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대선사조직 구축’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국민생활체육회장 선거가 부정선거와 자격논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본지 840호 6-7면 참조) 선거 전 갖은 의혹이 제기됐던 회장 선출이 선거가 끝나고도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고 그로인한 논란은 더욱더 증폭되고 있다. 체육인들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회장 선출이 정치권의 이권 개입 현장으로 전략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는 생체회장 선거 의혹 후폭풍을 취재했다.
유준상, “나는 짜여진 각본에 놀아난 피해자다”
“역대 회장 선거에서 돈 안 쓰여진 적이 없다”
지난 16일 국민생활체육회 대의원총회를 통해 치른 차기 회장 선거에서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이 148명의 대의원 투표결과 97표를 획득, 51표를 얻은 유준상 후보를 큰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이로써 “생활체육은 복지”라고 주장하며 “생체회의 주인은 국민이며 체육을 통한 건강과 레저의 중심이 생체회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겠다”던 유 후보의 각오는 한낱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악의적인 루머 확산
선거 다음 날 유 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과에 승복한다”면서도 “내가 얻은 51표는 생체회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이들의 진정성이 깃든 표다.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거과정 중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며 분개했고 “선거제도가 잘못됐다”며 제도상의 모순을 낱낱이 지적했다.
유 후보는 먼저 종목별 처장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10여만 원의 급여를 받는 이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견고히 지켜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종목별 처장들은 지석모 생체회전국사무처장단협의회 회장(19대 총선 새누리당 경기 군포 예비후보)이 노골적으로 유 의원을 지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지 회장은 선거 전 처장단의 회장 직위를 이용해 유 의원의 당선 몰표 작업을 동조한 정황이 포착돼 물의를 빚고 있다.
유 후보는 “지 회장이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의 오른팔 격인 유 의원에게 줄을 대기 위해 생체회장직을 권유했고 추대하자는 움직임까지 벌였다”며 “유 의원 입장에선 가만히 있어도 1800만 회원의 회장직을 안겨준다는데 안 할 이유가 어디 있나?”고 유 의원과 지 회장 간에 모종의 딜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후보는 “나는 짜여진 각본에 놀아났다”며 보이지 않는 힘이 막후를 지배했다는 의혹 또한 제기했다.
“지난달 18일 이광조 회장으로부터 불출마 소식을 접해 출마 준비를 했지만 늦었다”며 “유 의원과 지 회장은 정치적 커넥션으로 의기투합해 2년 전부터 생체회장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각 처장들에게 50~500만원의 돈을 썼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에 따르면 역대 생체회장 선거에서 돈이 안 쓰여진 적이 없으며 돈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유 후보는 “내가 돈이 어디 있나?”라며 “생체회의 발전을 위해 맨몸으로 뛰었던 나로서는 애당초 힘든 일이었다”고 개탄스러워 했다.
유 후보는 이어 “이번일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 봉투 사건 급으로 불거질 여지도 보인다”고 향후 후폭풍을 예고하기도 했다.
선거일 하루 전까지 투표권자를 바꿀 수 있는 현행 선거제도의 모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유 후보는 “선거유세를 위해 선거인단 명단과 연락처를 확보하려 했지만 전혀 알 수 없었고 생체회에서는 선거 3일 전에 전화번호를 제외한 이름과 지역만이 명시된 명단을 줬다”고 밝혔다.
생체회가 선거유세를 방해하기 위해 명단 제공을 늦췄고 연락처를 빼고 줘 유세를 방해하는 등 형평성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또한 “받은 명단의 투표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 표를 약속받고 호응도 얻었지만 선거 하루 전 투표권자를 바꿔버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 버렸다”고 억울해 하기도 했다.
억울한 점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유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한체육회와 생체회를 통합하려 한다’는 루머가 떠돈 것이다.
유 후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사코 부인했다. 그는 “나는 대한체육회와 연계프로그램을 개발해 생체회가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는데 이것이 선거 이틀 전 부터 처장단 사이에서 ‘통합하려 한다’는 루머로 확산됐다”고 억울해 했다.
유 후보는 “직위가 걸려있는 처장들에게 통합은 ‘밥그릇 싸움’이자 ‘자존심 문제’인데 이것을 용납하려 하겠는가?”라며 지 회장이 이를 의도적으로 악용했다고 주장했고 선거전 불법선거가 불거질 기미를 보이자 이를 잠식시키기 위해 담합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불법선거와 조직선거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경쟁자였던 유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이 하고 싶은 것이냐? 생체회장을 하고 싶은 것이냐”며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다지기에 여념이 없어 생체회 행정에 공백이 생길 것이며 총선이 끝나면 11월 대선에 열중해야 하는 유 의원의 상황 때문에 또 다시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
민주통합당 문방위원들도 유 의원 당선에 대해 성명서를 통해 “한마디로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위원들은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측근인사를 회장으로 앉힘으로써 대선에서 생활체육회를 사조직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잘못된 선거제도
위원들은 또 “이러한 문제가 단지 기우(杞憂)였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한편 “선거 과정에 불거진 사전 선거운동과 대필 추천서 문제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선거를 진행시킨 문화체육관광부와 생체회는 자성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들어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회장으로 당선된 유 의원에 대해선 “총선출마에 대한 입장 표명과 더불어 현역 국회의원직은 즉각 사퇴하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선거가 끝났지만 유 의원의 생체회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체육계 안팎에서는 유 의원이 1800만 생체회원들에게 당당한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