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보다는 '연기' 배우 이나영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2.20 11: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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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궁금해 하는 배우 되고 싶어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마른 몸매지만 어떤 이유인지 탄탄해 보이고 조곤조곤 말 하는 모습은 그 누구보다 여성스럽지만 털털함이 동시에 묻어나온다. 조막만한 얼굴에 큰 눈. 순정만화 여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배우 이나영이다. 각종 CF를 섭렵하며 대중들과 가깝게 호흡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연기욕심 때문에 흥행과 거리가 먼 영화에도 출연하며 '인기'보다는 '연기'를 모티브로 삼아온 이나영이 신작 영화 <하울링>(감독 유하·제작 오퍼스픽쳐스)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선다.

영화 <하울링>서 여형사 역 출연
'흥행' 때문에 내 연기 포기 못해

오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하울링>에서 이나영은 지구대를 전전하다 강력반에 투입돼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신참 여형사 '은영' 역을 맡았다. 배우 송강호(상길 분)와 호흡을 맞췄는데 영화 카메라는 이나영을 따라간다. 영화를 이끄는 건 베테랑 형사 상길이 아니라 신참 은영이다.

촬영 중 교통사고

<하울링>은 승진에 목말라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 상길과 사건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려는 새내기 형사 은영이 파트너가 돼 늑대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범죄 수사 영화다. 두 파트너에게 분신자살 사건을 맡으라는 상부의 지시가 떨어지고 상길은 승진 욕심에 짐승의 이빨자국에 주목하는 은영의 의견을 무시한다. 그러던 중 짐승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은영은 지난 사건과 서로 연관성이 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사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독수사를 감행하는 상길과 어쩔 수 없이 상길을 따라야하는 은영은 잇따라 생하는 연쇄살인사건의 이빨자국이 늑개개의 소행이라는 단서를 찾아낸다.

이번 영화에서 이나영은 액션연기를 한껏 펼쳤다. 맨 몸으로 치고 받고 구르는 등 남자들과 비교해서 절대 뒤지지 않는 리얼한 몸싸움은 기본이고 사격, 오토바이 운전까지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특히 경찰 순찰대 출신이라는 캐릭터 설정상 오토바이신이 유난히 많았던 그녀는 운전하는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하기 위해 촬영이 시작되기 전 오토바이 면허증을 취득하고 6개월간 꾸준히 오프로드에서 운전을 연마하는 집념도 보였다. 실제로 촬영 중 오토바이를 타다 차와 충돌해 몸이 날아간 적도 있다. '멋지게 날아가 잘 떨어져'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나영의 고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형사를 비서 정도로 여기는 팀원들에게 뺨까지 맞아가며 갈등을 빚어야 했던 것. 또한 강력반 여형사를 연기하기 위해 넘어지고 던져지고 맞아가면서 남자들에게 지지 않는 리얼한 몸싸움을 펼치며 육체적인 고생을 했다.

하지만 정작 힘들었던 건 꼼꼼하기로 소문난 유하 감독의 내면연기 주문이었다. 은영은 이혼녀에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처지인데다가 강력계의 홍일점으로 선배들의 성희롱을 거부하다가 '왕따'가 되고 파트너 상길과도 갈등을 빚는다. 감독으로부터 담담하고 조용한 카리스마를 주문받은 이나영은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캐릭터에 빠져들면서 몸에 흐르는 피가 은영이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들의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영화와 CF가 아니면 좀처럼 만나보기 힘들었던 그녀는 최근 TV 예능프로그램도 찍었다. 바로 MBC 간판 예능프로 <무한도전>이다. 이나영은 지난해 8월 방송된 <무한도전>서 멤버들과의 전화 연결을 통해 출연을 약속한 바 있다. 이나영의 출연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나영 의리 있네" "무한도전과 이나영이라니 뭔가 안 어울려"라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액션연기 제대로

이나영은 지금까지 9편의 장편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300만명에 근접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제외하고 흥행성적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은 거의 없다. <아는 여자>는 74만 명, <비몽>은 9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 신작 <하울링>에서는 '인기'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기세다.

어느덧 1998년 CF로 데뷔한지 10여 년이 흘렀다. 이제는 중견이라 부를만 하지만 이나영은 여전히 신선하다. 출연하는 영화나 CF 등 모든 작품에서 항상 새로운 모습이다.


이나영은 지난해 배용준이 대표로 있는 소속사를 떠나 원빈이 속한 소속사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든 그녀는 그저 연기하는 사람일 뿐이다. "항상 대중이 궁금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녀가 늑대개와 함께 꿈을 향해 질주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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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