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깨고 입 연 안철수 대권행보 대예측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02 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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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MOON’, 출발한 ‘AN’ 최종 승자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답답하리만치 ‘정중동’ 자세를 유지해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국 상황에 따라 자신이 직접 대선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대선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안 원장이 은연중에 정치참여 의사를 발표하자 여야 정치권은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한마디에 주가는 들썩이고 있고 정치권은 그의 속내를 분석하며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안 원장의 대권행보와 관련, 몇가지 ‘경우의 수’를 점쳐봤다.

여야 모두에 경고 보내 차별화 시도, 독자적인 대선행보 시사?
민주당,‘문재인당’으로 바뀌어가자 또 다시 나선 ‘타이밍의 귀재’

안철수 원장이 입을 연 것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다. 그동안 “재단 설립에 최선을 다하겠다. 학교 일만 해도 정신이 없다”며 정치에 거리감을 뒀던 그가 정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안 원장은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제가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주어지는 것”이라며 “제가 정치에 참여를 하게 된다면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어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에 참여한다면)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삼는 그런 쪽으로 하지 진영 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것은 지금까지의 나의 생각과 행보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철수’ 말 한마디
정치권은 ‘들썩’

그는 그동안 정치 참여 문제를 고민해왔던 것에 대해 “사회의 긍정적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모든 것을 봐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만약에 정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정치하시는 분들이 긴장을 풀고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며 “(정치 참여를) 하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서로 싸우고 공격의 대상이 된다. 긍정적인 역할을 못 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우리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이 자리에 있으면서 양쪽을 끊임없이 자극해서 쇄신의 노력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정치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총선 이후 정치상황에 따라 대권도전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상승세가 꺾인 것에 대해선 “지지율이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사회발전에 역할만 하면 되지 지지율이 높아지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이게 나의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대선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빠르다.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하신 분이 한 분도 없지 않느냐”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9월 이후부터 내가 ‘학교 일과 재단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정치에 참여하고 안 하고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등 세 가지를 얘기했는데 말 그대로 지켰다”면서 “작은 약속도 못 지키는 사람은 큰 약속도 못 지킨다”며 자신은 약속을 지켜왔고 큰 약속을 지킬 수 있음을 은연중에 내포했다.

안 원장은 ‘안철수 현상’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면 미래 가치와 구체제의 충돌이 아니겠느냐”며 스스로의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국민들의 생각, 개인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들, 사회 간 계층 이동이 차단된 사회구조,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는 미래를, 대립보다는 화합과 소통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데 서로 싸우기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또한 보수와 진보로 나뉜 한국 정치와 사회 구조를 지적하며 소통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가 너무 심하게 싸운다”면서 “보수나 진보가 서로 적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둘이 타협점을 찾아서 가는 게 사회발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갈등 해소, 일자리 창출, 빈부격차 해소, 계층 간 이동인데 그런 능력은 하나도 없이 보수든 진보든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면서 “승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독자노선으로
‘제3의 길’ 간다?

이처럼 안 원장이 “어떤 특정한 진영의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정치권에서는 기존 정치세력과 거리를 두고서 독자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친야 성향으로 인식돼온 것과는 다소 거리를 둔 발언으로 ‘제3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무엇보다 높아 보인다.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제의를 거절한 점도 독자행보 가능성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안 원장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도권 표심이 여야 어느 한쪽으로 뚜렷하게 쏠리지 않을 경우 주로 수도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안 원장의 독자 출마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과 자신과 뜻이 맞는 친 새누리당 성향의 인사들과 함께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를 하더라도 ‘특정진영에 속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특정진영에 속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그 진영의 논리를 따라가진 않겠다’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이런 탓에 ‘중도·무당파’를 흡수하며 독자행보를 걸을 수도 있단 관측과 함께 10·26 재보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시민사회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결과를 지켜본 후 상처 없이 본선에 직행하려는 속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원장이 총선 뒤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인재근 후보와 송호창 후보를 지지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아 그의 지지기반 다지기 움직임은 시작되었다는 시각도 있다.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지 않고 자신의 뜻과 맞는 후보 개개인을 지지해 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안 원장의 행보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자신의 장외정치 위력이 약해지자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즉 자신의 몸값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꼼수’로 폄하하는 기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 원장이 정치에 거리를 두자 주식은 반토막 났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페이스메이커’인가, 문재인과 본격 경쟁구도 만들기 서막인가?
대선 최고의 블루칩 안철수 결단, 정치권 다시 촉각 곤두세워

안 원장이 주춤하는 사이 현재 문 고문은 한명숙 대표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과시하며 민주통합당을 ‘문재인당’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공천과정에서 문 고문은 ‘친노’ 핵심인사들과 긴급회동 이후 한 대표와 독대를 갖고 3~4가지 요구를 담은 문서를 전달했고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지역구 공천 중 일부 지역은 문 고문의 뜻이 관철됐다는 후문도 들리고, 당시 후보군에도 없던 배재정 전 <부산일보> 기자가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게 할 정도로 문 고문은 당에서 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통합진보당 지도부와의 야권연대를 위한 회동에서 한 대표는 “문 고문에게 부탁해서 중재를 맡겼다”고 할 정도로 실질적인 당 대표의 권한과 역할을 문 고문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 고문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문재인 대망론’이 ‘문재인 대세론’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안 원장이 긴장감을 느껴 예정보다 빨리 정치참여 뜻을 밝힌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때문에 총선이 끝나면 문재인·안철수의 경쟁구도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 고문은 최근 안 원장을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최상위 순번에 추천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듯이 안 원장과의 관계가 각별하다. 문 고문은 부산 출신인 안 원장이 총선에서 이 지역 승부에 힘을 보태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 원장의 마음은 대선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야권에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안 원장과 문 이사장이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을 꼽고 있다. 치열한 경선으로 흥행에 성공해 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치고받는 네거티브전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쪽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안 원장이 표리부동의 자세를 보이거나 기대주로만 뛰다가 중도에 무책임하게 주저앉아버릴 경우 경선 흥행에 실패하게 될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또한 야권연대와 협상하지 않고 끝까지 독자노선을 강행해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3파전이 될 수도 있음을 염려하기도 한다. 안 원장과 문 고문의 지지층이 많이 겹쳐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판세가 되기 때문이다.


자기 몸값 올리고
존재감 높이려는 ‘꼼수’?

안 원장의 행보에 새누리당은 정치참여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은 지금 시대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면서 “민주통합당에 들어가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를 안 하는 척 하면서 실제론 정치9단같이 움직인다”며 “커튼 뒤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극도로 경계했다. 기본적으로 안 원장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설정해 온 민주당도 복잡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안 원장의 말 한 마디는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대선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안 원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정치권과 국민들은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안·철·수’ 라는 이름의 힘은 생각보다 엄청나기에 그가 내릴 최종 결단에 궁금증이 더해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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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