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5일 한미FTA 발효로 달라지는 것들<긴급점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02 1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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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감기약이 10만 원이라고라?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철수나라와 영희나라는 둘 다 쌀을 잘 만들지만 철수나라는 쌀을 더 많이 더 싸게 만들 수 있다. 철수나라와 영희나라는 FTA를 맺었다. 치솟는 물가에 힘들어하던 영희나라 국민들은 철수나라의 쌀을 사먹기 시작한다. 영희나라에서 쌀을 만들던 농민들은 가격경쟁력에 뒤쳐져 쌀 만들기를 중지하고 다른 살길을 찾아 나섰다. 몇 년 후, 철수나라에서 쌀 가격을 크게 올린다. 쌀을 만들지 못하는 영희나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철수나라 쌀을 계속 사먹게 된다. 영희나라는 철수나라의 식량 속국이 됐다." 양국 간의 잘못된 FTA 체결에서 올 수 있는 가상 시나리오다. 그간 '날치기법안' '독소조항' '퍼주기 협상' 등 혹평을 받아오던 한FTA가 오는 3월15일 0시를 기준으로 발효된다. 정부는 한FTA가 우리 국민의 소비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한FTA 발효를 대비해 이 협정이 '윈-윈 게임'이 될지 '제로섬 게임'이 될지 <일요시사>가 분석해 봤다.

국제경쟁력 강화, 해외 투자 유치로 인한 일자리 증대
논란 속의 ISD, "이대로라면 한국경제 미국에 예속된다"

지난 21일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합교섭본부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FTA 국내 비준절차 완료 후 진행됐던 양국 간 협정이행 준비 상황 점검협의가 모두 끝났다"며 발효일을 3월15일로 합의하는 외교 공한을 교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6년 6월 첫 협상을 한지 5년8개월, 2007년 4월 협상타결 4년10개월만이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FTA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향후 10년간 우리 경제 수준은 최대 321억9000만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15년간 연평균 대미 무역수지 흑자 예상액은 1억4000만달러, 세계 무역수지는 연평균 27억8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FTA 긍정적 평가

한미FTA가 발효되면 자동차, 포도주, 화장품 등 미국산 수입상품과 국내 상품의 가격을 인하시켜 더욱 싼 가격으로 구매를 할 수 있다. 2000cc 이상 수입자동차의 가격은 최대 12%, 돼지고기 삼겹살은 18.4%, 캘리포니아 오렌지는 33.3% 크게 인하된다.

또한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CK청바지, 폴로 티셔츠, 아베크롬비 등 미국에서 수입하는 공산품도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제적으로 국경이 없기에 내수시장 확대 효과까지 누릴 수 있으며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기업이 미국시장을 선점한다면 국내 기업에도 이익이 돌아갈 것이다"며 "특히 자동차 부품, 섬유, 전기·전자 등의 중소기업들이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한미FTA로 인한 관세철폐로 우리 기업들은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어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중국·일본 등에 비해 우월한 대미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가장 효과가 큰 업종은 자동차 산업이며 당장 효과를 보는 것은 자동차 부품 산업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FTA가 발효되면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가 활발해지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정부는 10년간 3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나라는 FTA를 통해 자유무역 중심국가로 도약하게 되고 이런 긍정적인 면은 우리나라의 국제 신용도와 국격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농·축·수산업계에
파도가 밀려온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성처럼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농·축·수산업의 피해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농어업 생산액은 발효 5년차에 7026억원, 10년차에 1조280억원, 15년차에는 1조2658억원이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농어업 분야에서 15년간 총 12조6683억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

특히 이번 한미FTA에는 제외됐지만 김종운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07년 8월31일 쌀 개방과 관련하여 "쌀 문제에 대한 한국의 정치 분위기는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2004년 WTO에서 정한 쌀 한도 규정이 끝나는 2014년에 다시 고려할 것이다"고 말하면서 쌀 개방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만약 2014년 미국에서 쌀이 수입되기 시작한다면 국내 쌀 농가는 휘청거릴 것이 분명하다. 값싼 미국쌀이 수입된다면 치솟는 물가에 힘들어하던 우리 국민들은 미국쌀을 소비하게 되고 벼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새로운 살길을 찾아 발길을 돌릴 것이다. 세월이 지나 우리나라에서는 벼농사를 짓는 이를 찾아 볼 수 없게 되고 미국에서 쌀 가격을 인상해도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는 미국쌀을 계속해서 사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철폐 가격인하 효과, 보다 낮은 가격과 폭 넓은 선택
'감기약 10만원' '맹장수술 200만원' 괴담이 현실 될수도

