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신종?합성?변태업소 잠입취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10 12: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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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없는 그들만의 '엿보기방'을 아십니까?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아무리 '방'이 많은 나라라고 하지만 이런 방까지 등장할 줄은 몰랐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이른바 '엿보기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직접적인 성관계나 유사성행위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변태업소인 것은 확실하다. 3시간을 넘게 뒤져도 한 곳밖에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그 영역이 미비하지만 기자가 직접 다녀온 이 변태업소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요시사>가 소수취향의 사람들이 다닌다는 이 업소를 잠입취재했다.

3시간 뒤져 발견한 관음증·노출증 환자들의 아지트
남자는 여자를 볼 수 있지만 여자는 남자를 볼 수 없다

지난달 27일 기자에게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영등포 인근에 새로운 변태업소가 등장했다는 내용이었다. "불법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이냐"고 묻자 "2차는 절대 나가지 않는 업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별반 호기심이 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들려온 말은 기자를 이튿날 영등포로 향하게 했다. 남자는 여자를 볼 수 있지만 여자는 남자를 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2차는 나가지 않아
뭐하는 곳이기에?

대략적인 위치를 전해 듣고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기자와 통화를 한 지인을 역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시간인 6시를 훌쩍 넘었는데도 지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기도 꺼져있었다. 기자에게 있는 단서는 그 변태업소가 영등포역 근처에 있다는 점, 대로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간판이 없다는 점, 업소가 있는 건물 주변에 각종 유니폼을 입을 여자들이 돌아다닌다는 점뿐이었다.

결국 기자는 저녁 7시경부터 영등포역 일대를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주 공략 대상은 간판은 없지만 외부 창문이 시트지 등으로 가려져 있거나 유니폼을 입은 여자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는 경칩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녁 날씨는 쌀쌀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찾을 수가 없겠다'라는 불길한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3시간여를 돌아다녔을까.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기자는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후미진 골목에 들어와 있었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 '내일 다시 오자'는 생각으로 영등포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세일러복 스타일의 옷을 입은 한 여인과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기자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지인이 말한 "각종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돌아 다닌다"는 말이 생각났고 휴대폰을 확인하는 척, 그들이 기자를 지나치기를 기다렸다. 한눈에 봐도 연인사이는 아닌 듯했다. 그들은 기자가 있던 곳 인근의 한 건물로 나란히 들어갔다. 여자가 남자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건물에는 어떠한 간판도 붙어있지 않았으며 단순 주택으로 보였다.

건물주변을 돌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간혹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만 지나다닐 뿐 술 취한 사람이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이 건물 쪽으로 오기에는 무리가 있을 법한 외진 곳이었다.

10여 분을 기웃거렸을까? 건물 입구에서 한 남성이 나와 기자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기자는 즉시 "소문 듣고 왔다"고 대답했다. 사실이었다. 지인의 말을 듣고 왔으니까….

남성의 얼굴이 밝아졌다. 손짓으로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그럼 들어오시지 뭐하고 계세요. 따라오세요. 이런데 처음이시죠? 제가 올라가서 설명해드릴게요."

남성의 뒤를 따라 건물 3층으로 올라갔다. 시트지가 붙어있어 외부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유리문이 잠겨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카메라가 보였다. 남성이 벨을 눌렀고 '철컥'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니 노래방에 온 것만 같았다. 카운터를 중심으로 일자로 뻗은 복도 양쪽에는 다닥다닥 방들이 붙어 있었고 카운터 옆에는 건물 외부와 복도가 보이는 컴퓨터 화면이 돌아가고 있었다. 남성이 기자를 옆에 있는 의자에 앉게 하더니 이용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비용은 30분에 2만5000원이에요. 방에 들어가면 유리를 통해 애들이 보여요. 방안에서는 뭘 하든지 자유지만 애들은 손님을 볼 수가 없어요. 손님도 애들한테 따로 뭘 요구할 수 없고…. 매직미러라고 아시죠? 한쪽은 투명한 유리고 한쪽은 거울이고. 손님이 방에 입장하면 애들 방에 불이 들어오고 애들이 알아서 포즈를 취해줄 거예요."

설명을 들어도 도대체 뭘 하는 곳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직접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2만5000원을 카운터에 지불했다. 방 열쇠와 '러브젤'을 받았다. 방에 들어가려는 순간 이용방법을 설명했던 남성이 기자에게 뛰어왔다. 낌새를 눈치챘을까봐 가슴이 철렁했다. 이내 들려온 말은 그런 기자의 마음을 안정시켰지만 다시 실망하게 했다.

"깜빡하고 말씀 못 드린 게 있어요. 카운터에 가방이랑 휴대폰 맡기셔야 해요. 간혹 애들을 촬영해 가시는 분이 있어서요. 방에 '몰카 탐지기'도 설치돼 있으니까 혹시라도 찍으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하하."

