 7억원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정황도 나왔다”며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미루는 검찰이 오히려 수상하다. ‘툭 튀어 나오는 돈’을 억지로 덮는다면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빠르게 선 긋는 박근혜, 정권퇴진 요청 봇물이룬 야권
‘하야 후 망명’ 이승만, ‘퇴임 후 비극’ 전철 밟을까?

게다가 정계 안팎에서 ‘탄핵’과 ‘하야’ 목소리도 심상찮게 울려 퍼지는 실정이다. 특히 야권의 최대 잠룡으로 꼽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발언을 기점으로 탄핵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문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탄핵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하야 발언이 흘러 나왔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지난달 5일 청와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닉슨 대통령이 물러난 워터게이트 사건과 판박이다”면서 하야도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제 정계 일각에서는 탄핵과 하야 발언이 본격 튀어나오기 시작하며 이 대통령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까지 제기된 상태다.

지난 1960년 4월26일 국민의 지탄을 받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요구를 받아들였다. 3ㆍ15 부정선거를 치른 혹독한 대가였다. 부정선거 논란은 4ㆍ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게다가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은 더 많은 국민들의 자발적 시위 참여를 이끌어냈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하야에 대한 요구는 봇물처럼 쏟아졌다. 놀란 이 전 대통령은 결국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하야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지만 독재자의 말로는 쓸쓸했다. 결국 미국의 지원마저 끊긴 이 전 대통령은 서둘러 하와이로 망명을 떠나야 했다.

부정선거 논란 휩싸인
독재자의 쓸쓸한 퇴장

현재 이 대통령 앞에는 ‘내곡동 사저 논란’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불법대선자금 파문’ 등 갖가지 악재들이 겹치며 민심이 바닥을 치는 상태다. 여기에 정권의 양대산맥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며 오물을 뒤집어쓴 채 무너지는 양상이다. 여야를 뛰어넘어 탄핵과 하야를 운운하는 거침없는 발언들과 야권의 파상공세에 점점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하는 이명박 대통령.


과연 이 대통령이 모든 악재들을 청산하고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아니면 비운의 역대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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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