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추적>1800만 회원 ‘생체회’ 대선사조직화 논란 전말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13 10:57:37
  • 댓글 0개

썩을 대로 썩은 국민생활체육회장 선출 ‘이래서야…’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이다. 그 바탕에는 1800만 회원이 함께하는 생활체육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스포츠의 기초이자 전국 생활체육 동호인의 결집체인 국민생활체육회(이하 생체회)를 4년간 이끌고 나갈 회장 선출을 앞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즐겁고 활기차야 될 생체회에 정치권의 이권이 개입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생체회장 선거, 그 전말을 추적해봤다.

체육경험 전무한 박근혜의 오른팔 유정복 의원 출마 
‘불법선거 운동’ ‘자질논란’ ‘정치적 중립성’ 도마 위에

논란의 중심에는 구제역 파동으로 농림부장관직에서 물러난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 친박계인 유 의원이 생체회장에 출마하자 생체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또한 체육계에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유 의원이 후보자 등록과정에서 부정선거를 한 정황도 포착돼 논란은 더욱더 증폭되고 있다.

이에 민주통합당과 시민단체 등은 유 의원의 생체회장 선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극렬하게 반발했다.

공천권 약속해 놓고
일종의 ‘물밑 거래’?


유 의원은 구청장 1번과 마지막 김포 관선군수를 지낸 뒤 초대 김포 민선군수와 시장, 장관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을 소유하고 있는 재선 의원이다.

이런 유 의원이 생체회장에 출마하자 정치권에서는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김포시장이 김포시생활체육회장을 역임하는 관례에 따라 관행적으로 체육계를 잠시 맛본 경험밖에 없는 유 의원의 출마를 두고 1800만 회원의 생체회라는 거대 조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 의원이 생체회장을 노리는 것은 생체회를 박 위원장의 대선을 위한 사조직으로 활용하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 의원이 무리수를 둬 가면서 회장 선거에 뛰어드는 의도는 친박진영과 박 위원장이 이미 19대 공천을 약속해 놓은 ‘물밑 거래’가 있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의원들은 유 의원의 출마와 관련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측근인사가 생체회를 대선사조직화 하려는 의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유정복 의원은 즉각 회장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박 위원장의 최측근인 유 의원의 출마가 시기상 적절치 않다면서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하고 방대한 조직을 가진 생체회에 정치인은 스스로 몸을 담지 않는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과 대선이 있는 민감한 시기에 유력한 여당 대선후보의 측근이 생체회장에 출마한 것은 1800만 회원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기만행위이자 체육회를 대선 사조직화 하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체육시민연대 허정훈 집행위원장(중앙대학교 체육대학 교수)은 유 의원의 출마에 대해 “체육에 관심 없는 정치인 수장들의 문제”라며 “국민의 건강과 삶을 증진, 보급시켜야할 생체회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허 위원장은 이어 “체육과 전혀 관련이 없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대선을 앞두고 오해를 받을 위치에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1800만의 회원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체육시민단체는 이를 좌시하지 않고 감시적 역할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유 의원의 부적합성

유 의원이 출마 전 사전 불법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달 말 출마계획이 없다고 밝힌 유 의원이었지만 실제로는 당시부터 사전 불법선거운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지석모 국민생활체육전국사무처장단협의회 회장(19대 총선 한나라당 경기 군포 예비후보)이 처장단 회장 직위를 이용해 유 의원의 당선 몰표 작업을 동조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지 회장은 자신을 지지하는 각 처장들을 시켜 ‘국회의원 유정복’이란 명의로 두 장의 문서를 팩스로 돌렸고 이 문서를 받은 각 처장들은 유 의원의 이력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일부 처장들의 입김에 의해 추천서에 도장을 찍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유 의원이 직접 나서 출마의 변과 소신을 밝히며 각 종목별 회장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정식적 절차를 거쳐 추천서를 받아야 하지만 유 의원은 지 회장과 함께 각 종목별 사무처장단을 시켜 무작위로 발송, 사전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소위 검증도 안 된 ‘유령문서’를 수십통 얻어낸 것이다.

