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의 제왕’ MB ‘민영화 올인’ 내막

말 따로 행동 따로…앞에선 ‘친서민’ 뒤에선 ‘친재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MB정부가 민영화의 꿈을 접지 못하는 양상이다. 번번이 ‘재벌 배불리기’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으면서도 공기업 민영화를 줄기차게 추진하는 것. 수돗물과 인천공항에 이어 KTX 노선 운영권까지 대상에 올랐다. 게다가 이번에는 여론의 뭇매에도 기어이 끝장을 볼 태세다. 그간 친서민 기조를 내걸었던 MB정부이기에 공공성에 먹칠하는 불필요한 민영화 추진을 두고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행보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알토란’ 인천공항에 이어 ‘황금알’ KTX도 민영화 추진 심혈
뼛속까지 친서민이라던 MB 서민경제 파탄에도 무한 재벌사랑

MB정부가 KTX 분할민영화를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코레일의 엄청난 적자와 잦은 사고가 ‘경쟁부재’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선은 정부가 건설하고, 이윤 나는 KTX 노선 운영권만 매각한다는 입장이라 재벌 특혜라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게다가 철도는 공공재이기에 민영화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역풍이 거센 상태다.

정부의 KTX 민영화에 대한 움직임이 감지된 것은 지난해 12월19일 인사발령부터다. 당시 정부는 철도정책관에 ‘민영화 전도사’로 불리는 구본환씨를, 다음 날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에 인천공항 민영화의 사령탑 김한영씨를 각각 임명했다. 이어 12월27일 국토부는 신년 업무보고에서 KTX 일부 운영권의 민간개방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뼛속까지 친서민’ 
MB는 골다공증?

즉각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철도운영 경쟁도입 공개 토론회’까지 개최하며 강행의지를 불태웠다. 국토부는 코레일의 적자와 그간 KTX의 역주행 등 잦은 사고를 내는 이유가 경쟁부재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때문에 “건전한 경쟁을 통한 철도운영 효율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구간의 운영권을 민간에 매각해 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면 서비스도 좋아지고, 잦은 사고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노선은 국가에서 짓되, 이윤 나는 노선의 운영권은 민간업체에서 가져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입장이다. 특히 철도는 역사는 물론 선로건설, 차량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것을 모두 국가가 혈세로 지어주고 한 대당 몇 백억 되는 KTX 차량 역시 장기임대로 빌려주겠다는 얘기다. 즉 초기 투자비용까지 허물면서 흑자 보는 KTX의 운영권만을 민간업체에게 맡긴다는 것. 재벌특혜설의 요지이다.

국토부는 (건설부채가 포함된) 선로사용료를 내므로 재벌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코레일은 이 선로사용료 외에 코레일이 짊어진 건설부채가 따로 존재한다. 게다가 투자비용 절감 효과까지 누리는 것. MB정부의 ‘재벌사랑’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KTX만 놓고 보면 연간 3000억원 정도의 흑자를 내서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통근열차의 적자를 교차보조 해주고 있는 ‘황금알’ 사업이다. 때문에 혈세로 재벌 배불리기라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는 실정이다.

MB의 무한 재벌사랑
민영화로 정점 찍어

뿐만 아니라 KTX의 민영화 시 여러 가지 문제점까지 내포하고 있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먼저 가격 상승이 문제다. 국토부는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절대 가격 상승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때문에 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당장 이웃나라 일본을 보더라도 국철과 사철의 가격차이가 큰 점을 지적한다. 철도를 민영화한 영국과 남미의 철도 요금이 크게 올랐다는 보도가 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KT의 민영화로 요금이 급증한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전문가들은 철도는 차량, 신호, 관제 등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만 안전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어느 시스템 하나가 손발이 맞지 않아 오류가 발생할 경우 제대로 된 운영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정부가 주장하는 철도사업에 경쟁도입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KTX는 별도의 고속선만을 사용하지 않고 무궁화호, 새마을호와 같은 기존선을 같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동일한 선로에 KTX에서부터 새마을, 무궁화호 거기에 화물열차, 수도권 전철까지 다양한 특징을 가진 열차들이 효율적으로 운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열차계획이 필요하다.

