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신종?합성?변태업소 잠입취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10 12: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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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없는 그들만의 '엿보기방'을 아십니까?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아무리 '방'이 많은 나라라고 하지만 이런 방까지 등장할 줄은 몰랐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이른바 '엿보기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직접적인 성관계나 유사성행위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변태업소인 것은 확실하다. 3시간을 넘게 뒤져도 한 곳밖에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그 영역이 미비하지만 기자가 직접 다녀온 이 변태업소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요시사>가 소수취향의 사람들이 다닌다는 이 업소를 잠입취재했다.

3시간 뒤져 발견한 관음증·노출증 환자들의 아지트
남자는 여자를 볼 수 있지만 여자는 남자를 볼 수 없다

지난달 27일 기자에게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영등포 인근에 새로운 변태업소가 등장했다는 내용이었다. "불법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이냐"고 묻자 "2차는 절대 나가지 않는 업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별반 호기심이 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들려온 말은 기자를 이튿날 영등포로 향하게 했다. 남자는 여자를 볼 수 있지만 여자는 남자를 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2차는 나가지 않아
뭐하는 곳이기에?

대략적인 위치를 전해 듣고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기자와 통화를 한 지인을 역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시간인 6시를 훌쩍 넘었는데도 지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기도 꺼져있었다. 기자에게 있는 단서는 그 변태업소가 영등포역 근처에 있다는 점, 대로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간판이 없다는 점, 업소가 있는 건물 주변에 각종 유니폼을 입을 여자들이 돌아다닌다는 점뿐이었다.

결국 기자는 저녁 7시경부터 영등포역 일대를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주 공략 대상은 간판은 없지만 외부 창문이 시트지 등으로 가려져 있거나 유니폼을 입은 여자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는 경칩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녁 날씨는 쌀쌀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찾을 수가 없겠다'라는 불길한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3시간여를 돌아다녔을까.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기자는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후미진 골목에 들어와 있었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 '내일 다시 오자'는 생각으로 영등포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세일러복 스타일의 옷을 입은 한 여인과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기자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지인이 말한 "각종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돌아 다닌다"는 말이 생각났고 휴대폰을 확인하는 척, 그들이 기자를 지나치기를 기다렸다. 한눈에 봐도 연인사이는 아닌 듯했다. 그들은 기자가 있던 곳 인근의 한 건물로 나란히 들어갔다. 여자가 남자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건물에는 어떠한 간판도 붙어있지 않았으며 단순 주택으로 보였다.

건물주변을 돌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간혹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만 지나다닐 뿐 술 취한 사람이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이 건물 쪽으로 오기에는 무리가 있을 법한 외진 곳이었다.

10여 분을 기웃거렸을까? 건물 입구에서 한 남성이 나와 기자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기자는 즉시 "소문 듣고 왔다"고 대답했다. 사실이었다. 지인의 말을 듣고 왔으니까….

남성의 얼굴이 밝아졌다. 손짓으로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그럼 들어오시지 뭐하고 계세요. 따라오세요. 이런데 처음이시죠? 제가 올라가서 설명해드릴게요."


남성의 뒤를 따라 건물 3층으로 올라갔다. 시트지가 붙어있어 외부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유리문이 잠겨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카메라가 보였다. 남성이 벨을 눌렀고 '철컥'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니 노래방에 온 것만 같았다. 카운터를 중심으로 일자로 뻗은 복도 양쪽에는 다닥다닥 방들이 붙어 있었고 카운터 옆에는 건물 외부와 복도가 보이는 컴퓨터 화면이 돌아가고 있었다. 남성이 기자를 옆에 있는 의자에 앉게 하더니 이용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비용은 30분에 2만5000원이에요. 방에 들어가면 유리를 통해 애들이 보여요. 방안에서는 뭘 하든지 자유지만 애들은 손님을 볼 수가 없어요. 손님도 애들한테 따로 뭘 요구할 수 없고…. 매직미러라고 아시죠? 한쪽은 투명한 유리고 한쪽은 거울이고. 손님이 방에 입장하면 애들 방에 불이 들어오고 애들이 알아서 포즈를 취해줄 거예요."

설명을 들어도 도대체 뭘 하는 곳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직접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2만5000원을 카운터에 지불했다. 방 열쇠와 '러브젤'을 받았다. 방에 들어가려는 순간 이용방법을 설명했던 남성이 기자에게 뛰어왔다. 낌새를 눈치챘을까봐 가슴이 철렁했다. 이내 들려온 말은 그런 기자의 마음을 안정시켰지만 다시 실망하게 했다.

"깜빡하고 말씀 못 드린 게 있어요. 카운터에 가방이랑 휴대폰 맡기셔야 해요. 간혹 애들을 촬영해 가시는 분이 있어서요. 방에 '몰카 탐지기'도 설치돼 있으니까 혹시라도 찍으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하하."

