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나경원은 날개가 없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07 10: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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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네 꼬여” 멀어지는 ‘3선의 꿈’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나경원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9대 총선 출마의사를 밝히자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1억원 피부클리닉’ 의혹과 관련해 경찰수사가 발표됐다. 나 전 최고위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찰 발표에 그의 정치적 행보는 가속화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사를 뒤집는 결정적 증거가 공개돼 나 전 최고위원을 더욱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피부클리닉에 대한 진위공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당 비대위가 나 전 최고위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반응을 가감 없이 보이고 있어 3선을 향한 그의 행보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결백 주장했지만 확실한 증거 앞에 “헉!!!”
믿지 못할 경찰 수사, 네티즌 비난 줄이어

경찰은 지난달 30일 10·26 보궐선거 당시 번졌던 ‘1억원 피부클리닉’ 의혹과 관련해, 나경원 전 의원이 해당 병원에서 쓴 돈은 1억원이 아니라 550만원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병원 장부와 진료기록을 분석하고 병원장 등 관련 인물을 조사한 결과, 나 전 의원이 지난해 해당 병원에서 딸의 치료 및 본인의 피부관리 비용으로 모두 55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1억원 피부클리닉’
진실공방 최후승자?

경찰 조사 결과, 나 전 의원은 지인의 소개로 간 ㄷ피부클리닉에서 지난해 2~10월 사이 딸 치료를 위해 5차례, 본인의 피부관리를 목적으로 10차례 등 모두 15차례 진료를 받았고, 400만원 1차례, 50만원씩 3차례에 걸쳐 모두 550만원을 현금 결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ㄷ피부클리닉의 연간 회원권이 1억원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곳의 진료비는 1차례에 25만~30만원 정도로, 연간 최대 이용 금액은 3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등록된 사람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특별 회원제’로 운영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일반 내원자의 피부과 상담·진료도 함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 쪽은 당시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 등에 대해 “다운증후군인 딸의 피부 노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고, 그때 몇 차례 피부관리를 받은 것 뿐이며, 비용은 500만~600만원 정도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나 전 의원 측은 선거가 끝난 직후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기자 등 4명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수사 결과가 나오자 나 전 의원 측은 이와 관련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1억원 피부클리닉’이 허위사실 유포임을 주장하던 나 전 의원 측에 또 다른 위기가 엄습했다. <시사IN>에서 ‘1억원 피부클리닉’ 의혹과 관련한 증거물을 온라인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시사IN> 홈페이지에 게재된 “피부클리닉 원장 ‘얜 젊으니 5천이면 돼’”라는 기사에는 당시 취재기자가 ㄷ피부클리닉에서 의료진과 상담하는 영상이 2분정도의 게재됐다.

경찰의 중간 수사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 영상에는 원장으로 추측되는 사람은 “누구 소개로 왔느냐, 너 참 이상하다. 어떻게 혼자 올 수 있는 생각을 했지”라는 말을 한다. 이어 “나 의원 같은 경우는...”이라는 기자의 말에 원장은 “편안하죠. 나는 편한 게 좋아. 나는 표나는 거 싫어해” 등의 말을 한다.

또한 “나는 1년씩 관리한다. 오든 안 오든 100번을 오든 2번을 오든 똑같다. 한 장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냐”라는 말에 기자가 “1억원?”이라고 대답하자, “얘는 젊으니까 그럴 필요 없다. 반 정도면 된다”라고 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원장은 또 “난 젊은 애들은 잘 안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50여 분에 걸친 상담 과정에서 원장은 나 전 의원을 포함해 유명 연예인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토털 케어를 받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상담을 마친 뒤에는 이 병원 간호사가 따로 기자를 불러 “지금 원장님 설명하신대로 5천만 원을 준비하라. 처음에는 1주일에 2차례씩 나와야 할 것“이라고 비용을 재확인해 주었다.

