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 점령 백태④보광훼미리마트-훼미리에프앤비

편의점으로 장악하고 내부거래로 빨아들이고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히 바라 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지난 한 해만 1300개 점포 확장…일반 편의점 ‘휘청’
훼미리에프앤비 신선제품 독점 공급해 중소기업 울상

보광그룹은 지난 1999년 삼성에서 계열분리된 회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의 넷째동생 홍석규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보광그룹의 주력사업은 계열사인 보광훼미리마트가 운영하는 훼미리마트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부터 홍 관장의 둘째동생인 홍석조씨가 회장을 맡아왔다.

‘보여주기식’ 상생

훼미리마트는 현재 국내편의점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점포수는 모두 6900여개. 지난해만 무려 1300여개 점포를 늘렸다. 당연히 일반 편의점 사업자들은 생계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사업을 접은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 동안 일반 편의점 사업자들이 훼미리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보광훼미리마트가 33m²(10평)미만의 가맹점인 ‘훼미리마트 미니’라는 브랜드로 동네 구멍가게까지 진출을 시도하면서 일반 편의점 사업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가열됐다. 그제야 보광훼미리마트는 기존 점포와 50m 이내에는 신규 점포 출점을 금지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그러나 편의점 개인사업자들은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50m 이내 신규 출점 금지는 편의점업계에서 정설로 통하기 때문이다. 담배판매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담배 판매는 상점당 50m씩 거리를 두고 판매할 수 있게 돼 있다. 담배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20%, 많게는 40%에 달하는 효자 상품이다. 이를 포기하고 신규 점포를 낼 점주는 거의 없다. 게다가 50m이내에 신규 점포 출점을 하지 않는 건 이미 경쟁업체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기준이다. 결국 이는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게 편의점 개인사업자들의 설명이다.

그룹 내 식품 제조 회사인 훼미리에프앤비도 도마에 올랐다. 보광그룹은 지난 2002년 신세계와 함께 훼미리푸드를 세웠다 매각한 뒤 지난 2008년 다시 훼미리에프앤비를 세웠다. 또 제주에는 2010년 제주에프앤비의 문을 열었다.

훼미리에프앤비의 성장은 빨랐다. 훼미리에프앤비의 매출은 지난 2009년 141억원에서 이듬해 18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고속성장의 비밀은 ‘내부 거래’에 있었다. 훼미리에프앤비의 매출 대부분은 삼각김밥을 비롯해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도시락 등을 훼미리마트에 공급해 벌어들인 것이다.

훼미리에프앤비의 ‘독식’은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에겐 ‘재앙’이다.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해서다. 사정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훼미리마트의 점포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일반 편의점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소기업들의 설 자리는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자본력과 영업망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중소기업들은 줄어드는 일반 편의점을 상대로 나눠먹어야 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중소상인들은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기업 손 뗐는데

물론 경쟁업체에서도 식품제조 사업에 진출해 내부거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훼미리에프앤비를 향한 중소기업들의 시선은 유독 싸늘하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가열되면서 많은 대기업들은 골목 상권과 관련한 사업을 접기로 했다. 특히 GS그룹은 삼각김밥 등 식료품 제조업체인 후레쉬서브를 정리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훼미리에프앤비는 여전히 이 사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결국 보광그룹은 상생을 강조하는 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며 소상공인들의 밥줄을 죄고 있다. 어느 것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각오가 비장하다. 그 사이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은 적어지는 밥그릇을 붙들고 당장 목에 풀칠할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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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