"휴대폰 등 촬영기기
카운터에 맡기세요"

물론 기자는 방에서 유리를 통해 보인다는 여성들을 찍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단지 방 안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기자의 가방과 휴대폰은 남성의 손에 넘겨졌고 주머니에 있는 동전 몇 푼과 지갑, 신분증, 방 열쇠, 러브젤 만이 소지품의 전부였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일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면치마와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민소매티를 입은 여성이 반대편에 누워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남성의 말대로 여자는 기자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방을 둘러봤다. 푹신해 보이지만 싸구려로 보이는 소파와 사각티슈, 음료수 몇 개, 세면대와 변기, 여자가 있는 방과는 다르게 어두운 조명, 안에서만 잠글 수 있는 방문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소파에 앉았다. 누워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던 여자가 몸을 일으켜 기자와 정면으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다리 위에는 노트북을 올려놨다. 여자가 몸을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속옷이 보였다. 5분 정도를 조금씩 신체부위를 보여주던 그녀는 노트북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더니 손부채로 덥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내 상의를 벗었다.

대화 불가, 터치 불가
2차 위한 작업도 불가

남성의 설명대로 방에 손님이 들어오면 여성의 방에 신호가 간다고 했으니 자신을 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알 것이다. 문득 '정말 이쪽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는 사각티슈를 집어 들고 유리 앞으로 가 섰다. 여자가 기자 쪽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유리를 내리치려는 포즈를 취했다. 여자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진짜 '매직미러'였다.

지인의 설명대로 2차는 나가지 않는 듯했다. 아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의사소통 자체가 안되니 2차를 나가기 위한 작업(?)을 걸 수도 없었다.

단지 여성들의 자연스럽고도 은밀한 노출을 보면서 카운터에서 지급받은 러브젤로 자위행위를 하는 방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유사성행위업소도 아니고 변종성매매업소도 아닌 단지 변태업소일 뿐이라는 것. 기자가 들어온 방의 콘셉트는 '젊은 여자가 혼자 사는 자취방'인 듯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사이 여성은 5분여 간격으로 옷을 하나씩 벗었고 약속시간 30분이 다 됐을 무렵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이 다됐다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자는 뚜껑도 열지 않은 러브젤을 보면 의심을 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 변기에 러브젤 일부를 짜버리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열쇠를 뽑아 들고 밖으로 나와 카운터에서 기자의 소지품을 모두 돌려받았다.

그 사이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카운터에 5만원을 계산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간판도 없고 호객행위도 없어 입소문만으로 영업 중
직접 성관계도 유사성행위도 안해…단속 근거 없어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던 기자는 건물 밖에서 기자를 데려온 남성에게 "길이 너무 복잡하니 큰 길까지만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남성은 흔쾌히 수락했다. 건물을 빠져나와 골목을 걸어가면서 "손님이 많이 오느냐"고 운을 띄웠다. 남성은 큰길이 보일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안와요. 아니 못 오죠. 이런 데를 아예 모르니까. 보통 관음증이 있는 남성들이 많이 오고…. 손님도 좀 그런 게 있죠? 직접 하는 것보다 몰래 지켜보는 게 더 좋은…. 여자들도 많이 와요. 저희가 데리고 있는 애들은 대학생이나 뭐 그런 애들이고 가끔 소문 듣고 노출증 있는 여자들도 와요. 변태들 참 많죠? 그런데 저희는 변태들이 고맙죠. 먹고 살게 도와주니까…."

남성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기자를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했다. 사지도 정신도 멀쩡한 기자가 순식간에 관음증 환자에 변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어느덧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대로변이 보였고 "이런 곳이 다른데도 있냐"고 물었다.

"있겠죠. 많지는 않겠지만 저희처럼 숨어서 하는 데가 있을 거에요. 이제 다 왔네요. 다음에 또 찾아주시고 조심히 가세요."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매직미러로 속옷을 보여주는 속칭 '엿보기방'을 운영한 일당이 경시청에 적발된 적이 있었다. 엿보기방은 개인룸에 들어간 남자 고객이 유리 맞은편에 있는 여고생과 대화를 하거나 치마 속 팬티를 훔쳐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기자가 찾은 이 변태업소도 간판은 없었지만 일본의 엿보기방을 연상케 했다. 일하는 여성이 미성년자가 아니고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점은 다르지만 일본의 엿보기방이 한국에 들어와 변화한 것인지, 한국의 이런 업태가 일본으로 건너가 엿보기방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다하다 이젠
'엿보기방'까지

성관계를 맺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대딸방'이나 '포옹방' '키스방'처럼 유사성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망을 피하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일부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확산되어져 나갈 가능성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방이 많은 나라라고 하더라도 남을 엿보는 엿보기방이라니 그 기발함에 기가 찰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변종·신종·합성 성매매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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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