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돌입한 4·11 총선 5대 핵심 변수 분석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03 1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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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어떻게 잡느냐에 ‘승패’ 판가름 난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이 카운트다운에 접어들며 판세는 예측불허의 대혼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야 각각의 ‘정권심판론’과 ‘친노부활’의 가치싸움이 일찍부터 시작된 가운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과 천안함 2주기 추모에 따른 ‘북풍(北風)’ 등의 변수가 급부상했다. 또한 민간인사찰과 BBK 진실 폭로 등 청와대와 여권을 정조준 하고 있는 의혹도 막판 변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외 제주 해군기지건설에 대한 여론 추이, 영·호남 지역주의 득세, 세대별 정치적 입장 차 등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5대 핵심 변수를 선정해 분석했다.

무소속 출마자 257명, 18대 총선(127명)보다 두 배 늘어
‘정권 심판’과 ‘친노부활’의 대결구도, 유권자들의 선택은?

① 넘쳐나는 무소속 출마자 
② 민간인사찰, BBK 진실 규명
③ 정권심판론 vs 친노부활 가치 싸움
④ 신북풍(북한 미사일 발사, 천안함)
⑤ 세대별 대결, SNS 활용 여부

정치 평론가와 선거 전문가들은 최대 표밭인 수도권의 혼전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천과 경선 탈락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것을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이외에도 몇몇 변수들로 인해 선거판이 막판까지 출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여야 모두 선거 결과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 판세는 돌발 변수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실수를 줄이고 쟁점사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박빙 지역의 우열이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이다.

무소속 출마 강행
선거 최대 변수로


먼저 전·현직의원들의 무소속 출마가 주요 변수로 자리매김했다. 여당은 공천반발을 무마해 무소속 출마를 최소화했고, 야권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를 이뤄냈다.

하지만 각 정당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많은 이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이들은 나름대로 탄탄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어 이들의 득표력이 여야의 총선 승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총선에는 후보자 등록을 마친 927명 중 무소속 출마자가 257명(27.7%)으로 18대 총선(127명)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는 점도 예의주시할 점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는 현역의원 3명이 무소속으로 나와 친정인 여당 후보들을 압박하고 있다.

대구 중·남에는 새누리당 김희국 전 국토해양부 차관의 공천에 반발해 배영식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무소속으로 나섰다. 이들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합의해 김 후보를 긴장케 하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성조·이명규 현역의원도 각각 경북 구미갑과 대구 북갑에서 무소속으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 의원은 배 의원 등 무소속 7명과 함께 ‘무소속 희망연대’를 출범시켜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번 총선 최대의 이슈 지역인 부산·경남도 마찬가지다. 수영에선 17대 의원을 지낸 박형준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유재중 의원과 리턴매치에 나섰다. 경남에서도 10·26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비서가 연루돼 탈당한 최구식 의원(진주갑)이 무소속 출마로 3선에 도전하고 있고,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친박공천학살을 주도했던 이방호 전 의원도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호남권도 무소속 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모집과정에서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해 민주통합당이 무공천을 결정한 광주 동구에는 박주선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섰으며 조배숙·최인기·김재균 의원은 각각 전북 익산을, 전남 나주 화순, 광주 북을에 무소속으로 등록했다.

2000년 16대 총선 이래 무소속 당선자가 1명도 없었던 서울에도 전·현직의원 출신의 무소속 출마자가 여럿 나왔다. 중랑갑과 중랑을에선 유정현·진성호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3선 출신의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과 5선 경력의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도 각각 중랑갑과 중랑을에 무소속으로 나와 중랑지역에서만 4명의 무소속 출마자가 나와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했지만 김희철 의원은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3파전을 형성하고 있다. 공천과 경선에 불복하여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표의 분열을 가져와 여·야 할 것 없이 최대 변수로 자리 잡았다.

20~30대 투표율 선거 판도에 결정적 작용 할 것
격전지일수록 변수에 승패 결정 날 가능성 높아 


두 번째 변수는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과 BBK 진실규명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28일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을 앞세워 본격적인 정권심판론을 제기할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를 발족해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 카드를 던졌다.

