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대담] ‘한나라당 야전사령관’ 권영세 사무총장

“뼛속까지 바꾸는 ‘환골탈태’로 위기 극복 하겠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현재 한나라당에는 ‘설상가상’으로 악재가 겹치며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줄줄이 이어진 선거마다 패배했다. 여기에 ‘디도스 파문’ ‘금권정치 폭로’ ‘계파 간 갈등’ 등 당의 분열조짐마저 보이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법. 위기를 잘 극복하면 더욱더 도약할 수 있어서다. 때문에 갖가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며 쇄신과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이처럼 가장 어려운 때에 당의 살림을 도맡은 권영세 사무총장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갖가지 악재에 휘청거리는 한나라당 살림 도맡은 사무총장
“‘밀실공천’ 악습 뽑으려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는 방안 선택”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햄릿>에 나오는 너무나도 유명한 대사다.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현재 한나라당은 ‘측근비리’ ‘디도스 파문’에 이어 ‘돈 봉투 살포’ 의혹까지 더해지며 최대 위기의 상황을 맞고 있다. 여기에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이 줄을 이었고, 양대 계파 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며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고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생사의 기로에서 위기를 잘 극복하면 더욱더 비상할 수 있는 법이다. 이에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가동됐다.


비대위는 쇄신의 칼을 빼들며 갖가지 위기에 정면돌파로 맞서는 양상이다. 특히 당의 살림살이와 총선 공천의 실무를 책임질 권영세 사무총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당이 직면한 생사의 기로에서 뼛속까지 변화시켜 다시 한 번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그는 ‘밀실공천’ ‘특정 인맥공천’ 등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되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총?대선이 겹친 해인만큼 자칫 정당들이 선거에 몰두하여 민생문제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권 총장은 민생을 챙기는 정책정당으로 선거를 치러 민심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비단 한나라당만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그는 민심의 이탈을 두고 특히 집권여당이 더욱 부족했다는 반성과 환골탈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권 총장은 ‘박근혜 대세론’과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도 민심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4?11 총선의 공천 기준은?

▲비상대책위원회 정치쇄신분과 차원에서 대략적인 공천 기준이 제시된 상황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계속해서 논의 중이다. 일단 당내 경선과 전략공천의 비율을 8:2로 하자는 큰 틀의 방향이 논의되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또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강세지역보다 어려운 지역에서 당을 위해 봉사하자는 취지로 논의 중이다. 여성정치신인에 대해서는 가산점 20%을 주어서 여성의 적극적인 정치진출을 지원하여야 한다는 원칙정도를 확인한 상태다.

 

-이전의 공천 기준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진일보 했는지?
▲정당의 공천에 있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정당의 공천과 관련하여 ‘사천’ ‘밀실공천’ ‘특정 인맥공천’ 등의 부정적인 주장들이 등장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한나라당의 공천은 지켜야 할 원칙을 준수하되 부정적인 논쟁을 없애기 위해 국민에게 공천권을 되돌려주는 방안을 선택하게 되었다.

 

-한나라당의 쇄신과 변화의 방향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표현처럼 지금은 한나라당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다. 여야 모두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어 제대로 된 변화 없이는 국민으로부터 믿음과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그 동안 저희 한나라당이 국민의 삶을 더 잘 챙기고, 우리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는 반성과 더불어 뼛속까지 바꾸는 환골탈태의 노력으로 쇄신을 해 나갈 것이다.

 

-올해는 총?대선을 함께 치르는 해이다. 한나라당의 전략은?


▲2012년 한해는 세계경제의 침체와 유럽의 위기 확산여부, 우리경제의 저성장, 사회양극화 등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해이면서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 자칫 정당들이 선거에 몰두하여 민생을 방기시할 수 있어 한나라당은 책임여당으로서 민생을 잘 챙기는 정책정당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다. 후보의 공천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공천을 실시하여 국민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당내(친이계)에서 이상돈?김종인 비대위원에 대한 사퇴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며 갈등이 불거지는 것 같다.

▲비대위가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위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중이다. 그중에는 서로간의 생각이 달라 갈등으로 비추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없고, 이를 경청만하여 새로운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쇄신의 효과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아직 산고를 끝낸 과정이 아니니 지켜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문구 삭제에 대한 입장은?

▲일단 ‘보수’라는 말 자체에 반감을 갖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본인의 삶의 행보나 지향점이 보수적임에도 누가 “너 보수적이다”라고 하면 이 말 자체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제는 더 이상 보수니 진보니 하는 논의 자체가 무의미 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조금이라도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지,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편 가르고 싸우고 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검?경의 수사결과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거세다.

▲디도스 공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먼저 정당이 국가기관인 선관위를 공격하였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공정한 룰을 준수해야 할 정당이 이를 관리하는 선관위를 공격하였다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무조건 잘못된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 한나라당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이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가 부재자투표에서 전승한 결과를 두고 의혹을 제기했다.

▲디도스 공격이 나오자 야당이 무차별적으로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리면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이다. 디도스 공격이 무조건 잘못된 행위라고 인정하듯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의혹을 부풀려서 사회에 불신풍조를 만드는 것 또한 좋은 모습은 아니다.

 

한나라 유불리 떠나 ‘돈 봉투 살포’ 검찰수사로 바로잡아야 
박근혜?안철수 대세론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 필요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 봉투 폭로를 어떻게 보시는지?

▲만약 고승덕 의원의 주장처럼 그런 사실이 존재한다면 구태정치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당연히 검찰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우리 한나라당은 유불리를 떠나 고 의원의 주장이 제기된 다음 서슴없이 검찰의 수사를 의뢰하였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이상득 의원에 이어 최시중 방통위원장 측근들의 비리가 연일 드러나고 있는데.

▲만약 측근비리가 존재한다면 당연히 수사기관을 통해서 밝혀야 한다. 아울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사법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

 


-당 사무총장으로서 금권정치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신다면.

▲우선 이기고 보자는 식의 사고방식,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승리하고 보자는 식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선거결과가 나타나면 그 다음 사후조치가 흐지부지되니 일단 이기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돼버렸다. 때문에 뿌리 깊은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실천해 나갈 때만이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명 ‘트윗심’이라고까지 불리며 정치권에 SNS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것 같다.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소통의 통로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개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나쁜 사실을 SNS를 통해 급속도록 유포하는 행위는 부정적인 점일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SNS를 제대로 사용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고자 노력한다면 좋은 소통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생각은?

▲민심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근혜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은 그분이 지닌 국가에 대한 헌신적인 생각, 원칙과 신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2007년의 경선승복 등의 감동적인 모습 속에서 얻은 것이다. 앞으로 훌륭한 정치인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안철수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집약현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성정치권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고, 국민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비정치권의 새로운 인물에게 일시적으로 쏠리는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도 안철수 교수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다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고착화된 개인지지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권영세 사무총장 프로필>

▲199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2001년 하버드대학교케네디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83년 사법고시 합격
▲1989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1998년 서울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2002년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4년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6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8년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2009년 한나라당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2012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