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매력 김옥빈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4.02 17: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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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염색? 다시 하라면 못 해"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데뷔작 <여고괴담4>를 비롯해 <다세포 소녀> <박쥐> 등의 영화에서 강렬하고 신비로운 캐릭터를 연기해 온 영화배우 김옥빈이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로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핑크빛 머리에 가죽재킷, 해골 모양의 액세서리, 망사스타킹과 가죽부츠를 신은 모습이 범상치 않다. 이번 영화에서 김옥빈은 다크한 행동파 '동화'로 분해 시크하고 당당한 매력을 뽐냈다.

"멜로 안 하는 이유? 성숙함 표현 부족"
'시체돌' 김옥빈 "공동묘지 촬영 무서워"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서로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나의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담하고도 치열한 쟁탈전을 그린 영화로 2005년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우선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극중 김옥빈은 몸이 앞서는 과감한 행동파 '동화'를, 이범수는 치밀한 전략의 지능적 엘리트 '현철'을, 류승범은 완벽한 잔머리의 천부적 사기꾼 '진오'를 맡았다.

'귀요미'부터 '다크녀'까지

특히 김옥빈이 연기한 동화는 생각보다 몸이 앞서고 일단 뱉어낸 말은 행동으로 옮기고 보는 인물이다. 행동파답게 스스로 시체안치실까지 잠입하는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옥빈은 이번 작품에서 어떤 여배우도 쉽게 소화할 수 없는 다크한 매력을 뽐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김옥빈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 및 기자단담회에서 "시나리오를 받고 굉장히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며 "반항아 기질과 귀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동화 역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김옥빈은 이날 영화 촬영 내내 있었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옥빈은 "극중 홍대 밴드에 심취한 캐릭터로 설정돼 의상이 올블랙이라 머리라도 밝게 하기 위해 감독님과 상의해 핑크빛 머리를 하기로 했다"며 "탈색을 8번 정도 하고 그 색을 유지하기 위해 3일에 한 번씩 재염색을 해야 했다. 다시는 하기 싫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촬영장소가 묘지라서 많이 무서웠다"며 "묘지가 몇 천 개는 됐는데 혼자 소심하게 기도를 많이 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에 연출을 맡은 우 감독은 "시나리오상 원래 김옥빈이 맡은 역할이 뼛속까지 다크한 이미지의 캐릭터였다. 거기다 재건축 아파트나 무덤이 배경으로 나오다 보니 너무 칙칙하고 우울한 거 같았다. 그래서 머리라도 좀 상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옥빈은 실제 영화 속 펑키한 스타일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실제는 평범한 것 같다. 화면에 예쁘게 나와서 만족스럽지만, 실제로 그렇게 입으면 (사람들이) 많이 바라보셔서 굉장히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멜로 장르에 도전하지 않고 강한 역할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김옥빈은 "일부러 멜로연기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아직은 좀 더 성숙한 느낌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활달한 시나리오에 더 눈이 간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이어 "감독님이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찾아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옥빈은 이날 시사회에서 '의리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유는 자신의 데뷔작 <여고괴담4>의 제작자 씨네2000 이춘연 대표와의 인연 때문이다.

"내 나이 찾아준 영화"

이 대표는 "옥빈씨가 시나리오를 보고 한 번에 출연을 결정해줬다"며 "여고괴담 시리즈에 출연한 많은 여배우들과 지금까지 각별하게 지내고 있는데 김옥빈씨도 웬만한 남자 배우들보다 속 깊고 의리와 강단이 있는 든든한 후배"라고 말했다.


이범수, 류승범, 김옥빈 등 개성 넘치는 세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오는 3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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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