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 점령 백태②대명코퍼레이션

다른 기업 정리 하든 말든 “난 내 갈길 간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히 바라 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창업주 장남 서준혁 사장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진출 제재 수위 높이는데 떡볶이사업

대명그룹은 레저나 리조트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지난 1987년 고 서홍송 대명그룹 창업주가 세계 5대 종합휴양리조트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리조트사업에 뛰어들면서 성공한 회사다. 이후 대명은 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승승장구했다. 그 끝에 현재 대명홀딩스, 대명레저산업, 대명건설, 대명네트웍스, 대명코퍼레이션, 대명라이프웨이, 대명복지재단, 벽송엔지니어링, U-솔비넷 등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거듭났다.

떡볶이사업 ‘베거백’ 론칭

현재 대명그룹의 회장은 서 창업주의 부인인 박춘희씨다. 지난 2001년 서 창업주가 48세를 일기로 사망한 뒤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도 박 회장은 회사의 최전선에서 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대명그룹을 움직이는 핵은 따로 있다. 서 창업주의 외아들인 서준혁 대명코퍼레이션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불과 32살인 서 사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 서앤컴퍼니를 설립하면서다. 서앤컴퍼니는 대명그룹 내 물류와 자재구매대행(MRO)을 맡아 급성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회사기회의 편취’라는 비난이 일자 서 사장은 지난 2010년 10월 서앤컴퍼니의 사명을 대명코퍼레이션으로 바꾸고 그룹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대명코퍼레이션은 서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서 사장은 서앤컴퍼니와 대림코퍼레이션의 대표를 맡아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벌였다. 유통, 외식, 연예, 여행, 항공사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돈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숟가락을 얹었다. 이 같은 서 사장의 거침없는 사업 확장 행보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대명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사업성이 불투명한 분야로 문어발식 영역 넓히기를 시도한다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눈총을 받은 건 바로 서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떡볶이사업인 ‘베거백’이다. 서 사장은 지난 2009년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하며 강남역 인근에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 베거백을 오픈했다. 서 사장은 베거백 론칭 당시 “한국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즐기는 떡볶이 요리를 고급화ㆍ다양화한 베거백 브랜드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서 사장의 야심찬 계획은 당장 구설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대기업들의 기업소모성자재 사업과, 골목상권 진출에 대해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떡볶이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자본이라는 이점으로 하루 유동인수 30만명에 육박하는 강남 한복판에 진출을 시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서 사장은 아랑곳 않고 꿋꿋이 사업을 벌여왔다. 비발디파크, 목동, 강남 등 모두 3곳에 매장을 냈다. 그러나 목동점과 강남점은 문을 연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매출부진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베거백은 비발디파크 1개점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떡볶이사업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음에도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아니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처럼 차갑다.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가열되면서 대부분의 대기업이 사업을 정리했지만 서 사장만은 아직도 떡볶이사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대명코퍼레이션은 골목상권 진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식 세계화를 목표로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 점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강남점과 목동점을 철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돈 되는 ‘비발디점’ 유지

그러나 대명코퍼레이션은 어느 정도 매출이 보장된 비발디파크점 만은 철수하지 않고 있다. 만일 앞서 철수한 두 개 점포에서도 괄목한 만한 실적이 나왔더라도 해당 점포를 철수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서 창업주는 생전에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을 강조하던 기업인이었다. 서 사장이 제대로 된 기업가라면 아버지가 몸소 보여준 가르침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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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