<시사IN>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런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팀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한 채 원장이 경찰에서 번복한 진술과 ㄷ클리닉에서 압수한 장부 등을 언급하며 수사 방향을 한쪽으로 몰고 가는 듯한 내용을 언론에 내놓았다”며 “이미 지적한 대로 ㄷ클리닉에 대한 압수수색은 <시사IN> 보도가 나가고 40여 일 만에야 이뤄졌다. 병원으로서는 경찰 수사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 발표가 있은 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이 같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시사IN>이 녹취록도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다'라는 식의 허위보도를 하고 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수사의 쟁점이 되는 연간 회원제 여부와 1억 원 회비 논란이 담긴 영상이 공개됨으로써 상당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 소통 아닌
정치홍보 수단?

한편 경찰이 수사발표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시사IN>이 허위보도를 했다며 맹비난했다.

<조선>과 <동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찰 발표를 거듭 기정사실화하며 ‘나경원법’을 만들어 흑색선전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비난을 자초했다.

<조선>은 지난 2일 <‘나경원法’, 선거 흑색선전 신세 망치도록 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나경원 후보는 ‘연회비 1억원 피부관리실 출입설’로 치명상을 입고 낙선했었다”고 주장하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선 벌금형 자체를 없애 유죄가 확정되면 무조건 실형을 살게 한다든지, 허위사실의 근원지 역할을 한 언론 매체에 대해선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 회사가 망하도록 하거나 사이트를 강제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나경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동아>도 <나경원 울린 흑색선전, 이젠 나경원법으로>이란 기사를 통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거사범을 과거보다 더욱 엄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양형기준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고 전하며 ‘나경원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동아>는 <시사IN>이 공개한 동영상이 짜집기 한 것이고 1억원 발언을 유도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재열 <시사IN>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나경원 1억원 피부클리닉 관련해서 <시사IN>이 허위보도를 했다’는 조중동의 보도는 확실하게 허위보도로 증명되었습니다”라며 “그러므로 이를 전제로 한 ‘나경원법’ 추진도 개수작”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전날 공개한 2분짜리 동영상과 관련, “극히 일부만 공개한 겁니다”라며 “추가 동영상은 다음에 공개합니다”며 추가 공개를 예고하기도 했다.

<조선><동아>의 나경원 구하기 프로젝트?
총선 출마선언에 높아져만 가는 비판적 목소리

이와 더불어 나 전 의원의 4·11 총선 출마 문제를 놓고 당 내외 논란이 거세져 그를 더욱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달 26일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구 재출마 의사를 밝히자 당 비상대책위원들이 즉각 비판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나 전 의원은 시장선거 당시 자신의 공약 자체가 시민들로부터 거부당했다”며 “또 다시 서울시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한다는 건 정치적으로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이상돈 비대위원도 지난달 30일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오세훈 전 시장이 또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의 이 같은 주장에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일련의 과정이 당을 위기에 빠뜨리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만큼, 당시 선거에 관련된 인물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서울시장 선거 당시 나 전 의원의 최대 패인으로 거론되는 ‘1억원 피부 클리닉’ 출입 의혹이 최근 경찰 수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점을 들어 “선거 패배를 이유로 피해자인 나 전 의원을 무조건 내치려 해선 안 된다”며 “오 전 시장이나 나 전 의원이 당시 상황을 잘못 판단한 건 분명하지만, 그보다는 정정당당하게 공천경쟁에 참여토록 하는 게 맞다”는 주장도 제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동영상이 공개되자 설득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또한 나 전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평창스페셜올림픽’ 홍보에 나선 것에 대한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를 오직 선거운동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것과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보좌진들의 ‘대리트윗’ 의혹이 있었던 탓에 이번에도 ‘대리트윗’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멀기만 한
‘3선의 꿈’

이처럼 첩첩산중에 직면한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어떤 사람들은 ‘당이 어려울 때 멋있게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미지를 관리하는 게 좋지 않냐’고 하지만 당이 어려울 때 나서지 않는 게 더 비겁하다. (총선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하며 정치적 재기를 꿈꿨다.

하지만 또 다시 난관에 직면하고만 나경원 전 의원. 한 네티즌이 “궁지에 몰리자 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이제는 정말 카운터펀치를 맞은 듯 보인다”고 했듯이 3선 의원을 꿈꾸는 그의 행보는 먹구름으로 가득 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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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