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K리거 이경환의 '안타까운 죽음'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4.24 09: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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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사태 '처벌'만 있고 '대책'은 없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해 영구제명 조치를 받은 전직 K리거 이경환 선수가 사망했다. 승부조작과 관련된 이 같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승부조작 사태 당시 60여 명이 법적 처벌을 받았고 지금까지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할 줄 아는 게 오직 축구밖에 없던 그들은 사회에서 격리되어 왔다. 하지만 극단적인 소식이 잇따라 전해짐에 따라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라남도 순천시의 명신대학교에서 이 학교 최초로 2009년 K리거를 배출했다. 얼마 전 목숨을 끊은 이경환이다. 2009년 연습생 신분으로 대전 시티즌에 입단한 그는 동계훈련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 그해 3월8일 광주 상무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후반 31분 교체 투입되며 프로 데뷔 신고를 했다.

이경환의 죽음과 교훈

이경환은 2010년까지 대전에서 뛰고 난 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수원으로 이적했다. 3년도 채 안 되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경환은 K리그 통산 44경기에 나와 1골2도움을 남겼다.

하지만 수원으로 이적 후 쟁쟁한 선수들에 밀려 뛸 기회를 잡지 못하던 이경환은 대전 시절 알고 지내던 몇몇 선수들과 함께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경환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자진신고를 했고 그 덕에 실형은 면했지만 영구적으로 선수자격이 박탈됐다. 축구밖에 몰랐던 한 남자는 더 이상 한국에서 축구선수로 살아갈 수가 없었다.

지난해 6월30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끝으로 K리그 생활을 마감한 이경환은 보호관찰 3년에 사회봉사 300시간의 징계를 받고 일용직을 하며 홀어머니를 모시고 생활해 왔다. 하지만 군 입대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지난 14일 오후 2시 인천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했다. "이렇게 살기 싫다"는 내용의 짧은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였다. 이경환은 오는 5월 군에 입대할 예정이었다.

승부조작과 관련된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5월6일 윤기원(전 인천 유나이티드)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만남의 광장 휴게소 주차장의 자가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달 30일에는 정종관(전 서울 유나이티드)이 서울 모 호텔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종관의 유서에는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내 친구인데 이들이 내 이름을 아직 진술하지 않은 것은 의리 때문이다. 모두 내 책임이고 내가 시킨 거다"라고 적혀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19일에는 이수철 전 상무 감독이 경기도 성남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처지 비관 투신자살 "이렇게 살기 싫다"
징계 받은 선수들 그 이후, 대책 마련 절실

분명 이들의 승부조작 관여는 죄가 무겁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중범죄임은 확실하다.

지난 2011년 8월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러 승부조작에 관련된 47명(선수 40명·선수 출신 브로커 7명)에 대해 K리그 선수자격 역구 박탈 및 직무자격 영구상실 징계를 내렸다.

당시 연맹은 이들이 아마추어를 포함한 국내 축구계에서 어떤 직무도 맡을 수 없도록 조치 하기도 했다. FIFA도 징계위원회를 열고 선수자격 영구 박탈이 전 세계적으로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승부조작의 핵심인물로 밝혀져 국내 축구계로부터 영구 제명을 당하고 마케도니아리그 FK 라보트니키로 이적해 활동하던 최성국도 지구상 어느 그라운드에서도 뛸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의 운영진에 대한 처벌 소식은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수사기관들은 문제의 불법 도박사이트들이 외국에서 서버를 운영하고 있고 은밀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총대를 메고 사건을 수습한 격이 된 것.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거의 없는 상태다.

연맹은 사회봉사프로그램을 개설해 승부조작에 관여했던 보호관찰대상 선수를 꾸준히 관리해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해서 축구계 복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기축구 외에는 축구를 할 수 없었던 전직 선수들의 소통이 장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연맹 외에는 승부조작 관여 선수들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처벌은 했지만 도움은 없었던 것.

24세 축구선수 죽음

승부조작 가담자들도 인생 전체를 축구만 바라보고 달려왔으니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가 힘든 상태다. 주변의 날 선 눈초리도 부담스럽다.

K리그가 승부조작이라는 악재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이들의 자살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또 다른 관리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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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