때문에 운영권의 이원화보다는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안전성을 위해 효과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운영권 이원화의 경우 갑작스런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고,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열차 이용승객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철도는 공공재적 서비스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KTX 민영화는 단지 KTX 운영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보편적 이동권에 관한 문제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때문에 코레일의 영업이익이 적자를 보고 있더라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곧 ‘KTX 운영권 민간개방’이 될 수는 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KTX 민영화 추진 사업에 참여를 밝히고 있는 곳은 동부와 대우다. 모두 고소영 라인이라는 점이다. 특히 대우건설에는 TK-고려대 인맥인 서종욱 사장이 있다. 때문에 막대한 혈세를 털어 결국 재벌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꼼수에 역풍이 거센 상태다.

여당 실패 사례로 KTX 민영화 반대…야당 맹공 퍼부어
민영화 성공해도 본전, 실패하면 악재에 탈출구가 없다!

‘황금알’을 낳는 공기업을 재벌품에 안겨주려는 움직임은 처음이 아니다. MB정부는 앞서 인천공항 민영화를 필사적으로 밀어붙였다. 인천공항의 경우 지분매각 시 호주계 금융그룹 맥쿼리가 매각대상 ‘0순위’였다. 이 맥쿼리는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 지형씨와 맞닿아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MB정권 출범 초기였던 2008년에는 수돗물 민영화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불태웠다. 수돗물 민영화가 추진되면 수혜기업이 바로 코오롱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때마침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물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2015년까지 매출 2조원 이상의 세계 10대 물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코오롱워터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의 수돗물 민영화와 딱 맞아떨어진 행보였다. 코오롱 역시 현 정권과 밀착관계에 있는 그룹이다.

계속해서 MB정부의 줄기찬 민영화 추진은 결국 재벌특혜라는 꼼수에 민심은 철퇴를 내렸고 정부는 백기 투항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될 민영화 추진에 정부의 각오는 비장감이 감돈다. 국토부는 일단 4월 총선 뒤로 미룬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선거를 의식해 민영화 논의를 미뤘을 뿐 정부의 정책방향은 조금도 변함이 없이 강경한 입장이다. 국민과의 전격 대결을 선언한 셈이다.

MB정부의 뚝심(?)에 전방위적인 비판이 쏟아진다. 국민적 반대 여론은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반의 조짐이 역력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영국의 철도 민영화 실패 사례를 언급하며 민영화를 반대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공개적으로는 처음으로 MB에 반기를 들었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야권전체가 철회를 주장했고, 민영화 칼날을 맞게 된 코레일의 노조는 이러한 정부 비판의 최전선에 있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은 KTX 민영화 저지 기획단을 발족하며 거칠게 반발했다. 한미FTA가 통과돼 외국 투기자본이 몰려와 공공부문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혈안이 된 시점에서 KTX 민영화는 철도의 공공성을 완전히 파괴하고 자칫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여론 뭇매에도
강경한 입장 고수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민간 자본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인데 공공 철도에서 사기업 철도로 바뀌면 안전성이과 내려가고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한미FTA의 래칫 조항 때문에 한번 민영화가 추진되면 되돌릴 수 없어 한미FTA와 철도민영화는 한 몸이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정 고문은 “민영화로 이득 보는 사람은 정권과 대기업, 외국자본 세 집단뿐이고, KTX 민영화는 이 삼각동맹의 기득권 강화를 위해 서민을 희생시키는 것이다”고 성토했다.

MB정부는 출범부터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워가며 재벌위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부자감세에서 대기업 규제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까지…. 여기에 민영화는 재벌사랑에 정점을 찍고 있는 것. 뼛속까지 친서민을 주장했지만 서민경제 파탄에도 재벌 챙기기에 여념없는 MB정부.

정부가 민영화에 성공하면 본전이지만, 실패하면 갖가지 악재에 탈출구마저 없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올해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잇달아 실시되는 선거의 해다. 때문에 선거 결과에는 현 정부의 민영화에 대한 민심도 오롯이 담길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