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양정철 <민주통합당 중량을 예비후보>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14 10: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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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적 가치’ vs ‘이명박적 가치’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

[대담=이주현 기자]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끈질기고도 집요한 공격들을 온 몸으로 막아온 사람, 퇴임 후 “자네. 봉하로 내려와 나를 좀 도울 수 있겠는가. 자네가 나를 꼭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라는 한마디에 두말 없이 내려가 마지막까지 신의를 다한 ‘의리의 남자’ 양정철이 정치판에 뛰어 들었다. 그것도 “정치하지 마라!”는 노 전 대통령의 간곡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자는 ‘마지막 말씀을 어기고 신의를 저버리는 것일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인터뷰 내내 확고한 의지와 신념으로 뭉친 그의 모습에 그 의문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낸 양정철 민주통합당 중량을 예비후보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MB정권 심판하고 대통령 바꾸기 위해 어려운 싸움 자청”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스럽죠. 너무나 죄송스럽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힌 양정철 예비후보는 인터뷰 도중 노 전 대통령이 언급 될 때마다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와 반대로 이명박 정권을 평가하고 자신의 포부와 각오를 밝힐 때에는 누구보다 강직하고 결연한 눈빛을 보인 양 예비후보였다.

최근까지도 꿈속에서 입관 전 마지막 모습이 꿈속에 나타나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그에게서 그리움과 사죄의 마음, 지켜드리지 못한 죄송함과 그를 사랑하는 마음 등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대통령을 바꾸기 위해 어려운 싸움을 자청했다”는 양 예비후보는 서울 중량을에 출사표를 던지고 정권교체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다음은 일문일답.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정치하지 마라”는 권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 노 전 대통령께서는 아끼는 참모들에게 “정치하지 마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정치에 뛰어들고 나면 정치인들이 느껴야 될 여러 가지 질곡, 주변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게 되고 민폐를 끼쳐야 될 상황, 선거를 치러야 되고 정치를 하는 과정에 거짓말, 돈, 신의를 지키지 못할 유혹 등 여러 잘못된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런 유혹들로부터 수렁에 빠져 희망보다 실망을 줄 가능성이 큰 것이 한국정치의 지형적 구조라 보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 간곡한 권고에도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 그럼에도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3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로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에 대단히 힘들어 하고 실망스러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대해 참여정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생각한다. 책임이란 정권을 이어가지 못하고 내준 것이다.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두 번째로 안타깝게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이 가지고 계신 철학과 가치를 이을 수 있는 사람들이 보다 많이 국회에 들어가서 아름다운 명예회복이 될 수 있게 해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 또 하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어려운 결심을 할 수 있게 간곡한 권유를 드린 한 사람으로서 원내에서 힘이 되고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 중량을구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 중량은 강북에서도 교육·주거·교통 등 여러모로 많이 낙후된 지역이다. 정치적으로도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곳이다. 처음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으로서 이왕이면 어려운 싸움을 해서 값진 승리를 이루고 싶었다. 낙후된 지역일수록 할 일이 많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진성호 의원은 친이계의 핵심적인 인물이고 상징적인 인물이다. 나는 반대로 노무현적 인물이다. 노무현적 가치와 이명박적 가치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 받고 싶었다. 이명박 정권 심판의 상징적 전장으로 중량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진 의원과 진검승부를 벌여보겠다.

- <노무현의 사람들, 이명박의 사람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어떤 책인가.
▲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싶었다. 노 전 대통령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 의리와 도리를 다했던 모습과 반대로 이 대통령의 사람들은 철저하게 이익중심으로 뭉쳐있고 책임질지 모르는 정반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사람들 얘기를 통해 대비시켜보고 그것이 역사와 국민들에게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비교하고 싶어 출간하게 됐다.

-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서거 때까지 모신 마지막 참모로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돌이켜 본다면?
▲ 제일 가슴이 아픈 것이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런 독한 결심을 오래전에 하셨다는 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꽤 오래전에 그런 결심을 하신 것 같다. ‘고독감’ ‘사나이로서…’ ‘여러 사람을 책임져야 되는 사람으로서’ ‘운명적인 고독함’ 등 여러 단어로 심경들을 내비추셨지만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재판으로 다 해결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의 몇몇 분들이 "허물에 대해 당신이 끌어안아야 모두를 살릴 수 있다"고 압박했디 때문에 독한 결심을 하신 것 같다. 죄송하다. 못 지켜드린 게…. 그런데 참…. 살아가는 사람들이 평생 안고 살아가야할 책무고 숙제고 도리, 의무다. 운명 같은 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시 남아있던 7~8명의 참모들은 현재까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염하고 입관할 때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마지막 모습이 주무시는 것 같이 무척 평온해 보였다. 그 모습이 지금도 꿈에 나타나고 있다.

