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비친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두 얼굴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4.24 09: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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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5000억대 비리에 내연녀까지…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샐러리맨 성공신화’로 통하던 인물이다. 지난 1998년 대우전자 판매본부장이던 선 회장은 IMF 사태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되자 하이마트를 설립해 매출 3조원이 넘는 회사로 키워냈다. 월급쟁이들에겐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성공신화’가 사실은 비리로 쓴 ‘막장드라마’였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사방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한 꺼풀 벗길 때마다 새로운 비리가 나오는 모습이 마치 양파 같다.”

최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에 대한 재계의 평가다. 그럴 만도 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 ▲특수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동산거래법 위반 ▲배임수재 ▲조세포탈 등 모두 6가지, 그 규모는 무려 5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납품업체서 상납

검찰에 따르면 선 회장은 자신의 아들을 하이마트 직원으로 올리고 이사회 의결 없이 자신의 연봉을 높이는 등 총 182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했으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로부터 온갖 명목으로 돈을 받아냈다.
선 회장이 하이마트 매장 공사를 한 업체로부터 유명 그림 여러 점을 상납 받는 식으로 챙긴 돈만 1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납품업체는 미대 출신인 선 회장 딸의 그림을 5000만원에 사야 했고 딸의 벤츠 리스료까지 대납해야 했다. 내연녀의 생활비를 조달할 목적으로 납품업체를 설립해 일감을 몰아준 뒤 2003∼2007년 이익금 3억7500만 원을 이 여성에게 건넨 정황도 드러났다.

선 회장은 지난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 M&A를 거쳐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1차 M&A에선 하이마트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이른바 차입매수방식으로

24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유진그룹과의 2차 M&A에서도 이면계약을 체결해 소액주주들에게 602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선 회장은 또 2차 M&A 과정에서 유진그룹이 인수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주는 대가로 현금 400억 원과 하이마트 주식 40%를 액면가로 취득한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유진그룹은 당시 경쟁업체인 GS리테일보다 입찰가를 2000억 원이나 낮게 제시하고도 최종 인수업체로 선정됐다.

횡령·배임·조세포탈 등 걸린 혐의만 모두 6가지
현재 입원한 상태…시간끌기·동정여론 조성용?

선 회장은 이렇게 만든 돈 가운데 1509억원 가량을 자녀들에게 불법 증여해 증여세 760억원을 포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미국 LA 베벌리힐스의 고급주택을 아들에게 사준 것도 그중 하나다.

그야말로 비리백화점이 따로 없다. ‘양파회장님’이라는 재계의 비아냥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게 재계의 견해다. 선 회장의 성공신화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명주식 등을 ‘세탁’해 가로챈 데서 시작된 때문이다. 비리 위에 탑을 쌓은 형국. 선 회장의 몰락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선 회장은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지난달 29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부터다. 과거 재벌기업 회장들의 행보가 묘하게 오버랩된다. 실제 그동안 범죄혐의를 받은 회장들은 빠짐없이 환자복을 입었다. 시간을 벌 수 있는 데다 동정 여론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검찰과 법원은 환자를 가장한 읍소형 범죄 혐의자들에게 과거처럼 관대하지 않다는 점이다. 뻔히 보이는 수법에 질릴 대로 질려버린 탓이다. 선 회장으로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병원행을 결정했겠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내연녀에 생활비

선 회장은 어떻게든 철창행을 면하기 위해 아등바등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음엔 과연 어떤 행보가 이어질까. 전례를 보면 초호화 법조인단을 꾸린 뒤 재직시절의 성과와 우리 경제에 공헌한 점을 내세우며 선처를 구하는 순서가 유력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혐의만 봐도 감옥행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 결국 선 회장의 성공신화는 막을 내리게 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과연 선 회장 인생드라마의 다음 막이 열리는 건 감옥에서일까, 회장실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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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