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문재인, 4·11 스파링 상대 누구?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21 11: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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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나와라!" 총선 찍고 대선 직행?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여·야는 모두 공천신청을 마감하고 본격 공천심사에 들어갔고 승리를 위한 전략 마련을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이중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출마하는 부산 사상은 최대의 접전지로 손꼽히고 있다. 총선 전체 판도는 물론 나아가 향후 대권구도까지 뒤흔들 중요 지역으로 격상했기 때문이다. 미풍 수준이었던 ‘문재인 바람’이 태풍 급으로 격상할 조짐을 보이자 새누리당은 바짝 긴장하며 후보자 선정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있다.

‘문재인 바람’ 태풍으로 승격하며 대권 위한 검증 마친다?
박근혜 최대 고민, 이기면 좋지만 패배시 날개 달아 주는 꼴

친노그룹의 대명사이자 야권의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문재인 상임고문은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북·강서을)과 김정길 전 장관(진구을)과 함께 ‘낙동강 전선’을 구축하며 새누리당의 철옹성과 같은 텃밭에 도전장을 내 대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문 고문이 사상 탈환에 성공한다면 ‘문재인 바람’의 실체가 입증되어 그 파괴력은 배가 될 것이며 잠재적 대권주자로 평가받는 문 고문의 대권 가도는 한층 더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바람’
태풍으로 승격?

새누리당은 비상사태다. 최근 한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고문이 42.3%의 지지율로 새누리당 권철현 전 주일대사(34.7%)를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대항마 마련에 절치부심하며 ‘사상 사수’를 위한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사상의 야권 성향 유권자가 전체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자 새누리당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사상 후보를 조기 공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선거유세에 돌입한 문 고문에 비해 한 발 늦은 상황이라 조기에 후보를 확정짓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반격에 나설 계획인 것이다.

문 고문의 상승세를 지켜보기만 한다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셈이고 이것은 여·야간 대권구도에 충격파로 이어져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하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인사는 대표적인 ‘MB맨’인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김수임 전 경실련 정농생협 대표, 손수조 전 주례여고 총학생회장, 신상해 전 시의원, 박에스더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 총 5명이다.

여기에 현재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권 전 주일대사도 전략공천 후보자에 포함되고 있다.

한때 홍준표 전 대표 자원등판설도 나왔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태풍이 불어 닥치는데 조각배를 띄우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당 일각에서)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문 이사장이 부산 사상에서 당선되면 (그의) 지지율이 10%p 이상 폭등하게 되고, 이 경우 박근혜 위원장은 대선에서 필패(必敗)할 것”이라고 꼬집자 사상 출마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제 기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부산 사상을 비롯한 ‘낙동강 벨트’를 걱정하는 말을 했을 뿐...”이라면서 “마치 제가 지역구를 옮겨 (사상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보도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부산 사상 출마설을 일축했다.

홍 전 대표는 이어 “저는 (내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 재출마 여부만 당에서 전략적으로 조속히 결정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홍 전 대표는 “요즘 야당을 보면 총선이 아니라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자기희생적 결단을 내리고 적지출마, 수도권 출마러시를 이루고 있는데 여당은 자기자리보전에만 급급한 것처럼 비쳐지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총선에 참패하면 대선도 진다. 나를 버려야 당도 살고 나라도 산다”는 글을 남겨 또 다시 의구심을 남겼다.

이에 “그렇다면 동대문만 고집 할 것이 아니라 격전지 출마는 어떠신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홍 전 대표는 “당이 결정한다면 고려해 보겠습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당은 동대문 출마여부만 결정해달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자진 격전지 출마는 뜻이 없으시다는 뜻이네요?”라고 재차 질문하자 “지역주민의 뜻을 배신하면 안 됩니다. 당이 결정하면 불가피합니다만”이라며 당이 동대문 공천을 불가하고 전략공천자로 지정한다면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차출론 당사자
한사코 손사래

홍 전 대표 뿐 아니라 경남도지사 출신인 김태호(경남 김해을) 의원의 차출설도 나왔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사상구에 절대 출마하지 않겠다”고 차출설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김해시민께 분명히 말씀드린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때 이곳 김해를 제2의 고향으로 삼으며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다”며 “이제 겨우 10개월이 지났고, 김해를 지키겠다고 했던 그 변함없는 약속을 가슴속에 다시 한 번 되새긴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자진 출마? 해프닝으로 일단락…김태호도 보이콧 
총선 판도는 물론 대권구도까지 뒤흔들 ‘사상 혈투’

이렇게 유력하게 거론되던 거물급 대항마들이 한사코 손사래를 치자 박 위원장의 고민은 한층 짙어지고 있다.

비대위에서는 거물급 인사가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경제전문가, 지역행정가, 교육전문가 등 당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물의 카드를 검토하며 대항마 찾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거물급 인사를 맞붙이는 정면대결을 통해 대선판을 뒤흔들 바람의 원천을 제거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있는 반면 이는 대중적 관심을 사상으로 집중시켜 결국 바람이 부산·경남 전체로 확산되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반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역 일꾼론’으로 인물 대결을 피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패배의 파장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거물급을 내세울 경우 자칫 문 고문이 반사이익을 받는 것을 걱정하며 ‘지역 일꾼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딴 문대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동아대 교수)을 공천해 출마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안준태 전 부산시 부시장, 3연속 부산시 교육감을 지낸 설동근 전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유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도 거론되고 있으며 당 내에서는 가용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황 전 사장은 개인사정으로 입당을 고사했고 안 전 부시장과 설 차관 등은 경쟁력을 분석하며 고민하고 있다.

반대의견도 팽팽하다. “당에서 사상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할 것이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 여권에서 문재인과 맞설만한 인물이 어디 있나?”고 반문하며  “이럴 바에 박 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것도 한 방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인사는 이어 “다른 곳을 다 이겨도 서울을 내주며 ‘필패’라는 성적표를 받은 지난해 10·26 재보선 때와 같이 이번 총선의 분수령은 사상이 될 것이다”며 “박 위원장도 최대 격전지에 뛰어 들어 대선 이전에 검증 받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만약 박 위원장이 용단을 내려 사상에 출마 한다면 미리 보는 대선이자 총선 역사상 최고의 빅매치로서 최고의 흥행이 보장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 고문과 다르게 비대위원장으로서 전국적인 유세로 당 후보자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많아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은 크게 높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문재인 vs 박근혜
예비 빅매치 성사되나?

여권의 초조한 움직임과 다르게 문 고문은 다소 여유로운 상황이다.

지난 16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라디오 방송에서 “사상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와도 문재인 고문이 이길 것 같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문 고문도 “아직 낙관할 수는 없다”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끼지만, 아직 표심을 밝히지 않은 부동표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선거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바람도 더 크게 일 수 있다”고 거물급 출마를 희망하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문 고문은 아침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재래시장 등을 방문하며 ‘저인망식 선거전략’에 뛰어든 상태다.

자신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문재인 바람’을 지켜보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심정이 어느 때보다 착잡하고 복잡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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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