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뇌관’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 폭로 개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09 1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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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편지 배후는 최시중·이상득 등 MB 최측근”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 또 한 번의 ‘메가톤급’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나는 꼼수다>의 ‘천안함 모의실험 조작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BBK 주가조작 사건 당사자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가 귀국해 진실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개월 전부터 “총선을 엿새 앞둔 4월5일 폭로하겠다”고 밝힌 바와 같이 기자회견을 통한 대폭로는 없었지만 사건의 무게감으로 보아 12월까지 이어지는 대선정국을 뒤흔들 파장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 2일 귀국, 3일 13시간여 검찰조사로 사건배후 밝혀
예정된 기자회견 폭로는 없었지만 정치권 촉각 곤두세워

지난 17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BBK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귀국했다. 이를 전후해 당시 한나라당은 기획입국설을 내놓으며 참여정부의 청와대와 여당인 민주당이 김씨의 귀국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김씨의 미국 교도소 수감 동료인 신경화씨가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문제의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큰집’은 청와대를 뜻하는 표현이고, 김씨가 모종의 대가를 받고 들어온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었던 홍준표 전 대표는 대선 엿새 전 이 편지를 김 씨의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며 대선에서 사실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함과 동시에 승리로 이끈 1등공신이 되었다.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 귀국, 폭로

여야의 고소고발 속에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기획입국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유야무야 덮어졌다. 그동안 편지는 김경준씨가 입국하기 전 미국 교도소에 있을 당시 1년간 함께 수감생활을 한 신경화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3월 신씨의 동생인 신명씨가 언론인터뷰를 통해 “형이 김경준씨한테 보낸 것으로 세상에 알려진 편지는 내가 작성했다”고 폭로해 여러 의혹들을 양산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신씨는 “기획입국설은 조작된 것”이라며 배후에 현재의 여권 핵심인사와 대통령 친인척이 관여돼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지난 대선정국을 강타했지만 흐지부지 덮어졌던 BBK 사건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수개월 전부터 신씨는 “과거 가짜편지를 김경준 기획입국의 증거라며 언론에 공개했던 홍 전 대표가 편지의 입수 경위를 털어놔야 한다”고 주장하며 압박했다.

신씨의 폭로는 김경준씨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와 여권의 사주를 받고 귀국한 것으로 오인할 만한 내용의 가짜편지를 신씨 형제가 작성한 점을 문제 삼고 지난해 12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사건의 진위여부와 자신 형제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홍 전 대표 측은 가짜편지의 입수 경위와 진실을 밝히라는 신씨의 주장을 총선을 앞둔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평가절하하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지난달 고발했고, 이에 신씨는 2일 베이징을 경유해 귀국했고 지난 3일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13시간여의 조사를 받고 나온 신씨는 “검사가 편지조작 과정 전반을 물어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말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검찰조사보다 신씨의 폭로에 쏠려 있었다. 지난 대선 엿새 전 폭로한 것과 마찬가지로 총선 엿새전인 지난 5일 폭로를 예고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신씨의 기자회견은 없었다. 고소·고발을 당한 그로서는 개인적인 폭로를 이어갈 경우 또다시 법에 걸릴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신씨는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 팟케스트 방송으로 자신의 심경을 이어나갔다.


“13시간 검찰조사
힘들었지만 편했다”

새벽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날인 지난 4일 신씨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가짜편지 작성 과정과 그 배후에 관한 이야기를 소상히 전했다. 그는 “새벽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시간도 길고 힘들었지만 사실을 있는 대로 얘기하니 (마음은) 편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먼저 신씨는 가짜편지를 작성하게 된 계기부터 밝혔다. 그는 “‘선생님’(양승덕 경희대 행정실장)이 타이핑된 문안을 가져와 ‘그대로 하나 베껴 달라’고 했다”며 “선생님은 내가 치대를 다닐 때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대주시는 등 30년 동안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분이라 당시엔 속된 말로 ‘죽으라’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대필 요청을 받았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문구 자체는 일단 뭔가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선생님이 저를 여태까지 보살폈기 때문에 추호의 의심 없이 ‘선생님이 뭔가 잘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며 “부수적으로 저희 형님(신경화씨)에게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솔직히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신씨는 가짜편지를 대필하는 조건으로 신경화씨에 대한 감형이 제안됐다는 사실은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만약에 내가 그런 대가로 그런 걸(대필을) 하면, 잘못하면 역사적으로 반역하는 것과 똑같은데 거기에 가담할 이유가 있겠나”라며 “또 거기에 가담했다고 하면, 누가 나에게 치료를 받겠나”라고 강조했다. 편지 대필이 친분이 있는 인물에 대한 호의 때문이지 대가성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신씨는 자신이 편지를 건넨 양씨 뒤에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캠프 특보 출신인 김병진씨 외에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이상득 의원 등 캠프의 핵심 인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대선 후 검찰 조사를 앞두고 양씨가 나를 불러 ‘최시중, 이상득씨가 모든 걸 핸들링하고 있다’며 ‘지시한 대로 하면 (대전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형을 미국으로 원상복귀 시켜준다고 이야기했다’”며 “형님이 미국으로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킨 대로 계속 말을 만들어가면서 조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신경화씨는 현재도 구치소 수감 중)