- 문재인 고문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어떤 배경에서였나.
▲ 정말로 문 고문은 정치를 하기 싫어했다. 세상 밖으로 나와 정치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꿔달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려 여기까지 오셨다. 저에 대한 고맙고 안쓰러운 마음이 있으셔서 다른 분들은 맡지 않으셨지만 맡아주신 것 같다. 이번 총선이 중요하니 열심히 해서 함께 좋은 결과를 이뤄내자고 용기를 주셨다.

“정치하지 마라!” 노 전 대통령의 간곡한 권고에도 출마
MB정권 건국 이래 최악의 정권”, 어떠한 공과도 없다!

- 참여정부 시절 홍보기획비서관을 3년 반 넘게 지내며 보수언론의 집중 타깃이 됐었는데?
▲ (웃으며) 또 하고 싶지는 않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또 그 상황이 온다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평가와 언론의 비판이 너무 과도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대통령을 대신해 방호하고 해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했다. 대통령께서 그런 점들을 저에게 기대하신 것도 있고 직책상 할 수밖에 없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주군을 지키는 일인데…. 가급적으로 그런 일들은 하고 싶지 않지만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또 다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지켜야 될 주군이 계시지 않고…(눈물 글썽). 개인적으로 당시 힘들고 불편했던 기자들과는 다 화해하고 관계를 풀었다.


- 이명박 정권을 평가한다면?
▲ 혹독한 평가이긴 하지만 ‘건국 이래 최악의 정권’이라 생각한다. 어느 정권이든 공과는 다 있어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내세울 업적이 단 한 가지도 없다. 너무 많은 측면에서 국민들은 실망시켰다. 역사에 남을 공과가 무엇인지 물어 보고 싶다. 지난 10년 동안 큰 성과였던 민주주의와 복지·평화를 무너뜨렸다. 그런 차원에서 ‘최악의 정권’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 최근 당에서 ‘여성 15% 의무공천안’을 내놓았는데 입장은 어떠한가.
▲ 경쟁력 있고 훌륭한 여성 정치 자원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을 잘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정치인이 조금 더 배려 받고 약진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을 일정한 기준에 도리어 남성들에게 차별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남성들이 배타적인 차별을 받는 결과는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본다.

- 당내 경선이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르는데 받아들이는지?
▲ 받아들인다. 다만 국민참여경선은 말은 좋은데 허상이 있다. 국민참여경선이라 해서 완전한 국민들이 참여하는 경선은 아니다. 당원들과 당원들을 중심으로 흘러가게 될 수 있고 결국은 조직선거, 동원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일반시민들의 보편적인 여론조사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 시민여론을 완전히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조건 수용은 하지만 한계들을 보안할 수 있는 방안을 당에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 4·11 총선을 예상해 본다면?
▲ 범야권이 과반의석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와 통합을 이뤄냈다. 이번 대표최고위원 경선에서 시민들이 여론을 모아 승리 할 수 있는 틀도 마련했다. 당에서도 쇄신을 위한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고 정치신인과 역량가들이 출마를 선언해 열심히 하고 있으니 괜찮은 성적표가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고문을 필두로 한 부산울산경남이 격전지인데 이곳이 진원지가 되어 호남과 충청,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바람이 파괴력 있게 분다면 과반 이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한다.

- 민주통합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잘못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고 샴페인을 일찍 터트리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지적에 동의한다. 혁신과 통합의 정신을 대선까지 끝까지 밀고 가야된다. 혁신이 먼저다. 당에 올드하고 진부한 것들을 버리고 새롭게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변화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밀고 나가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천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야성이 살아있고 참신하고 신의 있게 정치하고자 하는 좋은 후보를 많이 발굴해 공정성과 전략적 판단이 잘 결부 되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공천이 이어져야 된다. 통합도 서로 배려하고 관용으로 끌어안고 함께 갈 수 있는 공존의 자세가 이뤄져야 된다. 그런 것 없이 세력문제, 자리문제로 다툼이 이뤄지고 그런 것들로 국민들이 실망할만한 예전모습을 다시 보여준다면 한방에 훅 간다고 본다.