10개의 본부를 둔 위원회는 ‘민간인 불법사찰’과 ‘BBK 기획입국 가짜편지’, 그리고 ‘중앙선관위 디도스 사이버 테러’의 3개 분야에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BBK 진실규명은 기획입국 가짜편지 작성자인 신명씨가 이달 5일 관련 의혹을 모두 밝히겠다고 예고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신씨는 편지를 쓰게 한 배후로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목하고 있고 위원회도 사실관계를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총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 디도스 사이버테러는 현재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선관위와 KT 등 통신회사를 압수수색하며 진실을 규명 중이다. 위원회는 특검이 주목하지 않는 다른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연이은 폭로로 인해 이미 청와대와 여권을 만신창이로 만들었으며, 이명박 대통령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개입정황이 밝혀진다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변수로 ‘정권심판’과 ‘친노부활’의 대결구도가 있다. 민주당은 선거 초반부터 이번 선거를 ‘MB정권 심판론’ 구도로 몰아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폐족’이라 자처했던 친노 인사들의 부활에 대해 ‘나라를 망쳤던 인사들이 득세했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김태호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자처하는 김경수 후보가 맞붙은 김해을 지역이 경남권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김 의원이 ‘노풍’을 잠재울지, 김 후보가 ‘돌풍의 핵’으로 떠오를지 관심이다.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발족도 심판론과 맥락을 같이 한다. 현 정권의 비리가 박근혜 위원장과 함께 하고 박 위원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이명박근혜’ 표어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새누리당은 정권 심판론을 자꾸 피해가려고 하는 쪽으로 갈 것이고 (동시에) 과거를 자꾸 들춰내 과거 정권들의 잘못한 것을 자꾸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영향력이 그렇게 크다고 보지를 않는다”며 총선 최대 이슈와 관련해 “정권 심판론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55%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이번 선거전이 결국은 정권심판론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폐족 vs 이명박근혜
흠집 내기, 승자는?

네 번째 변수로 ‘북풍’이 있다. 북풍은 선거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변수이다. 이번 선거 역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예고해 4월 총선 구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1단계 추진체가 변산반도 등 우리 영해나 영토에 떨어질 경우,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풍을 과도하게 부각시키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중국 내 탈북자 강제 북송, 제주 해군기지, 천안함 2주기 등 최근 우리 사회 다른 안보이슈들과 북한 미사일이 맞물릴 경우 ‘신북풍’이 불어 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다.

다섯 번째 변수로 세대별 대결과 SNS 활용 여부가 떠오르고 있다. 2040세대로 대표되는 청·장년층과 50대 이상 중·노년층의 다른 표심은 선거 판세를 뒤집을 만한 변수다. 특히 20~30대의 투표율이 선거 판도에 결정적 작용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선관위에 따르면, 4년 전 18대 총선의 경우 선거인수가 20~30대(선거인 전체의 43.1%)가 50~60대(34.3%)보다 훨씬 많았으나 20~30대 투표율이 50~6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실제 투표인수는 50~60대(46.7%)가 20~30대(29.9%)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지난번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분당 재보선, 서울시장 재보선 등에서 젊은층의 투표 참여율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여당에게 잇따라 고배를 안겨주고 있어 이번 총선에서도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을 경우 총선 결과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야의 전통적 텃밭이 흔들리는 가운데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가 더해진다면 판세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격전지에서 젊은층의 투표율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여부도 중요 변수다. 4·11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은 물론이고 여야 모두 당 차원에서 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SNS를 통한 ‘3A전략’(agree-always-advice)을 내세웠다.

보좌진을 중심으로 세 차례에 걸쳐 SNS 교육을 진행했고, SNS 역량지수를 공천에 반영하기도 했다. 당 홈페이지에는 이용자들의 댓글이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 등 국내외 SNS로 곧바로 전송되는 ‘소셜 댓글 시스템’을 장착해 SNS 민심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변수대응 어떻게?
승패 기준 될 듯

새누리당과 달리 일찌감치 지난 8월 ‘2012 총선 승리 SNS 완전정복 가이드북’을 발간한 민주통합당은 SNS 네트워크 강화 사업에 속력을 내고 있다. 특히 총선 출마자들을 직접 지원할 ‘통합 SNS 플랫폼 구축시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며 여러 가지 변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박빙구도로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19대 총선에서 여야는 이러한 변수들을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막바지 표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11일 가려질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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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