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나경원은 날개가 없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07 10: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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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네 꼬여” 멀어지는 ‘3선의 꿈’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나경원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9대 총선 출마의사를 밝히자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1억원 피부클리닉’ 의혹과 관련해 경찰수사가 발표됐다. 나 전 최고위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찰 발표에 그의 정치적 행보는 가속화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사를 뒤집는 결정적 증거가 공개돼 나 전 최고위원을 더욱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피부클리닉에 대한 진위공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당 비대위가 나 전 최고위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반응을 가감 없이 보이고 있어 3선을 향한 그의 행보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결백 주장했지만 확실한 증거 앞에 “헉!!!”
믿지 못할 경찰 수사, 네티즌 비난 줄이어

경찰은 지난달 30일 10·26 보궐선거 당시 번졌던 ‘1억원 피부클리닉’ 의혹과 관련해, 나경원 전 의원이 해당 병원에서 쓴 돈은 1억원이 아니라 550만원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병원 장부와 진료기록을 분석하고 병원장 등 관련 인물을 조사한 결과, 나 전 의원이 지난해 해당 병원에서 딸의 치료 및 본인의 피부관리 비용으로 모두 55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1억원 피부클리닉’
진실공방 최후승자?

경찰 조사 결과, 나 전 의원은 지인의 소개로 간 ㄷ피부클리닉에서 지난해 2~10월 사이 딸 치료를 위해 5차례, 본인의 피부관리를 목적으로 10차례 등 모두 15차례 진료를 받았고, 400만원 1차례, 50만원씩 3차례에 걸쳐 모두 550만원을 현금 결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ㄷ피부클리닉의 연간 회원권이 1억원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곳의 진료비는 1차례에 25만~30만원 정도로, 연간 최대 이용 금액은 3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등록된 사람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특별 회원제’로 운영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일반 내원자의 피부과 상담·진료도 함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 쪽은 당시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 등에 대해 “다운증후군인 딸의 피부 노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고, 그때 몇 차례 피부관리를 받은 것 뿐이며, 비용은 500만~600만원 정도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나 전 의원 측은 선거가 끝난 직후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기자 등 4명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수사 결과가 나오자 나 전 의원 측은 이와 관련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1억원 피부클리닉’이 허위사실 유포임을 주장하던 나 전 의원 측에 또 다른 위기가 엄습했다. <시사IN>에서 ‘1억원 피부클리닉’ 의혹과 관련한 증거물을 온라인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시사IN> 홈페이지에 게재된 “피부클리닉 원장 ‘얜 젊으니 5천이면 돼’”라는 기사에는 당시 취재기자가 ㄷ피부클리닉에서 의료진과 상담하는 영상이 2분정도의 게재됐다.

경찰의 중간 수사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 영상에는 원장으로 추측되는 사람은 “누구 소개로 왔느냐, 너 참 이상하다. 어떻게 혼자 올 수 있는 생각을 했지”라는 말을 한다. 이어 “나 의원 같은 경우는...”이라는 기자의 말에 원장은 “편안하죠. 나는 편한 게 좋아. 나는 표나는 거 싫어해” 등의 말을 한다.

또한 “나는 1년씩 관리한다. 오든 안 오든 100번을 오든 2번을 오든 똑같다. 한 장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냐”라는 말에 기자가 “1억원?”이라고 대답하자, “얘는 젊으니까 그럴 필요 없다. 반 정도면 된다”라고 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원장은 또 “난 젊은 애들은 잘 안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50여 분에 걸친 상담 과정에서 원장은 나 전 의원을 포함해 유명 연예인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토털 케어를 받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상담을 마친 뒤에는 이 병원 간호사가 따로 기자를 불러 “지금 원장님 설명하신대로 5천만 원을 준비하라. 처음에는 1주일에 2차례씩 나와야 할 것“이라고 비용을 재확인해 주었다.