또 신씨는 최시중·이상득씨 외에도 이명박 캠프의 또 다른 핵심 인사가 가짜편지 작성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제기했다. 신씨는 “제가 조사받기 전 양씨가 제 앞에서 ‘신 회장님’이라고 하는 사람과 통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누구냐고 물어보니 ‘(대통령의) 손윗동서’라고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신기옥씨였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기획입국에 깊숙이 관련된 점을 밝힌 것이다.

또한 신씨는 홍 전 대표가 “대선 1주일 전 출근했더니 사무실 책상에 편지가 올려져 있었다”며 입수 경위를 설명한 것에 대해, “홍 전 대표가 (대선 열흘 전인) 2007년 12월 7일부터 형님과 편지에 대해 언급한 언론 보도가 있다”며 편지를 입수하기 전부터 가짜 편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증거 가지고 있다. 홍준표 편지 입수경위 밝혀라”
MB 최대 아킬레스건, 대선 정국 뒤흔들 메가톤급 파장

다음 날이자 당초 폭로 예정일이었던 지난 5일에서도 편지의 배후들을 거듭 지목했다. 신씨는 이들을 배후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양씨로부터 이 사람들이 다 핸들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검찰에 가면 이렇게 이렇게 하라는 내용이 빽빽하게 담긴 A4 5장짜리 양씨의 지시서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이 없다면) 왜 편지가 일면식도 없는 홍 전 대표의 손에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신씨는 ‘알려지지 않은 배후가 한 명 더 있다’고 주장해 온 것과 관련해서는 지난 3일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검찰이 알려지지 않은 배후에 대해서도 질문했다”며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정황상 알고 있는 배후들을 모두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후론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나를 보호하기 위한 증거가 있다”며 “재판장에 가게 되면 증거를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대필한 편지의 원본은 양씨에게 받았으나 다른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 사람이 누군지는 검찰이 수사해서 찾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대해 신씨의 요구와는 별개로 고소·고발사건을 절차대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일단 김경준씨 고소사건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 측도 조만간 고발인 자격으로 소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검찰은 “신씨가 주장하는 것과 그간의 조사 내용은 조금 다르다”는 입장이다. 양씨가 준 원문대로 편지를 작성했고, 이후 신경화씨가 똑같이 작성했다는 부분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다.

편지 조작 여부를 떠나 고소·고발이 성립하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씨가 “홍 의원의 편지입수 경위를 수사해 달라”고 한 것을 진정으로 볼 수 있는지, 신씨의 폭로나 발언 때문에 홍 의원이나 김씨 명예가 훼손됐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아킬레스건
대선정국 뒤흔드나?

이처럼 신씨는 하나씩 사건의 배후들을 밝혀나가며 이 대통령과 그 배후들을 옥죄고 있다. 신씨의 고향친구이자 그동안 신씨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이어왔다는 이모씨는 기자와의 통화해서 “상당히 억울해 하죠”라며 신씨의 입장을 대변했으며 이내 “자신이 이용당한거니 안 그렇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씨는 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했을까. 이에 대해 이씨는 총선으로 민감한 시점에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자신의 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믿고 의지하고 있는 신씨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진실규명을 위해 사력을 다 할 것이란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BBK 주가조작 의혹’은 신씨가 터뜨리는 폭로의 진위 여부에 따라 또 한 번 대선정국을 뒤흔들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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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