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자 열풍' 실태 추적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1.25 12: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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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유머러스한 정치풍자 “쫄지 마~!”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2012년 임진년 새해부터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정치풍자’가 대세다. 총선과 대선이 겹친 중요한 한 해를 맞이하자 새로운 정치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이 높아 시사 코미디에 대한 호응이 더욱더 높아진 것이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속 시원히 털어놓는 그들에 열광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더욱더 열기를 더해가는 정치풍자 실태를 조명해봤다.

‘나는 하수다’ ‘사마귀 유치원’ 등 패러디 개그 인기 만발
직접적인 독한 풍자 대신 우회적 패러디를 통해 웃음 유발

정치풍자의 선두주자로는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효종이 ‘사마귀 유치원’에서 답답한 우리 현실을 꼬집었고, 김원효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관료주의를 비꼬며 인기를 끌었다.

<개콘>은 ‘강용석 의원 고소 사건’을 개그로 받아친 이후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선두주자 <개콘>

지난해의 <개콘>의 정치풍자 바통을 이어 받아 MBC <웃고 또 웃고>의 <나는 하수다>(이하 <나하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팟케스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패러디 한 ‘나하수’는 오직 ‘MBC를 위한 MBC에 의한 MBC 헌정방송’을 표방하며 <나꼼수> 4인방을 그대로 재현했다.

김어준 총수, 정봉주 전 의원, 주진우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신 총수, 김봉투 의원, 조진우 기자, 김농민 평론가로 변했다.

지난해 12월23일 ‘디도스 공격’을 주제로 첫 방송된 <나하수>는 MBC 코미디언실에 있는 3대의 컴퓨터가 한 번에 작동이 안 되고 멈춘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국 야한 동영상을 다운받은 개그맨 박명수 매니저의 단독범행인 것으로 판명 났다.

4인방은 박명수가 매니저에게 돈을 주고 시킨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출연진들은 “박명수 무서운 거 아니잖아, 우리 쫄지 말자, 쫄면 윗분들에게 할 말 못하게 된다”라고 외치며 디도스 공격의 검찰수사 결과를 비꼬았다.

지난 13일 방송된 3회에서는 <나꼼수>의 단순 패러디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대해 거친 독설을 내뿜기 시작했다.

신 총수는 “옛날에 우리 어머님, 아버님은 소 팔아서 대학등록금 마련하고 그랬다”며 “지금 소 값이 만원이면 대학등록금 만원으로 내리던가. 아이 짜증나”라는 짧지만 강한 한마디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송아지 값 폭락, 학교폭력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그들만의 해법을 쏟아 낸 것이다.

또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패러디한 박그네PD(정성호 분)가 재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형광등 100개 CG속에 환한 미소와 함께 등장한 박그네PD는 거북이 ‘빙고’를 수줍게 부르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박근혜 위원장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신의 애창곡으로 빙고를 부른 것을 패러디 한 것이다.


영화감독 장진이 진두지휘하는 케이블 tvN의 <SNL(Saturday Night Live) 코리아>는 수위가 더 높다.

연극·영화판을 두루 누빈 장진 감독이 뉴스형식을 빌어 진행하는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서는 실명 비판이 주를 이룬다.

“친인척 비리문제의 이명박 대통령, 대권 준비 잘 하다가 예상치 못한 신인들을 만나 주춤했던 손학규 대표”를 ‘2011년 가장 불행한 인물’ 후보로 두는 식이다.

또한 장 감독은 “용감하고 멋진 소방관이 되려면 담당 관할구역 도지사의 목소리를 반드시 기억해야 돼요. 아무리 불을 잘 꺼도 도지사의 목소리를 기억 못 하면 좌천될 수 있답니다”라며 김문수 경기지사를 힐난했고 출연진인 코미디언 강성범은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인사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한 청년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라고 전했습니다. 증명할 수 없는 진실을 얘기하면 안 됩니다”라고 이 대통령의 신년사를 조롱했다.

두 달 전 문을 연 SBS <개그투나잇>은 ‘시사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웠다. 학교 폭력, 지하철 ‘막말남’ 등 사회적 이슈를 콩트로 만들었고 “모 정당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SNS를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여론이 들끓자 철회했다고 합니다. 이걸 보고 모 네티즌이 얘기했죠. SNS는 차단하는 거 아니에요. 자외선이나 차단하세요”라며 국회의 SNS 차단법 철회를 소재로 삼았다.

시사코미디에 힘입어 <개그투나잇>은 심야 프로그램임에도 시청률 8%를 넘어섰다.

지난 14일 배우 김성수는 SBS 예능버라이어티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 출연해 가수 임재범의 ‘고해’를 강용석 의원을 풍자하듯 개사한 ‘고소 풍자송’을 목이 터져라 열창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카타르시스 느껴

이처럼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풍자가 날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날카롭고 유머러스한 정치풍자로 시청자들의 통쾌한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구속수감 된 정봉주 전 의원은 “정치에 무관심했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년실업과 생활고로 직접 고통 받으면서 나의 무관심이 뿌린 씨앗이라고 반성하게 된 젊은층이 정치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게 패러디바람”이라고 밝혔듯 근거 없는 사실왜곡과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없다면 이들의 행보는 바람직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해 보인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지역구를 대표하는 인물이지 우상화되고 숭상해야 하는 인물이 아니기에 표현의 자유는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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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