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특공대>나이트클럽 숨어든 변종 성매매 ‘쇼바’ 총력추적

클럽 은밀한 방에서 “갓 졸업한 따끈한 여대생 맛보세요~”

서울 서초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얼마전 신종 성매매가 적발됐다. 현재 강남을 중심으로 나이트클럽에서 성매매를 하는 속칭 ‘쇼바’가 은밀히 성행하고 있다. 이날 경찰에 적발된 업소도 쇼바다. 이들 업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나이트클럽이지만 실상은 신종 성매매업소다. 나이트클럽 안에 따로 만들어진 방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불법 성매매업소는 성매매특별법 이후 흩어진 성매매 여성들이 장악하다시피 했으나 최근 생겨나고 있는 변종 성매매업소의 여성들은 여대생들이 상당수다. 이 여대생들은 전문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몸을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험한 아르바이트에 몸을 내맡기는 여대생들 중 일부는 졸업 후에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예 전문 매춘여성으로 나서기도 한다. 쉽게 돈을 벌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변종 성매매 업소는 꿈 많은 여대생들이 전문 성매매 여성으로 추락하는 출발점이기도 한 것이다.

평범하던 나이트클럽 ‘쇼바’로 바꾸면서 입소문
춤 안 추고 서 있거나 인사 다니는 여성=알바생

서울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 이곳은 인터넷 등을 통해 유명업소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평범한 클럽을 수개월 전 이른바 ‘쇼바’로 바꾸면서 부터다. 이 업소가 변종 성매매 영업을 개시하자 뜸하던 손님들의 발길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손님이 들끓는 이유는 단순히 수질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업소에서 ‘진짜’ 여대생들을 대거 고용해 성매매를 하기 때문이었다.

성매매 여성 구하기
누워서 떡 먹기

업소 측은 아르바이트 여대생들이 많다고 손님들에게 귀띔하며 성매매를 권유했고 손님들은 속는 셈 치고 아가씨들에게 서비스를 받았다. 그리고 일부 손님들의 집요한 확인작업 끝에 아가씨들이 진짜 여대생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소의 손님들은 나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업계에 나도는 소문에 따르면 이 업소가 이렇게 벌어들이는 수익은 월 수억 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직 이 업소엔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유흥가 관련 사이트엔 업소 사장이 경찰 고위인사와 매우 절친한 관계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 소문은 ‘업소에서 일하는 남자 종업원이 사장 측근으로부터 직접 전해 듣고 인터넷에 올린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지만, 지난 8일 단속된 서초동의 업소가 월 수익 3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상이 그에 못지않은 이 업소가 살아있는 것은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대생들의 쇼바 아르바이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강남의 한 쇼바 관계자를 직접 만나봤다. ○○클럽의 종업원 김상철(가명·28)씨는 “남자들 만나러 일부러 나이트클럽 오는 아가씨들도 많다”며 “그래서인지 돈 받으면서 젊은 남자들과 한 타임씩 할 수 있다고 하면 웬만해선 거부하지 않는 게 요즘 아가씨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업소에서 손님 상대할 아가씨들 찾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업소의 영업방식은 인간시장을 연상케 한다. 나이트클럽이지만 이곳엔 여자 손님들이 없다. 안에서 춤추며 즐기는 아가씨들은 대부분 알바생들이다. 남자손님들은 홀에서 지나는 아가씨들이나 무대에서 춤추는 아가씨들을 눈여겨 봐뒀다가 웨이터를 불러 지목한 뒤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지목된 아가씨가 방에 들어가 손님과 성매매를 한다.

김씨는 “클럽 안에 있는 여성들이 전부 성을 파는 이들은 아니다. 일부는 실제로 업소를 찾은 손님이다. 춤을 추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거나 테이블을 돌며 인사하는 아가씨들이 고용된 알바아가씨들”이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라고는 해도 룸살롱이나 다른 업소 아가씨처럼 업소에 속해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아가씨들은 업소에서 만난 손님들을 상대로 밖에서 따로 만나 개인플레이를 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말하자면 알바와 동시에 프리랜서로도 뛰는 것이다. 이런 여대생들은 미모가 출중하거나 서비스가 좋아 손님들 눈에 잘 보이면 애프터를 약속받아 짭짤한 수익을 챙긴다고 한다. 업소는 보통 6~15명 정도의 아가씨를 고용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20대 초반의 대학생이고 나머지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후반의 여성들과 전문 성매매 여성들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쇼바란 이름은 ‘쇼를 하는 바(BAR)’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쇼바에선 스트립쇼, 불쇼, 봉쇼 등이 선보여진다. 쉽게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오는 바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이 쇼에 나오는 아가씨들을 지목해 그들의 성을 구매하기도 한다. 쇼바라고 이름 붙여진 나이트클럽에선 아가씨들의 별의 별 쇼가 다 등장한다. 봉쇼는 기본이고 물쇼, 스트립쇼 심지어는 아가씨들의 차력쇼도 있다. 손님들은 이렇게 쇼에 나오는 아가씨들을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에 이르고 보면 업소들은 대체 이런 아가씨들을 어디서 뽑아 오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김씨는 “대부분 인터넷의 모집광고를 보고 온다. 하지만 요즘엔 매상을 올리기 위해 업소 관계자들이 직접 필드로 나가 재목이 될 만한 아가씨를 직접 뽑아 오는 경우도 있다”며 “주로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손님들이 좋아할 것 같은 아가씨들에게 아르바이트를 은밀하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를 ‘로드캐스팅’이라 한다고 김씨는 전했다. 로드캐스팅은 흔히 연예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지만 유흥업계에서 말하는 로드캐스팅은 약간 성질이 다르다.