불법선거 외에 자격요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생체회의 회장선거 관리 규정 <제5조, 회장 후보자의 자격요건>을 보면 ‘회장 후보자는 학식과 덕망, (체육의)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생활체육 진흥에 크게 기여 하였거나, 기여 할 수 있는 자로 관련분야 및 타분야에서 탁월한 업무실적 및 수상경력 등이 있으며 직무수행 요건에 부합하는 자’가 후보 등록 공식 자격요건이다.

규정에 의하면 체육행정 경험이 전무한 유 의원은 후보등록이 불가하다. 따라서 체육에 관심도 없고 체육행정 과 무관한 유 의원의 자격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유 의원의 의지도 체육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의 눈을 의식했던 탓인지 아무도 모르게 출마선언도 없이 ‘나 홀로’ 후보 등록을 했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간 것이 아니라 대행을 통한 ‘대리등록’이었다. 등록 후에도 생체회장에 대한 열의와 진정성은 보이지 않고 자기들만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4월 총선을 두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라 지역구 관리에 혈안이 되어 있고 생체회는 안중에도 없는 듯해 보인다.

그 예로 지난 10일 기자가 사실관계 확인차 국회 의원회관의 유 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했지만 모두 지역구에 갔는지 통화가 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시민사회 극심한 반발 ‘낙선 운동도 불사’
체육회, 더 이상의 정치권과 연루되는 악습 끊어야!

과거 스포츠단체장들의 권력토착형 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탓에 단체장의 정치적 중립성도 문제되고 있다.

최근 KBS를 포함한 각종 언론기관에서 ‘총선 유력정치인들이 체육회장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보도가 나가자 생체회도 이런 내용에 공감하여 ‘정치적 중립’ 인사와 ‘전문스포츠CEO 선임’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집권여당의 현역정치인이자 차기 당선이 유력한, 게다가 유력 대선주자의 최측근이 생체회장으로 선임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생활체육전국배구연합회장인 장영달 전 국회의원(4선)도 “(총선, 대선)이런 민감한 시기에 정치인이 맡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 전 의원은 “국민생활체육을 진흥시키려면 정치인들이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치인들이 하는 일은) 체육인들에게 자금을 조달해주거나 이용당해 주는 것”이라고 충고하며 ‘체육계 접근 금지령’을 내렸다.

장 전 의원은 특히 박 위원장을 향해서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친박계)계보들이 접근하면 못 하도록 말려야 된다”고 주문했다.

장 전 의원은 부정선거와 관련해서도 “전화나 얘기도 없이 사무처장에 추천서를 보내 무조건 결재를 해달라고 해서 나는 못 한다”고 거절의 뜻을 내비쳤음을 밝혔고 “회장들이 있는데 ‘유정복과 사무처장’이 담합해서 엉뚱한 짓을 하려고 한다”며 “정치에 악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생체회에 대한 심각한 우려로 생각하고 막았다”고 밝혔다.

체육과 교수 출신으로서 ‘정치권의 체육인’으로 불릴 만큼 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의 반발도 거세다.

안 의원은 “유정복 의원이 출마하면 나도 출마 하겠다”는 초강경 맞불 작전을 펼치며 유 의원을 압박했지만 “정치적 악용의 소지로 보이게 되고 체육회를 국민에게 돌려 줘야 한다”는 깊은 생각 때문에 출마를 포기했다.

안 의원은 후보등록 마감일인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체육계 대표조직인 생체회가 국민에게 신망을 받는 생활체육의 요람이 되느냐, 체육계 이외의 낙하산 인사가 또다시 생체회를 체육 외의 목적으로 전락시키느냐는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라며 “유 의원의 출마로 축제의 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생활체육인들의 순수한 조직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조직으로 장악하기 위한 음모를 실행시켰다”고 비난했다.

또한 안 의원은 "유 의원이 당선 된다면 소송도 불사 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다.

체육인들의
각성도 필요

이처럼 생체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 의원에 대한 자질과 정치적 속셈 등 논란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권다툼과 그들의 속셈으로 순수 스포츠인들이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동안의 악습을 타파하고 진정으로 스포츠를 사랑하고 국민생활체육 부흥을 위해 열심히 일 할 회장 선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여겨진다.

1800만 생활체육인들도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원치 않을 터이니 말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