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친이계 집단 반발 부른 잔인한 ‘피의 숙청’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13 15: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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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권가도 가로막는 ‘친이신당’ 등장할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가 술렁이고 있다. 공천신청을 하며 ‘무소속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자필서명을 했지만 막상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을 불사하고 출마를 강행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이다. 낙천한 이들이 각개전투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 움직임까지 가속화 되고 있어 4년 전의 ‘친박연대’처럼 ‘친이연대’가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는 신당 창당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고 국민생각의 ‘이삭줍기’도 본격화 돼 4·11 총선이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탈락자 대부분 강력 반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시사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신당 창당?

야권이 야권연대협상 타결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여권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자유선진당과의 연대가 일언지하에 거절된데 이어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연이은 탈당으로 보수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낙천자들은 연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위협하는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들 세력을 어떻게 끌어안고 갈지가 또 다른 숙제로 남게 됐다.
 
줄 이은 탈당
보수분열 가속

현역의원이든 예비후보자든 총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라 공천 탈락자들의 움직임은 일사분란하다. 재선의 허천 의원(강원 춘천)이 지난 7일 공천결과에 불복해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첫 스타트를 끊었다. 허 의원은 무소속 또는 다른 정당에 입당해 3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의원에 이어 다음날인 8일에는 4선의 이윤성 의원(인천 남동갑)도 탈당을 강행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또 다음날에는 전여옥 의원(서울 영등포갑)이 전격 탈당을 선언하고 ‘국민생각’에 입당했다.

하루에 한명 꼴로 현역의원이 탈당을 강행하며 무소속 또는 다른 정당에 입당해 출마를 공식화 하고 있는 것이다.


친이계 신지호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낙하산 공천한다면 깨끗이 탈당해서 제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고 유정현(서울 중랑갑)·장광근(서울 동대문갑)·정해걸(경북 군위·의성·청송)·이화수(경기 안산 상록갑) 의원도 재심을 요청해 이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더 활발해 질 것으로 여겨져 공천 탈락자들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원외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가장 먼저 반발한 인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었다.

김 전 부소장은 공천에서 탈락하자 새누리당을 전격 탈당했고 호남권 인사들을 포함한 무소속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4년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친박 학살’의 주역이었던 이방호 전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도 공천 탈락에 반발하며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아들인 김 전 부소장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매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정몽준 전 대표와의 만남을 가진 김 전 대통령은 “비상상황인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독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위원장을 두고서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중요하고 어려운데 박 위원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상시국이면 더 상의해야 하는데 왜 저렇게 독단적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잘 되길 바란다. 나도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며 덕담을 건네 그동안 불편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지만 김 전 부소장의 공천 탈락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또 다시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이 박 위원장을 지원할 지도 의문으로 남아 향후 관계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연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이들은 속속 연대를 꾀하고 있다. ‘상도동계’(김영삼 전 대통령 계보) 출신 김덕룡 전 의원과 안상수 전 대표 등이 친이계는 물론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 계보), 구민주계 인사 등 20여명을 참여시키는 신당을 모색 중이다.

김 전 부소장은 “안상수 전 대표와 만나 말씀을 나누고 있다”며 “무소속 연대를 하든, 제3의 정당으로 옮겨가든, 아니면 신당까지 만드는 3갈래 방향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안 전 대표가 지난 1일 집단탈당을 통한 무소속 연대 발언을 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김 전 부소장은 “벌써 이런 일을 예견하고 준비해왔다”고 덧붙이며 “외연의 폭을 야당과 같이 넓히자는 분도 있다. 소위 말하는 민주당의 구민주계”라고 했다.

YS(김 전 대통령 영문 약칭)의 상도동계와 DJ(김대중 전 대통령 영문 약칭)의 동교동계 인사들이 헤쳐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전 부소장과 지난 2일 민주당을 탈당한 한광옥 상임고문은 지난해부터 김덕룡 전 의원과 새로운 정당 창당에 대한 논의를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게 당대표를 맡아달라고 제의했으나, 정 위원장은 이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 측은 “여러 곳에서 압력이 온다. 당혹스럽다”고 했다. 또한 정의화·원희룡 의원,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등과 접촉을 가졌고 새누리당과의 연대를 거절한 자유선진당 측과도 연대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여옥 전격 영입한 박세일, 이삭줍기에 여념 없는 ‘국민생각’
“기성 정치권의 높은 벽 실감하고 사라진다?” 미풍 그칠 전망도

때문에 여야를 넘나드는 무소속 연대의 결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연대에 합류하는 현역 의원이 20명을 넘으면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배정받을 만큼 단숨에 만만치 않은 세력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서청원 전 의원 등 친박근혜계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결성해 비례대표 8석 등 모두 14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이끈 자유신당(현 자유선진당)도 18석을 얻은바 있어 새누리당을 더욱더 긴장케 만들고 있다.

지난 9일 전여옥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전격 입당한 국민생각도 또 다른 변수다.

박세일 대표가 “(공천에서) 밀린 분들 중에서 정치적 경륜이나 소신이나 철학이 저희하고 같은 부분이 꽤 있을 수 있다”며 여야 이삭줍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여야 낙천자들과의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많은 분들이 물론 긍정적으로 나온다”고 밝혔고 낙천자 가운데 국민생각에 합류하기로 한 사람이 있다고 밝혀 낙천자 다수가 합류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박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그야말로 낙엽정당”이라고 힐난하자 박 대표는 “권력 투쟁에서 일찍이 밀려난 분들 가운데서도 아까 말씀드린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있다”며 “저는 보석 찾기라고 본다”고 강변했다.

그는 또한 “좋은 미래의 정치적 자산이 있다면 그 분들과 같이 한다는 것이 대단히 바람직한 거지, 어찌 그게 낙엽인가”라고 반문한 뒤, “권력투쟁이 아닐 경우에는 낙엽일 수 있겠지만 권력투쟁에서 밀린다고 해서 다 잘못되고 부적합한 정치인이라고 보면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생각에 입당하며 비례대표 1번을 부여 받은 전여옥 의원도 “낙천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제 생각과 일치하는 분들이 몇 분 있다”며 국민생각에 합류할 생각이 있는 의원이 있다고 밝혔다.

향후 낙천자들이 대거 합류한다면 국민생각 또한 이번 총선에서 발휘할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기반이 탄탄하고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이 나선다면 총선에 새로운 판도가 그려질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삭줍기?
보석찾기?

정치권은 공천 탈락자들이 여야를 넘나드는 연대를 형성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미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08년 총선 때 친박계는 ‘박근혜 마케팅’으로 바람을 일으켰지만, 친이계는 내세울 마땅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친이계가 ‘이명박 마케팅’을 펼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무소속이나 제3당으로 출마하더라도 당선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평가절하 했다.

그 예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통합21’은 정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낙선했고 2000년 조순·김윤환 의원 등의 민주국민당도 16대 총선에서 2석만 얻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도 ‘3김 타파’를 내세운 유명 정치인과 시민운동가들이 통합민주당 간판 아래 출마했으나 대부분 낙선했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정당 중 상당수는 기성 정치권의 높은 벽만 실감한 채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권이 단일화 협약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서 새누리당 낙천자들의 무소속 출마와 신당 창당·3당행은 박 위원장과 당을 위협하는 요인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총선에서 승리를 하지 못하면 박 위원장의 대권 가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져 이들의 움직임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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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