대학 갓 졸업한 여성
6~15명 정도 고용

김씨는 또 “요즘 손님들은 단순히 젊다거나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다고 해서 아가씨를 선택하지 않는다”며 “학벌이 좋거나 뚜렷한 특기가 있어야 호감을 갖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인해 아가씨들에게 특기 한가지씩을 익히도록 업소측에서 권한다고 설명했다. 길거리에서 유흥업소 아르바이트 제안을 하는 것도 놀랍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씨는 “요즘 세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황당하다고 말하겠지만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요즘 여대생들은 차도 있어야 하고 유흥비도 있어야 하고 용돈도 있어야 하고 명품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다”고 말했다.

유흥업소 스카우터들은 업소 내에서 아가씨들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또 자신이 스카우트한 아가씨를 관리하며 수익을 나눈다. 이런 점은 연예계와 거의 비슷하다. 또 한 낮까지 성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래방도 있다. 이 변종 노래방에도 여대생 아르바이트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노래방은 화류계 종사자들이 퇴근 후, 주로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래방의 운영시스템은 룸살롱이나 다를 바 없다. 구좌 웨이터들이 손님들을 관리하고 마담이 아가씨들을 관리한다. 때문에 변종 노래방은 룸살롱과 다를 바 없지만 노래방이라는 이름으로 술값이 저렴해 영업을 마감하는 시간까지 손님들로 가득하다. 이곳엔 상주 도우미라 불리는 아가씨들이 있다. 지금까지 노래방은 보도방 도우미들을 통한 불법영업이 일반적지만 최근 등장한 변종 노래방은 아예 상주 아가씨들이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모업소의 지배인으로 일하는 정모(가명·34)씨는 “작년 연말연시에도 지지부진하던 매상이 상주아가씨들을 두면서 확 뛰어 올랐다”며 “이곳의 아가씨들은 전문 여성들이 아닌 여대생이라 손님들이 신선하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인터넷 모집 광고…관계자가 물색하기도
불경기엔 저렴하고 수질 좋은 변종노래방이 인기

이 업소에선 직접적인 성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이런류의 노래방은 주류판매로 매상을 올리는 게 아니라 아가씨 서비스와 방 대여료로 수입을 챙긴다. 방에서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방 대여료가 일반 노래방에 비해 훨씬 비싸다. 요금은 시간당 책정돼 머무는 시간만큼 가격이 뛰지만 그래도 룸살롱보다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이에 룸살롱을 이용하던 많은 이들이 이 노래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정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도우미들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무리하게 성행위를 강요받지 않아 좋다고 한다”며 “그러면서도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수입이 좋기 때문에 여대생 아르바이트생들이 줄은 선다. 그래서 굳이 업소 여성들을 고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1종 허가를 내고 노래방식 영업을 하고 있는 터인지라 주변의 다른 룸살롱보다 훨씬 저렴하게 마진을 줄여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일 뿐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일체 만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자신의 업소가 노래방에서는 ‘텐프로급’이라며 불경기 탓인지는 몰라도 최대한 저렴하게 거품을 줄이고 아가씨들의 수질(?)을 높이니 절로 매출이 오르더라”라며 “자신의 업소아가씨들의 나이가 평균 22세니 웬만한 룸살롱보다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90%이상 예약손님만을 받고 있는 노래방은 아마 자신들의 업소이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속 피하기 위해
아가씨에 평상복

이날 취재를 한 신사동의 한 노래방 업소 측은 불법도우미 고용에 따른 경찰의 단속을 대비한 준비도 철저하게 갖추고 있다고 했다. 영업 중에 경찰이 들이닥칠 것을 대비해 아가씨들에게 청바지 등 평상복을 입게 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단속반이 나오면 애인이나 친구라고 둘러대기 위해서다. 또 방 안에서 유사성행위를 하다 적발돼도 단순 애정행각이라고 우긴다는 것. 날로 지능화 돼가는 성매매 수법에 이래저래 단속 당국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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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