-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통합이 중요하다. 통합에 대한 입장은?
▲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가 되는 대통합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야권 내에서 가지고 있는 차이는 분명히 존중되고, 이해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모든 정당의 가치는 집권을 통해 가지고 있는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야당으로서의 견제역할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만 할 것이 아니라 작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합쳐서 제안만하는 정책에 100을 갖는다면 합쳐서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50으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그것이 훨씬 소중하고 국민에게 책임 있는 모습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된다.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 가치를 인정해야 된다. 그것들을 무시하고 통합만 외친다는 것은 무례하고 결례다. 통합의 의지를 대선때까지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단순한 후보단일화의 힘은 미약할 수도 있다. 시너지를 높일 수 있게 처음부터 전략적인 스케줄을 가지고 해나갈 수 있을 때 까지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급 될 때마다 붉어지는 눈시울
“아름다운 명예회복이 될 수 있게 해야 하는 사명감”

- 언론인 출신으로서 종편에 대한 입장은?
▲ 국회에 입성한다면 문방위에서 활동해 해직기자 복직과 조중동 종편 특혜에 대한 청문회 두 가지는 꼭 이뤄내고 싶다. 청와대와 방통위가 공정하게 심사해서 사업권을 정당하게 줬는지 꼭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심사과정과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특혜가 있었거나 불법 부당한 비리가 있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고 처리과정을 위한 국민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전파는 공공제이고 국민자산이다. 그것을 정권이 특정한 매체에 당근처럼 활용하기 위해 사업권을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랬다면 중대한 범법행위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국민들이 그것에 대한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본다. 반드시 청문회가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 대선을 예상해본다면?
▲ 지금의 추세로서는 총선에서 좋은 성적표를 얻을 것 같다. 박 위원장은 총선에서 과반의석에 실패하면 대세론이 여지없이 무너질 것이라 본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엄청난 변곡점을 겪으며 내분이 일어날 것이다. 반면에 야권의 강력한 두 주자 안철수와 문재인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대선까지 갈 것으로 여겨진다. 두 사람이 서로간의 탐욕과 정치적인 욕심 때문에 대립까지 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아름답게 화합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힘을 합치는 보완적 관계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힘을 합치느냐에 따라 범야권 집권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본다. 문 고문의 저력이 후반전으로 갈수록 훨씬 공고해 질 것이다. 문 고문의 대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나 또한 그런 역할에 일조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평가한다면?
▲ 개인적으로 박 위원장이 자신의 목소리와 자신의 생각으로 국민에게 앞으로 뭘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책임 있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대중정치의 시대다. 박 위원장은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공약을 국민에게 말하고, 책임 있게 말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그분의 화법은 늘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야 된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문제다. 박 위원장은 지난 4년간 집권당에 있으며 당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대주주였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다 지고 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집권당은 대통령과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모든 비판에 대해 박 위원장은 빠져있다. 이제 와서 대통령이 인기 떨어지고 욕 들으니 당명 싹 바꾸고 대통령 탈당까지 요구 한다. 정치적 신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본다. 얼마나 비겁한 행동인가? 가장 책임져야할 인물이지만 모든 반사이익을 혼자 다 받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4년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심판이 이뤄진다면 박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책임은 뭔지, 자신은 어떤 책임을 질 건지 말이다.

- 총선을 맞이하는 각오는?
▲ 일부러 어려운 싸움에 어려운 지역을 택했다. 멋지게 이기고 싶고 압승하고 싶다. 그 승리의 영광을 제가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고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꼭 만들고 싶다.(눈물 글썽이며 잠시 침묵 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양정철 예비후보 프로필>

▲ 외국어대 법과대학 졸업
▲ 언론노보(현 미디어오늘) 기자
▲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이사대우
▲ 민주당 대통령후보 언론보좌역
▲ 대통령직 인수위 당선인 비서
▲ 노무현 대통령 국내언론비서관
▲ 노무현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
▲ 노무현재단 초대 사무처장
▲ (현)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 (현) 19대 총선 서울중량진구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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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