<시사IN>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런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팀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한 채 원장이 경찰에서 번복한 진술과 ㄷ클리닉에서 압수한 장부 등을 언급하며 수사 방향을 한쪽으로 몰고 가는 듯한 내용을 언론에 내놓았다”며 “이미 지적한 대로 ㄷ클리닉에 대한 압수수색은 <시사IN> 보도가 나가고 40여 일 만에야 이뤄졌다. 병원으로서는 경찰 수사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 발표가 있은 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이 같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시사IN>이 녹취록도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다'라는 식의 허위보도를 하고 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수사의 쟁점이 되는 연간 회원제 여부와 1억 원 회비 논란이 담긴 영상이 공개됨으로써 상당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 소통 아닌
정치홍보 수단?

한편 경찰이 수사발표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시사IN>이 허위보도를 했다며 맹비난했다.

<조선>과 <동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찰 발표를 거듭 기정사실화하며 ‘나경원법’을 만들어 흑색선전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비난을 자초했다.

<조선>은 지난 2일 <‘나경원法’, 선거 흑색선전 신세 망치도록 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나경원 후보는 ‘연회비 1억원 피부관리실 출입설’로 치명상을 입고 낙선했었다”고 주장하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선 벌금형 자체를 없애 유죄가 확정되면 무조건 실형을 살게 한다든지, 허위사실의 근원지 역할을 한 언론 매체에 대해선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 회사가 망하도록 하거나 사이트를 강제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나경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동아>도 <나경원 울린 흑색선전, 이젠 나경원법으로>이란 기사를 통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거사범을 과거보다 더욱 엄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양형기준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고 전하며 ‘나경원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동아>는 <시사IN>이 공개한 동영상이 짜집기 한 것이고 1억원 발언을 유도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재열 <시사IN>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나경원 1억원 피부클리닉 관련해서 <시사IN>이 허위보도를 했다’는 조중동의 보도는 확실하게 허위보도로 증명되었습니다”라며 “그러므로 이를 전제로 한 ‘나경원법’ 추진도 개수작”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전날 공개한 2분짜리 동영상과 관련, “극히 일부만 공개한 겁니다”라며 “추가 동영상은 다음에 공개합니다”며 추가 공개를 예고하기도 했다.

<조선><동아>의 나경원 구하기 프로젝트?
총선 출마선언에 높아져만 가는 비판적 목소리

이와 더불어 나 전 의원의 4·11 총선 출마 문제를 놓고 당 내외 논란이 거세져 그를 더욱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달 26일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구 재출마 의사를 밝히자 당 비상대책위원들이 즉각 비판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나 전 의원은 시장선거 당시 자신의 공약 자체가 시민들로부터 거부당했다”며 “또 다시 서울시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한다는 건 정치적으로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이상돈 비대위원도 지난달 30일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오세훈 전 시장이 또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의 이 같은 주장에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일련의 과정이 당을 위기에 빠뜨리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만큼, 당시 선거에 관련된 인물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서울시장 선거 당시 나 전 의원의 최대 패인으로 거론되는 ‘1억원 피부 클리닉’ 출입 의혹이 최근 경찰 수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점을 들어 “선거 패배를 이유로 피해자인 나 전 의원을 무조건 내치려 해선 안 된다”며 “오 전 시장이나 나 전 의원이 당시 상황을 잘못 판단한 건 분명하지만, 그보다는 정정당당하게 공천경쟁에 참여토록 하는 게 맞다”는 주장도 제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동영상이 공개되자 설득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또한 나 전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평창스페셜올림픽’ 홍보에 나선 것에 대한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를 오직 선거운동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것과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보좌진들의 ‘대리트윗’ 의혹이 있었던 탓에 이번에도 ‘대리트윗’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멀기만 한
‘3선의 꿈’

이처럼 첩첩산중에 직면한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어떤 사람들은 ‘당이 어려울 때 멋있게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미지를 관리하는 게 좋지 않냐’고 하지만 당이 어려울 때 나서지 않는 게 더 비겁하다. (총선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하며 정치적 재기를 꿈꿨다.

하지만 또 다시 난관에 직면하고만 나경원 전 의원. 한 네티즌이 “궁지에 몰리자 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이제는 정말 카운터펀치를 맞은 듯 보인다”고 했듯이 3선 의원을 꿈꾸는 그의 행보는 먹구름으로 가득 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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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