또한 의외로 피해를 크게 보는 품목은 축산품이다. 미국산 돼지고기가 수입되면 소비자들은 더욱 싼 값에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겠지만 국산 농가의 경우에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액수로 따져보면 15년간 누적 피해액이 7조29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예상 피해액의 59.7%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산업도 연평균 피해액이 295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으며 과수 3조6162억원, 채소·특작 9828억원, 곡물 3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적 저렴한 우리나라의 약값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약 개발보다는 카피약(제네릭의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해 왔다. 하지만 FTA 비준안에서 '의약품 허가 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에 제약 업계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제약사가 우리나라의 제약사에 특허권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 국내 복제의약품은 제조와 시판을 유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국내 약값은 크게 상승할 것이고 일부에서 제기되는 '감기약 10만원' '맹장수술 200만원' 등의 괴담이 현실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

관세가 철폐되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수입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있다. 한국과 칠레의 FTA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칠레와의 FTA가 발효되기 전 우리 정부는 칠레에서 수입되는 과일과 와인을 더욱 싼 값에 소비자가 만나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인하 혜택을 수입업자들이 모두 독차지했고 오히려 일부는 가격이 오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FTA 발효 전 3만원에 수입됐던 와인 한 병이 2만원에 수입됐고 수입업자들은 1만원을 자기 뱃속에 챙기고 발효 전과 마찬가지로 3만원에 시중에 유통시킨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는 변동이 없었다는 뜻이다.

집중 포격 받는
ISD 독소조항

이외에도 속칭 '독소조항'이라 불리는 불공정한 협정 조항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ISD(Investor-State Dispute·투자자 국가제소권)조항이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해당기업에게 불합리한 현지의 정책이나, 법으로 인한 재산적 피해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국제기구의 중재로 분쟁을 해결토록 한 제도를 말한다. 즉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ICSID의 중재부는 총 3명으로 이뤄지며 해당국에서 1명씩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협의를 통해 선정한다. 만약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사무총장이 선택하는 자로 구성된다.

ISD는 전 세계 대다수의 투자협정(2676개 중 2100개)에 포함되어 있고 우리나라가 EU를 제외한 다른 나라와 맺고 있는 FTA에서도 ISD조항을 찾아볼 수 있다.

독소조항 이면에
법적 불균형 내재

그렇다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ISD조항이 집중 포격을 받고 있는 걸까? 논의의 여지는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무총장이 선택하는 자로 구성된다'는 부분이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지분이 가장 많아 입김이 가장 강하게 작용해 사무총장 선출을 좌지우지하므로 결국 미국에 우호적인 사무총장이 선출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정부를 제소하면 미국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ISD에서 정의하는 투자는 직접 투자를 완료하여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단계가 아닌 투자를 준비하는 단계에서의 손실까지를 포괄하게 되어 있어서 만약 몇 년간 사업을 준비하다 한국의 국내법으로 인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사업을 접을 경우라 하더라도 손실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우 한국 정부가 ISD에서 패소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현금으로 투자자에게 배상해야하기 때문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

이밖의 독소조항에는 ▲래칫조항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 ▲정부의 입증책임이 있다. 또한 상대국가의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 보상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공기업 완전민영화와 외국인 소유지분제한 철폐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개방 ▲스냅백 조항 등이 있다.

이 같은 독소조항의 공통적인 문제는 법적인 불균형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한미FTA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내법의 지위를 받지만 미국의 한미FTA 이행법안을 보면 미 국내법보다 후순위에 있다. 또한 한미FTA 때문에 한국은 23개의 법률을 개정하지만 미국은 관세법·부역법 등 4개 법률만 개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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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