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쥔 박근혜 ‘보복성 공천 대학살론’ 막전막후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06 10: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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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누리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꾼 한나라당이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 구성을 완료하며 본격 총선체제로 돌입했다. 당내에서는 ‘현 정부 실세 용퇴론’이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는 상황에 친이계를 완전 배제한 공추위가 구성되고 ‘새누리당 살생부’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지자 친이계는 긴장에 빠졌다. 지난 2008년 공천학살을 경험한 바 있는 박 위원장이 ‘친이계 학살’을 위해 시퍼런 칼날을 갈고 있는 듯 보인다.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완료, 친이계 완전 배제
전직 대표, 친이계 핵심 인사 낙천될 가능성 높아

등살에 떠밀려 취임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었지만 취임 이후 새누리당(전 한나라당)은 ‘박근혜당’으로서 면모를 차근차근 갖추고 있다.

비대위원들은 하나같이 박 위원장의 인사로 꾸려졌고 주요 당직들도 친박인사들로 구성됐다. 당의 정강·정책도 바꿨고 공추위 또한 자신의 뜻과 잘 통할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했다.

박근혜당으로 만들기 위한 퍼즐을 하나씩 끼워 맞춘 것이다.

그는 공추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용 그림을 그린다고 할 때 쇄신작업을 용이라고 하면 공천작업은 마지막 눈을 그려 넣는 화룡점정”이라며 사람까지 바꿔 새로운 당으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면모 갖춘
‘박근혜당’


새누리당은 환갑을 맞이한 박 위원장의 생일날 더불어 새로 태어났다. 당초 1월30일에 당명을 공표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바꿔 박 위원장에게 모종의 생일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당직자들은 “박 위원장이 태어난 날, 당도 ‘박근혜 새누리’로 다시 태어났다”고 자축했고 “이제 공천을 통해 ‘사람 바꾸기’만 마치면 된다”고 말하며 박근혜당으로 자리매김 했음을 공언했다.

정홍원 공추위원장은 첫 기자간담회에서 박 위원장의 추진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출세를 위해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며 박 위원장의 뜻에 적극 힘을 실었다.

또한 “과거에 (공천후유증으로) 시끄러운 게 많았다”며 “중간의 지엽적인 것들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하며 계파균형, 산술적 균형은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를 단호하게 전했다. 공언했던 50%이상 물갈이 ‘공천학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공천에서 친이계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하며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울분을 토한 박 위원장은 정 위원장을 내정하기까지 4년을 절치부심했다.

실제로 당시 이방호 사무총장과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이 주도했던 공천은 김무성 의원 등 43.5%(25명)의 영남권 친박 의원을 낙천시켰고 3선 이상 중진 70%를 갈아 치웠다.

공천 탈락에 반발한 친박계는 당을 뛰쳐나가 친박연대를 결성하고 총선에서 14석(지역구 6석, 비례대표 8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으며, 당선 후 복당했지만 공천학살 배후를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으로 지목해 계파 간 갈등과 분열은 계속됐다.

하지만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정반대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박 위원장이 선거를 지휘하게 되면서 친이계 일각에서는 “보복 당할 게 뻔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공추위가 친이계를 전면 배제하고 친박계 인사들로만 구성되자 친이계의 한 의원은 “친이계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친이계 핵심은 공천심사에서 전멸할 수도 있다”고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물론 대다수 친이계 의원은 “좀 더 지켜보자” “공추위 인사들의 면면만 놓고 반발하기는 이르다”고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박 위원장과 공추위 인사들의 행보에 공감해서가 아니라 “괜히 잘못 보여 좋을 것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위원장과 호흡을 함께하는 정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 실세 용퇴론’을 어떤 잣대로 들이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눈치 보는 친이
어깨 펴는 친박

그러나 친박계는 그런 시나리오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펄쩍 뛰었다. 이미 박 위원장이 거듭 “한, 둘의 힘 있는 사람이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면서 ‘시스템 공천’을 약속한 만큼 25% 현역의원 배제는 당무감사·여론조사·현지실사를 바탕으로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영남의 한 의원은 “박 위원장은 계파정치를 극도로 싫어한다. 친이-친박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호불호를 집어넣어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박 위원장의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친이계도 “박 위원장 측이 막판에 공천을 협의해 올 것”이라며 마지막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대선을 바라보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당내 분열보다는 계파를 망라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친이계는 박 위원장에게 반기를 들고 있지만 개인역량과 지역구 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이재오·정몽준·홍준표 등에 대해서도 공천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친이계 핵심관계자는 “박 위원장 측으로서는 당장의 총선결과보다 대선구도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결국 본격 공천심사에 들어가게 되면 박 위원장 측이 이 대통령에게 공천 협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퇴임 후 의지할 이재오 의원과 그 문제를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위원장이 총선 8개월 뒤인 12월에 있을 대선까지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려야하기 때문에 앞으로 당내는 물론 보수진영까지 대통합하는 화합모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간판 바꾼 ‘박근혜당’ 친이 대학살 신호탄 쐈다?
‘막판 공천 협의’ 실낱같은 희망 꿈꾸는 친이계


하지만 이러한 전망에 대해 친박계는 “박 위원장의 성품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나눠 먹기식 공천 같은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것이 박 위원장의 소신”이라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친박계는 박 위원장이 결국 공추위 결정과 비대위의 공천가이드라인에 모든 것을 맡기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잡음 없는 공천’은 아무도 확언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역이 배제됐더라도 “계파 때문에 떨어졌다”는 반발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공추위가 시스템을 얼마나 철저하게 지킬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정치적 고려나 예외가 나오는 순간 다 죽는다. 승복하겠느냐?”고 했다.

당의 전략공천지, 국민경선제 적용 지역을 어디로 정하느냐를 놓고서도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한 벌써부터 새누리당 사무처가 19대 총선 공천 작업을 위한 기초자료로 18대 국회 회기 동안 각종 이유로 재판을 받았거나 말실수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당 소속 의원 명단을 정리해 박 위원장에게 보고를 마쳐 공천학살은 이미 시작 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문건은 ▲현재 재판 중인 의원(1명) ▲의원직 비상실형으로 재판이 종결된 의원(13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원(25명) 등 3가지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당 비대위는 지난달 16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의 경우 경선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19대 총선 공천 기준안을 의결한 바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안과 달리 ‘사회적 물의’라는 기준에는 명확한 법원 판결이 있지 않고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명단에는 전직 대표들도 포함됐다. 정몽준 전 대표는 18대 총선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80만 원을 선고받아 명단에 포함됐고 홍준표, 안상수 전 대표는 각각 대표 시절 ‘이대 계집애’ ‘자연산’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어 명단에 포함됐다.

“이왕 욕 들을
 바에야 에잇!?”

새누리당은 지난 6일부터 시작된 후보자 공모 작업을 마치면 곧바로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검증 작업에서 걸러진 후보들은 경선이나 전략공천 대상에서 탈락된다. ‘박근혜당 만들기’의 마지막 피치를 가하는 것이다.

말로는 ‘공정 공천’을 외치고 있는 박 위원장이지만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정 공천을 하더라도 탈락자들의 반발은 거셀 것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에 ‘이왕 욕들을 바에야 마음껏 공천 해보자’는 마음이 들 수도 있어 보인다.

또한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지난 4년간 자신을 믿고 따르며 지지해준 친박계 인사들을 나 몰라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박 위원장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해 보인다.

끔찍하고도 치욕스러웠던 공천학살을 당한 박 위원장의 최종 결단에 정치권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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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