"휴대폰 등 촬영기기
카운터에 맡기세요"

물론 기자는 방에서 유리를 통해 보인다는 여성들을 찍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단지 방 안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기자의 가방과 휴대폰은 남성의 손에 넘겨졌고 주머니에 있는 동전 몇 푼과 지갑, 신분증, 방 열쇠, 러브젤 만이 소지품의 전부였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일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면치마와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민소매티를 입은 여성이 반대편에 누워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남성의 말대로 여자는 기자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방을 둘러봤다. 푹신해 보이지만 싸구려로 보이는 소파와 사각티슈, 음료수 몇 개, 세면대와 변기, 여자가 있는 방과는 다르게 어두운 조명, 안에서만 잠글 수 있는 방문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소파에 앉았다. 누워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던 여자가 몸을 일으켜 기자와 정면으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다리 위에는 노트북을 올려놨다. 여자가 몸을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속옷이 보였다. 5분 정도를 조금씩 신체부위를 보여주던 그녀는 노트북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더니 손부채로 덥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내 상의를 벗었다.

대화 불가, 터치 불가
2차 위한 작업도 불가

남성의 설명대로 방에 손님이 들어오면 여성의 방에 신호가 간다고 했으니 자신을 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알 것이다. 문득 '정말 이쪽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는 사각티슈를 집어 들고 유리 앞으로 가 섰다. 여자가 기자 쪽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유리를 내리치려는 포즈를 취했다. 여자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진짜 '매직미러'였다.

지인의 설명대로 2차는 나가지 않는 듯했다. 아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의사소통 자체가 안되니 2차를 나가기 위한 작업(?)을 걸 수도 없었다.

단지 여성들의 자연스럽고도 은밀한 노출을 보면서 카운터에서 지급받은 러브젤로 자위행위를 하는 방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유사성행위업소도 아니고 변종성매매업소도 아닌 단지 변태업소일 뿐이라는 것. 기자가 들어온 방의 콘셉트는 '젊은 여자가 혼자 사는 자취방'인 듯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사이 여성은 5분여 간격으로 옷을 하나씩 벗었고 약속시간 30분이 다 됐을 무렵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이 다됐다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자는 뚜껑도 열지 않은 러브젤을 보면 의심을 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 변기에 러브젤 일부를 짜버리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열쇠를 뽑아 들고 밖으로 나와 카운터에서 기자의 소지품을 모두 돌려받았다.

그 사이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카운터에 5만원을 계산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간판도 없고 호객행위도 없어 입소문만으로 영업 중
직접 성관계도 유사성행위도 안해…단속 근거 없어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던 기자는 건물 밖에서 기자를 데려온 남성에게 "길이 너무 복잡하니 큰 길까지만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남성은 흔쾌히 수락했다. 건물을 빠져나와 골목을 걸어가면서 "손님이 많이 오느냐"고 운을 띄웠다. 남성은 큰길이 보일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안와요. 아니 못 오죠. 이런 데를 아예 모르니까. 보통 관음증이 있는 남성들이 많이 오고…. 손님도 좀 그런 게 있죠? 직접 하는 것보다 몰래 지켜보는 게 더 좋은…. 여자들도 많이 와요. 저희가 데리고 있는 애들은 대학생이나 뭐 그런 애들이고 가끔 소문 듣고 노출증 있는 여자들도 와요. 변태들 참 많죠? 그런데 저희는 변태들이 고맙죠. 먹고 살게 도와주니까…."

남성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기자를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했다. 사지도 정신도 멀쩡한 기자가 순식간에 관음증 환자에 변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어느덧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대로변이 보였고 "이런 곳이 다른데도 있냐"고 물었다.

"있겠죠. 많지는 않겠지만 저희처럼 숨어서 하는 데가 있을 거에요. 이제 다 왔네요. 다음에 또 찾아주시고 조심히 가세요."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매직미러로 속옷을 보여주는 속칭 '엿보기방'을 운영한 일당이 경시청에 적발된 적이 있었다. 엿보기방은 개인룸에 들어간 남자 고객이 유리 맞은편에 있는 여고생과 대화를 하거나 치마 속 팬티를 훔쳐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기자가 찾은 이 변태업소도 간판은 없었지만 일본의 엿보기방을 연상케 했다. 일하는 여성이 미성년자가 아니고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점은 다르지만 일본의 엿보기방이 한국에 들어와 변화한 것인지, 한국의 이런 업태가 일본으로 건너가 엿보기방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다하다 이젠
'엿보기방'까지

성관계를 맺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대딸방'이나 '포옹방' '키스방'처럼 유사성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망을 피하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일부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확산되어져 나갈 가능성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방이 많은 나라라고 하더라도 남을 엿보는 엿보기방이라니 그 기발함에 기가 찰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변종·신종·합성 성매매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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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