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안론’ 다시 뜨는 이유 <밀착해부>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22 14: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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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바꿔! “박근혜로는 정권 재창출 어렵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안론’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4년 만에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내주고 급부상했던 대안론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도  1위 자리를 내어주자 또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박 위원장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아직은 수면아래에서 은밀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총선이 끝나면 급부상할 조짐이다. 조용히 꿈틀대고 있는 ‘박근혜 대안론’의 실체를 조명해 봤다.

김문수, 외곽조직 수원서 여의도로, 총선 뒤 출사표 낼 듯
임태희 “4월 격전지 출마보다는 8월 경선 도전 가능성”

현재 친이계 의원들의 새누리당 내 입지는 위태롭다 못해 참담한 상황이다.

연일 ‘현역의원 25% 교체론’을 주장하고 있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비대위의 칼끝이 자신들을 향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측근인사 비리에 ‘정권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상황이 이쯤 되자 친이계 의원들은 총선 때까지만 몸을 사리고 살아남아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종의 쿠데타’를 도모할 것이란 얘기들이 은밀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참담한 상황 친이계
화려한 재기 꿈 꿔


물론 박 위원장을 둘러싼 ‘인의 장막’은 생각보다 두텁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자신의 대권가도를 평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친박계 의원들의 원내진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박 위원장은 지난 16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제 본격적인 공천심사가 시작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과거냐, 미래냐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사람을 통해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갖고 싸울 사람이냐, 새 세상을 만들 사람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며 공천심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과거 잘못과의 단절을 의미하며, 친이계의 공천 배제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말로 해석돼 친이계를 더욱더 긴장케 만들었다.

하지만 친이계는 반발하지 않고 조용히 몸을 사리며 공천신청을 완료했다. 박 위원장에게 반발할 경우 자신들의 밥그릇이나 다름없는 공천권이 물 건너 갈 것을 염려한 듯 보인다.

따라서 친이계는 공천심사가 완료되고 총선이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전장에서 살아남은 전사들이 결집해 친이계를 부활시키고 박 위원장에게 복수의 칼을 들이대기 위해서다.

그 선봉장에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있다. 최근 몇 번의 말실수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 지사지만 임기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의원들과는 다르게 살아있는 권력이자 박 위원장에 대항할 세력을 갖춘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지만 김 지사도 총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김 지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방침을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의 국민적 호응이 예전만 못 하기는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고 도전하는 것보다 청와대의 지원을 받으며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서 이번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따라서 2년 넘게 남은 지사직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김 지사가 3월12일 이전에 지사직을 사퇴하면 총선과 함께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그 이후에 사퇴하면 대선일(12월19일)에 보선을 치른다는 것도 김 지사는 적절히 활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문재인 돌풍’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도 김 지사에게는 호재다. 문 고문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김 지사는 “박근혜 대세론은 끝났다”며 자신이 새로운 대안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 지사를 지지하는 외곽부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14일 청계산에서 통합연대 회원 200여 명과 신년 산행을 하며 우의를 다졌다.

또 김 지사의 대표적 지지모임인 ‘광교포럼’이 지난 연말 수원 생활을 청산하고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큰 서울 여의도에 둥지를 튼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광교포럼에는 김 지사의 지방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한나라당 출신의 전직 도의원 등이 관여하고 있다.

광교포럼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위원장의 입지가 워낙 공고하지만 (김 지사에게도) 한번의 기회는 오지 않겠느냐”면서 “총선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라고 밝히기도 했다.

광교포럼이 힘을 합치고 있는 ‘국민통합연대’도 지난 9일 출범했다. 500여 개 보수단체가 연대한 국민통합연대에는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김 지사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했던 강병국씨가 실무를 맡고 있으며 김 지사의 최측근 허숭 전 경기도공사 감사, 노용수 전 비서실장 등도 참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모임이 사실상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을 위한 교두보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결국 선거가 다가오면 국민통합연대를 구심점으로 거물급 범여권인사들을 규합해 전국 조직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18일 대학생 기자단과의 만남에서 “대한민국이 중요한 때이고 나름대로 각오와 의지를 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강한 대권욕을 드러낸 김 지사는 몸은 경기도에 있지만 마음은 온통 여의도에 쏠려 있는 듯 해 보인다.


총선 끝나기만
기다리며 숨고르기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4·11 총선에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종로구 출마설이 떠돌았던 임 전 실장은 불출마를 선언하고 8월로 예정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이 대선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해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감을 더했다. 

임 전 실장의 한 측근은 “당의 요청이 있다면 서울 종로 등 격전지 출마도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경선 직행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의 자산·부채를 다 짊어지고 끝까지 이 정부가 성공하도록 도와야 할 사람으로서, 개인적 거취를 갖고 당과 상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총선에서의 역할에 대해 “좋은 분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기서 ‘좋은 분들’이라 함은 친이계 의원들로 여겨져 자신이 친이계 부활의 선봉에 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이 다수 국회입성에 성공한다면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도 절대적으로 유리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의 행보가 올해 12월 대선이 아니라 차차기를 대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 대통령과 완전히 등을 돌린 박 위원장의 집권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까닭에 ‘박근혜 대항마’를 자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사로 변신해 이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충정을 불태운다는 것이다.

정운찬 국민생각과 새누리당에서 러브콜, 행복한 고민?
대세론 꺾이자 부정적인 의견 급부상, 대타 찾기 고심

여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작 본인은 한 번도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적이 없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은 그의 대권 도전을 끊임없이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의 ‘보수대통합’ 행보 중 정 위원장은 반드시 연대해야 할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9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경제 정책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정 위원장이 강조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방안’과 대동소이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정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10년 당시의 ‘세종시 원안 처리 문제’를 둘러싼 ‘앙금’만 해소하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관측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종시 앙금이 풀리기도 전에 지난해 12월15일 정 위원장이 박 위원장에게 “화려한 생일잔치를 기다리는 철부지 처녀”라고 공격해 ‘감정의 골’이 더욱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박 위원장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됐다.

정 위원장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한 국민생각의 대선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생각은 새누리당과 별도로 보수세력 결집을 꾀해 총선에서 최소 30석 이상을 획득한 뒤 대선에서 박 위원장과 맞대결 할 전략의 카드로 정 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정 위원장은 박근혜 대항마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 위원장도 임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 출마를 포기하며 공천신청을 하지 않아 대권을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초반 대세론자
대통령 안 돼?

이렇듯 총선과 대선을 코앞에 두고 4년을 꾸준히 이어온 대세론이 흔들리며 ‘대안론’에 직면한 박근혜 위원장. 그는 ‘최근 대선에서 초반 대세론을 이어온 인물이 대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었다’는 신소리까지 더해지며 ‘박근혜로는 안 된다’는 물밑여론에 직면한 상태다.

물밑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대안론’의 실체는 총선이 지난 후에 본격화 될 것으로 여겨져 총선 후 대선구도가 점점 흥미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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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