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열리는 ‘BBK 진실’ 후폭풍 예고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06 15:55:14
  • 댓글 0개

‘북풍’ ‘검풍’에 버금갈 ‘BBK 쓰나미’ 정치판 덮친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BBK 사건이 재점화 되고 있다.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정봉주 전 의원이 수감되자 BBK 사건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또한 최근 김경준씨의 심경변화에 따른 발언이 시작되었고 ‘기획입국설’에 ‘가짜편지’를 작성한 신명씨가 배후를 밝히겠다고 나서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과거 ‘북풍’과 ‘검풍’ 등에 버금가는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돼 여권은 지금 초긴장 상태다.

김경준 면회한 유원일 전 의원, 기획입국 친박인사 금주 폭로 예고
이달 말 검찰조사 받는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 총선 엿새 전 폭로 예고

BBK 사건이 심상치 않다. 지난 2007년 대선의 최대 이슈였지만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도 적지 않은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유인 즉 BBK 사건의 관련자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말기로 접어들며 청와대와 여권의 힘이 빠지자 보이지 않는 힘에 희생됐던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실규명에 나섬에 따라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 여는 당사자
긴장에 빠진 여권

가장 큰 핵심은 김경준씨의 심경변화이다. 유원일 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3일 가졌던 김씨와 면회 당시 이야기를 소상히 밝혔다.


“경준이는(유 전 의원은 개인적 친분으로 호칭을 생략하고 ‘경준이’로 편하게 불렀다) 속았다고 생각한다”며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되는지에 대해 자기변명을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김씨의 심경에 변화가 있다는 얘기다. 유 전 의원은 “경준이는 자기가 낸 자료는 전혀 선택되지 않았다”며 억울해 하고 있는 김씨의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현재 BBK 사건과 관련해 해명되고 있지 않은 이슈 중 하나는 지난해 2월 스위스 계좌에 예치해둔 돈 140억원을 ㈜다스에 송금한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다스가 패했고 반대로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옵셔널벤쳐스는 김씨에게 승소했는데도 김씨의 스위스 계좌 돈이 다스로 흘러 들어간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본다면 김씨가 패소한 옵셔널벤쳐스로 갔어야 하고 승소한 다스에 돈을 지급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김씨가 “이전 계약사항이 이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어 “이 부분에서만은 경준이가 함구하고 있다. 대답을 하지 않는다”며 “또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유 전 의원이 말했듯 ‘또 다른 것’이 있다면 현재 재판과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이면계약’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밝힌 것이다.

김경준, “이전 계약사항이 이행되는 것” 140억 다스 송금 관련 의혹
입 여는 당사자들, 박근혜 대권행보 급브레이크? 새누리 총선 참패?


김씨는 140억원의 다스 송금 외에 또 다른 사건을 밝혔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친박과 친이계 인사들이 차례로 찾아와 귀국을 종용하거나 귀국을 늦출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것이다.

경선 당시부터 여·야 의원들의 김씨 접촉설은 끊임없이 제기 되었지만 당사자인 김씨의 입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한나라당 인사 여럿이 미국에서 구금 중인 자신을 찾아와 회유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실은 친박계 인사들이 김씨와의 접촉을 시도했고 실제 접촉이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친박계 인사는 두 명으로 현역 여성 국회의원과 법조계 출신인 18대 총선 낙선자임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검증 작업 중이다”며 “남성은 검증을 마쳤고 여성은 검증 마무리 단계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이 돌아간 뒤에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현재 구속 중)이 찾아와 친박인사들의 요구와 반대로 “선거가 끝날 때까지 입국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은 “경준이를 만난 인사는 남성이고 여성은 시도를 했지만 만나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검증이 완료 되는대로 밝힐 것이다”고 폭로를 예언했다.

유 전 의원은 늦어도 3월10일 안에는 폭로할 것을 예고해 금주 중 정치권에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 전 의원의 폭로가 신빙성 있는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전 의원은 “그렇게 까지 되겠냐”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지만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그럴 여지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알고도 방관하며 숨겼다는 야당의 공격을 받을 것이 자명해 보이고 중대 범죄의 진실을 규명하기위해 노력 하기는 커녕 자신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봉주 전 의원의 허위사실 공표죄로 수감된 뒤 불거진 ‘박근혜도 유죄’라는 여론은 더욱더 불거질 것으로 여겨진다.
 
김경준 심경변화
신명의 작심폭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며 폭로를 예고한 인사는 김씨 뿐만이 아니다.

김씨의 ‘기획입국설 가짜편지’를 작성한 신명씨가 4·11 총선 직전인 4월5일 가짜편지의 배후를 밝히겠다고 전해온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명씨가 이날을 ‘D-데이’로 잡은 것은 지난 17대 대선 엿새 전 홍준표 전 대표가 신명씨의 편지를 공개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4·11 총선 엿새 전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 직전 김씨가 입국하자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김경준씨 입국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씨와 같이 미국에서 수감됐던 신경화씨가 보냈다는 편지를 물증으로 공개한 바 있다.

해당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이는 대선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하지만 신경화씨의 동생인 신명씨는 “형이 보냈다는 편지는 내가 작성한 것”이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 측 인사가 편지 조작에 개입했다고 폭로했었다.

김윤옥 여사의 작은형부인 신기옥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 등이 ‘배후’라는 주장이다.

신명씨는 지난 1월 한 일간지와의 통화에서 “홍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물인 가짜편지를 직접 들고 기자회견까지 한 만큼 그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으로 출국해 미국에 체류 중인 신명씨는 홍 전 대표를 상대로 편지 입수 경위, 가짜인지 알았는지 여부 등을 먼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3월 말께 귀국해 먼저 검찰조사부터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명씨는 “몸통은 놔두고 나를 먼저 조사한다면 결국 꼬리 자르기 수사가 돼서 배후 규명에 실패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고 “편지를 쓰도록 시킨 지인 양모씨가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제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KBS <뉴스9>는 “신명씨가 문제의 편지를 한나라당에서 검토까지 했었다고 말했다”며 추가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KBS에 따르면, 신명씨는 “한나라당 대선캠프 법률팀에서 여덟 번 검토를 했으니까 법률적으로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KBS는 이어 “신씨가 4년 전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엔, 가짜편지 작성을 종용했던 인사가 거짓진술을 지시했다고 밝혔다”며 “저한테 계속 거짓말을 하라고… 신 회장하고 통화하면서…(신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윗동서라고 그것까지만 알았지”라는 신명씨의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사건의 실체와 배후가 점점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총·대선 뒤흔들
바람 ‘BBK 풍’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은연중에 <나꼼수>에서 밝힐 것을 암시한 유 전 의원의 폭로에 현 정권 실세들의 개입을 암시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온 신명씨의 폭로까지 더해진다면 총선과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꼼수>팀도 지난주 방송 마지막 부분에서 금주 다뤄질 내용으로 ‘심경변화를 일으킨 김경준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며 BBK의 새로운 의혹 제기를 예고했었다.

친박인사 2명이 밝혀진다면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여 대권행보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명씨가 밝힐 배후와 가짜편지를 언론에 밝힌 홍 전 대표는 문론 BBK 당사자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까지 줄줄이 연루될 것으로 여겨져 여권과 청와대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